자본주의의 취약성을 보여 준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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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전 세계적 IT 장애로 보건 의료, 은행 결제, 항공 예약 등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막대한 혼란이 빚어졌다.
이번 대란은 자본주의가 부와 인프라를 독점 기업들에 집중시키면서 일거에 전체 시스템에 타격을 주는 약점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보여 줬다.
시스템 장애와 운영 차질로 인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을 공산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평범한 사람들이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지 못하거나, 휴갓길에 오르지 못하거나, 결제를 하지 못하는 등의 불편을 겪었다.
불만을 터뜨리는 고객들과 환자들을 상대해야 했던 노동자들도 있었다. IT 부문 노동자들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장시간 근무해야 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사이버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가 제작한 소프트웨어의 결함 때문에 발생했다.
수많은 윈도 컴퓨터에 설치된 이 소프트웨어는 기업들의 전산 시스템에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 최대 기업들인 ‘포천 1000’ 기업의 절반 이상이 이 소프트웨어를 네트워크 보호에 사용하고 있다.
개별 PC와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바이러스·멀웨어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이 소프트웨어의 주요 기능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팔콘 센서’라는 에이전트[사용자 대신 자동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프로그램 ― 역자]를 개별 PC에 설치해 문제를 탐지한다. 그러나 ‘팔콘 센서’의 이번 업데이트에 오류가 생겨 개별 PC들에 악명 높은 ‘블루 스크린’이 뜬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작동을 멈춘 컴퓨터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에 의해 설치된 파일 하나를 직접 삭제해야 했다. 그래서 고치기가 매우 고된 작업이었다.
지난주 금요일 오전 IT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컴퓨터를 일일이 조처해야 하는 IT 노동자들의 하소연이 넘쳐났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소프트웨어의 작동 방식 때문에 기업·단체들은 수많은 PC가 동시에 마비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 문제는 중앙에서 제어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가 없어 IT 기술자들이 고된 수작업을 해야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조직에서 이런 궂은 일을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노동자들은 더 저렴한 기술 지원 회사로 외주화된 상태였고, 그 업체들은 많은 경우 해외에 있었다.
기술 지원 업체들이 언제나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원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기술자가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님도 물론이다.
IT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몇몇 노동자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IT 노동자들을 해고했던 자신의 옛 사용자들이 막대한 수익을 잃는 것에 통쾌해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사태는 독점의 위험성을 상기시켜 준다. 혁명가 카를 마르크스는 독점을 자본주의 경쟁의 논리적 귀결이라고 지적했으며, 그 과정을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라고 불렀다.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며 성장한 기업들은 경쟁사들을 흡수하고, 결국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이러한 독점 기업들은 엄청난 부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은 자본주의 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취약점이 된다. 독점 기업들이 무너지면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날 수 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소프트웨어가 구동되는 환경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는 전 세계 PC와 서버의 약 75퍼센트에 설치돼 있다.
이처럼 부와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전 세계 컴퓨터 시스템이 극도로 취약해졌다.
또, 이번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사태는 자본주의가, 흔히 무시되고 경시되는 노동자들의 노동에 의존한다는 점도 드러냈다. 이는 그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맞서 싸우는 데서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 준다.
단 하나의 소프트웨어 결함이 전 세계 IT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면, 노동자들이 노동을 멈출 때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라.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사태는 자본주의의 취약성을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저항할 힘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