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팔레스타인 연대 서울·울산·원주 집회:
시리아 독재자 축출, 윤석열 탄핵 속에서 연대를 다짐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국내에서는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 중동에서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붕괴 등 숨가쁜 정세 속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계속된다. 12월 15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64번째 서울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는 전날 윤석열 탄핵소추안 통과가 남긴 기쁨의 여운이 물씬 느껴졌다.
집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에게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집트 독재 정권의 탄압을 피해 온 한 이집트인 난민도 기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집회에 참가한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리나드 씨는 이렇게 말했다.
“어제 탄핵 소추안 가결 소식을 듣고 엄청 기뻤어요. 이제 뭔가 달라질 것 같다는 희망이 느껴져요. 한국 사람들이 하나돼 빠르게 성과를 이뤄내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팔레스타인인들도 단결했으면 좋겠어요. 오늘 한국인들 표정이 더 밝아 보이네요.”
이 와중에도 이스라엘은 야만적인 학살을 지속하고 있다. 12월 11일 유엔 총회에서 휴전 촉구 결의안에 미국과 함께 반대표를 던진 이스라엘은 그날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수십 명을 죽였다.
사회자는 지난해 10월 전화를 통해 가자지구의 상황을 집회 참가자들에게 전한 라미 스웨일림 씨가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며, 이스라엘에 맞서 결의를 다지자고 호소했다.
최근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점령에 협력해 온 팔레스타인 당국(PA)이 무장 저항 대원들을 체포하고 사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에 맞서 저항을 지속하려 한다고 사회자는 전했다.
재외 팔레스타인인이자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 자원 봉사단(‘팔봉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하심 씨의 발언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세대를 거쳐 간직해 온, 잃어버린 고향 땅에 대한 유대와 저항 의지를 생생하게 보여 줬다.
“1948년 나크바[이스라엘 건국] 당시 아버지의 가족은 시리아로, 어머니의 가족은 요르단으로 피란했습니다. 저는 살면서 세 번이나 삶의 터전을 옮겼고 결국 스웨덴에 정착했지만 그곳은 진정한 고향이 될 수 없었습니다. 가 본 적 없음에도 저의 고향은 항상 팔레스타인입니다.
“팔레스타인인으로 산다는 것은 알지 못하는 고향과의 깊은 유대감을 갖고, 제 정체성을 지우려는 곳에서 그것을 부여잡고 끈질기게 버티며 산다는 것입니다. 돌아갈 권리는 그저 꿈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의 마음에 사무친 진실입니다.”
하심 씨는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만나 “뜻밖의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한국인들과 아사드의 독재에서 벗어난 시리아인들에게 연대를 표했다.
“탄핵은 여러분 모두의 끈기와 단결, 정의에 대한 불굴의 신념이 이뤄낸 성과입니다.
“시리아에 가족을 둔 팔레스타인인으로서 저는 시리아에서 벌어진 일을 보며 더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하심 씨는 “연대가 무엇인지 보여 줘 감사하다”며 싸움을 지속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이어서 한국인 대학생과 이집트 정치 난민, 미국인이 연대를 표하는 연설을 했다.
고려대학교 1학년생인 박정훈 씨는 누구보다도 당찬 어조의 연설로 캠퍼스에서 벌어진 윤석열 퇴진 운동 소식을 전하고, 윤석열 정부가 벌여 온 악행과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비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기업과 이스라엘 군수 기업의 협력을 지원하고, 이스라엘에 상당한 양의 무기를 수출했습니다. 이러한 윤석열의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한편, 이집트 정치 난민 칼리드 씨가 연설을 시작하자 다른 이집트인들이 일제히 집회 참가자들에게 전통 과자를 나눠줬다. “시리아 민중이 13년 동안의 투쟁 끝에 자유를 얻은 것”을 축하한다는 의미였다.
칼리드 씨는 “다음 번에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귀환과 점령 종식을 축하하며 과자를 나누기를 바란다”며 연대를 지속하자고 촉구했다.
미국인 키스 씨는 이스라엘의 학살을 지원하는 자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국 민중이 보여 줬듯, 정부와 민중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민중은 반격할 수 있습니다.”
키스 씨는 특히 미국 청년들이 이를 보여 주고 있고 이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힘과 용기, 그와 함께하려는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라며 “미국인으로서 감사하고, 계속 싸우기를 바란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집회 참가자들의 힘찬 행진은 많은 행인의 이목을 끌었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폭격을 규탄하는 구호도 외쳤다. 행진 대열은 종로와 명동, 을지로를 누볐고 명동을 거치면서 더 불어났다. 명동길에서는 대열 양옆으로 행인들이 몰리자, 경찰들이 손짓으로 애써 행인들과 대열을 갈랐다.
길을 걷다 행진에 가세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루벤 씨는 “시위대의 부름에 호응해 행진에 함께하게 됐다”며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눈에 띄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연대 지속을 결의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꾸준히 참여해 온 한 이집트인 청년은 오늘 집회를 이렇게 평했다. “오늘 행진과 집회는 두 가지 이유에서 정말 좋았습니다. 하나는 새로운 사람들이 집회에 합류한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윤석열 탄핵 덕분인지 행진의 기세가 지난주보다 더 높았던 것입니다.”
이런 기세를 발판으로 앞으로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지속하고 키워야 한다.
울산
오후 2시 파스쿠찌 울산 삼산점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22번째 울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렸다.
지난해 12월 14일 팔레스타인 연대 홍보전을 시작으로 울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벌인 지 꼭 1년째 되는 집회였다. 그래서 이날 집회는 그 운동에 함께해 온 수십 명이 서로를 격려하고 결의를 다지는 자리가 됐다.
첫 순서로 가자지구에서 온 재한 팔레스타인인 마르얌 씨의 음성 메시지를 들었다. 울산에서 초창기부터 운동을 이끈 마르얌 씨는 진솔한 메시지로 참가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길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다가올 전 세계 해방 운동의 승리를, 머지않아 이뤄질 가자지구의 해방을 여러분과 함께 축하하기를 바랍니다.”
마르얌 씨는 “피 흘리며 쟁취한 민주주의를 굳건히 지켜 내고 있는 위대한 한국인들에게서 … 우리 모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 경험에 영감을 받아 우리도 팔레스타인의 자결권과 해방을 쟁취하자”고 호소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건설에 힘써 온 소말리아인 유학생 아이드로스 씨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번 집회를 끝으로 한국을 떠나는 그는 어디서든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가장 큰 목소리로 계속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1년 동안 함께 활동하다 지난 달 출국한 인도네시아인 아낭 이맘도 연대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익숙한 목소리에 참가자들은 그리움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현대중공업 노동자 권준모 씨도 저항과 연대를 지속하자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울산 삼산동 번화가 일대를 누비며 행진했다. 대열은 행인들의 이목을 끌었고 청소년들 여럿이 행진에 합류했다.
다음 팔레스타인 연대 울산 집회는 12월 29일(일) 오후 2시에 같은 장소(파스쿠찌 울산 삼산점 앞, 남구 삼산동 1571-10)에서 열린다.
원주
오후 2시 원주 중앙시장사거리 농협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14번째 원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렸다.
날씨가 부쩍 추워졌지만 그간 연대 행동에 꾸준히 함께한 내외국인 활동가·노동자들이 자리를 지켰다.
충주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이재경 씨는 전날 윤석열 퇴진 집회의 경험 전하며 “탄핵의 광장에서, 또 팔레스타인 연대의 광장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죽음들이 멈추려면 많은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서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서 ‘투쟁은 계속될 것이며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던 팔레스타인 여성의 목소리가 지금도 가슴을 울립니다. 끝까지 연대하며 싸웁시다.”
사회자는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에 적극 동조하고,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고 협력을 강화했던 윤석열의 탄핵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는 우리에게도 승리”라며, “윤석열을 탄핵시킨 힘으로 더욱 힘차게 팔레스타인 연대를 외치자”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울산 집회에 전해진 재한 팔레스타인인 마르얌 씨의 연대 음성 메시지를 함께 듣고 행진에 나섰다. 대열에 호의를 보내며 “팔레스타인 파이팅!” 하고 소리쳐 응원을 보내 준 시민도 있었다.
※ 이하는 서울 집회의 사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