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노동자연대 대의원협의회:
팔레스타인, 쿠데타와 극우, 혁명적 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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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동자연대 대의원협의회는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정치적 불안정이 극심한 상황에서 열렸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이 계속되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귀환해 전 세계 정치와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윤석열의 쿠데타 미수가 여전히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극우의 부상에 맞서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도 광주와 서울대에서 극우에 맞서는 맞불 집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올 한 해 혁명적 좌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김인식 운영위원은 현재 체결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휴전 협정이 극도로 불안정한 것임을 강조했다. 또 이처럼 끔찍한 인종 학살을 멈추지 않고 중동 전역으로 확대하는 이스라엘에 맞서려면 장기적 전망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우리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일정한 성과를 거뒀음을 주장해야 합니다. 예컨대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의 재판에서 보여 주듯이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은 심화되고 대중 여론도 이스라엘에 비판적으로 크게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편의 힘을 온전히 특히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을 충분히 동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과 서방 제국주의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그 힘은 아랍의 노동자와 빈민들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힘은 거리와 일터에서 표출될 수가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해방의 길은 아랍 혁명의 부활에 있습니다. 유일한 탈출구는 연속 혁명으로 전환하는 겁니다. 이스라엘 국가는 전쟁에서 패배할 수는 있지만 이스라엘 국가가 해체되려면 혁명이 필요합니다. 이 혁명은 이스라엘 국가만이 아니라 이웃 국가들, 특히 이집트 정권에도 맞서야 합니다.”
국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구체적 과제들에 대해서도 말했다.
“우리는 공동전선 전술을 구사해서 대중 운동을 건설해야 합니다. 일단 저는 캠퍼스 행동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쿠데타 기도 직후에 오랜만에 학생 운동이 부활했습니다.
“지역에서도 연대 운동을 건설하고 노동조합 속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구축할 기회를 계속해서 모색해야 합니다.
“우리는 치열한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끌고 나가는 데 필수적인 이론적·정치적 기여를 해야 합니다.”
이날 토론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 중요한 구실을 해 온 나리만 씨가 특별 발언을 했다.
“먼저 동지들한테 제 조국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연대해 주신 것에 대해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노동자연대라는 단체가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뛰어들지 않았다면 한국에서의 팔레스타인 연대가 이 정도 규모로 벌어질 수 없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항상 사람들 속에 있고 그 기층에서 조직한다라는 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많은 외국인 참가자들도 이 운동에서 환영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 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고, 그런 것들 때문에 더욱더 소속감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캠퍼스와 지역, 직장에서 연대 운동을 해 온 여러 참가자들이 토론에 참여해 운동을 더 전진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에 관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그 참가자들로 하여금 다른 운동들을 건설하는 데에도 영감과 자신감을 주는 구실을 해 왔다며 다양한 경험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올해 국내 전망과 과제
최일붕 운영위원은 윤석열의 쿠데타 미수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국가 기관 간의 노골적인 갈등 국면은 이제 조금 잦아든 듯하지만 헌재 결정 문제를 놓고 국회 안에서 여야 정당들 간에 여전히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고, 헌재 안에서도 물밑에서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정치적 충돌은 금세 재개될 것입니다. 특히 거리의 극우는 윤석열이 파면돼도 귀가해서 조용히 잠자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이겨도 그들은 사생결단식으로 달려들 것입니다.
“자유주의자들과 대부분의 좌파는 윤석열 쿠데타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무슨 일탈의 순간을 통과하고 있다고 느끼는 듯합니다. 그들은 윤석열이 파면되고 조기 대선에서 국힘이 패퇴하면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위로부터의 쿠데타와 아래로부터의 극우 폭동이 만나고 있죠. 이제 새로운 정치적 시기가 도래한 것입니다. 극우의 주류화라고 학자들이 부르는 시기가 열린 것입니다. 이재명이 벌써 우클릭을 하는 것도 미국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것, 그리고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 극우가 부상한 것이 가하는 압박이 반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일붕 운영위원은 올해 혁명적 좌파의 과제를 명료하게 요약해 제시했다.
“첫째, 우리는 쿠데타 가담자들에 대한 처벌을 위해서 싸워야 합니다.
“둘째 과제는 민주주의적 자유권들을 방어해야 합니다. 극우의 부상과 성장은 민주주의적 권리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을 제기할 것입니다. 집회·시위의 권리, 파업의 권리 등이 공격받을 위험이 있고 보안법을 이용한 사상 표현의 자유가 공격을 받을 것입니다.
“셋째, 우리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제공한 통찰, 즉 정치적 투쟁과 경제적 투쟁이 결합되면 둘 모두에 좋은 효과를 내서 투쟁이 계급 전체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원리, 정치 투쟁과 경제 투쟁의 시너지 효과라는 그런 원리에 확고하게 근거해야 합니다.
“넷째 과제는 공동전선입니다. 객관적 상황이 무르익을수록 투쟁을 이끌 의지와 능력도 중요해진다고 트로츠키는 거듭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해 정치 양극화와 그 갈등이 첨예해질수록 혁명가들의 역할이, 지도력이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힐끗 보여 주는 게 바로 지금 이런 극우에 맞서는 대응 집회, 맞불 집회 이런 것입니다. 이런 것은 공동전선 전술들로 행해져야 하[고] 더욱 보편화돼야 합니다.
“민중전선 즉, 민주당 등 자유주의적 중도파들과의 전략적 동맹은 확대 또는 확장이 아니라 요즘 흔한 말로 오염입니다.
“실제로 역사상의 모든 민중전선 경험들은 다 실패했습니다. 어떤 민중전선이든 결성 초창기에는 일정한 효과를 냅니다. 그래서 개혁주의자들은 초기 민중전선 얘기만 해요. 민중전선이 발전 초기를 통과하면서 [그] 모순이 발전해 [운동의] 촉매제였던 듯한 것이 어떻게 [운동의] 제동 장치로 변모하는가 하는 변증법적인 전개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모른 척] 보아 넘깁니다.”
토론에서는 대학에서 극우에 맞서 맞불 집회를 조직한 경험들을 일반화하는 주장과 여러 연대체 회의와 집회 운영에서 드러난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안이한 태도를 비판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기아자동차 노동자인 김우용 대의원은 쿠데타 초기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가 지금보다 더 능동적으로 직장에서 극우에 맞선 주장과 선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를 주관한 김하영 운영위원은 이 주장을 지지하면서도 비판적 코멘트를 덧붙였다.
“민주노총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초기 국면에 잘한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는데 저는 이건 절반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그 이후에 하겠다고 한 것을 실행하지 않고, ‘이제는 공수처의 시간이다, 이제는 헌재의 시간이다’라고 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우파가 세력을 얻는 방향으로 균형추가 기울어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점을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마트 노동자들이 우익의 구체적인 공세에 맞닥뜨렸을 때 왜 다른 노동자들이 거기에 합세해 가지고 그 노동자들을 방어할 수 없습니까? 우리 노동조합 회원들은 노동조합 안에서 산업 부문을 넘어서서 그들을 방어하자라는 초기적인 행동 제안을 함으로써 극우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를 이야기할 수 있었어야 되고 저는 지금이라도 그런 활동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운동 건설과 혁명적 선전 둘 다 해내기
최영준 운영위원은 지난해 작지만 성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운동 속에서 성장하며 회원 가입뿐 아니라 후원도 늘고 무엇보다 단체의 접촉면이 넓어지고 있다.
“영국의 사회주의자가 쓴 한 글에서 이런 얘기를 봤습니다. 그는 운동 건설과 혁명적 조직 건설하기 둘 다 해내기를 강조하면서 이를 잘 수행하려면 이데올로기적 명료함과 함께 정치적 응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응집력의 출발은 조직으로 뭉쳐 있는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 조직이 독자적인 분석과 그리고 민주적이지만 규율 있는 공동 활동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조직이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지난 한 해 경험들을 일반화하고 과제를 제시하는 데에서 단체의 중앙에 다소 부족함이 있었음을 반성적으로 돌아봤다.
김하영 운영위원은 새롭게 가입하는 회원들이 단체 안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회와 기구들이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그리고 쿠데타 미수 이후에 윤석열 탄핵 운동 속에서 만나거나 그 과정이 결합되면서 관계가 심화돼서 우리랑 같이 활동을 하게 된 그런 동지들이에요. 매우 정치적이고 급진적이고 활동적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정치 세력의 경합 속에서 운동을 하고 있고 그 속에서 노동자연대의 주장이 옳다면 나도 여기서 힘을 싣고 활동을 해 나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또 단체에 가입한 분도 있거든요.
“이런 사람들이 단체 안에서 잘 자리 잡고 성장하도록 우리가 만반의 지원을 해야 된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특히 최근 늘어난 이주 배경 회원들을 세심히 배려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을 비롯한 천대받는 사람들이 우리 단체에 더 많이 들어오고 더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으려면 우리는 이런 세심한 배려 같은 것을 할 줄 알아야 되고, 그런 세심한 배려를 하는 법을 지금부터 하나하나 형식적이지 않고 그때그때 조건에 맞게 그리고 좀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면서 배워 나가야 할 것입니다.”
김하영 운영위원은 신입 회원들의 사상적 필요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이를 채워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동전선은 레닌이 정치적 경험의 진수라고 했을 만큼 중요한데, 지회들은 활동 토론 등을 통해서 이런 활동을 보고받고 함께 토론하고 돌아보면서 회원들이 공동전선 안에서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적절한 기회에 정치적 경험을 쌓아 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민 연대 운동 보고와 계획
임준형 난민운동팀장은 지난해 협의회 결정사항의 이행 경과를 보고했다.
특히 난민들 자신에게 가장 절박한 과제라고 할 수 있는 난민 인정 소송과 지원 운동의 경과를 보고했다. 난민운동팀은 특히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함께 건설하고 있는 이집트 난민들의 소송 지원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2011년 이집트 혁명의 투사들로 이후 들어선 엘시시 군사정권의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왔다.
“‘이집트인 난민 인정을 위한 모임’은 변호사의 난민 인정 소송을 지원을 하는 한편 또 이 소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과 또 기층으로 운동을 넓히기 위한 수단으로서 탄원서를 받는 그런 활동을 조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집트인 난민들이 공격받는 것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대한 공격이기도 합니다. 팔레스타인의 대의와 이집트 혁명의 대의가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도 이 운동에 적극 지지를 보내 줬습니다. 전교조 인천지부의 참교육 실천대회에서 모금과 탄원서를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회원들이 연결고리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지금도 매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서 부스를 차려서 탄원서를 받고 있고 꾸준히 새로운 사람들의 서명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9일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해서 모금과 탄원서를 받았는데요. 예상보다 빨리 리플릿이 동날 만큼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생계 때문에 참가가 어려웠던 이집트 난민들도 그런 좋은 반응을 보면서 힘을 얻어 갈 수가 있었습니다.
“퇴진 집회에서도 이집트 난민들이 특히 군사 쿠데타에 맞섰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은 우리가 한국의 난민 문제를 알리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최근 두 분이 1심에서 패소했는데요. 사실 극도로 낮은 법무부의 난민 인정률보다는 좀 높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사실 법원에서의 난민 인정률도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닙니다. 쉽지 않은 싸움이고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난민 분들과 함께 끝까지 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서울 동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양선경 대의원은 자신의 난민 연대 활동 경험을 돌아보며 운동의 지지자들에게 정기적으로 활동 소식을 보고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에 초대된 한 이집트 난민은 한국 정부의 위선적인 난민 정책을 규탄했다.
“한국이 난민을 수용하는 나라 중에서 그 조건이 가장 열악한 나라 중 하나라는 점은 좀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난민 신청을 한 7만 5000명 중에서 인정받은 사람은 1퍼센트 미만입니다.
“그렇게 들어온 난민들은 정말 손이 절단되고 손가락이 부서지고 하는 산업 재해들을 굉장히 많이 겪고 있습니다.
“한 해에 난민 인정을 받는 수가 15명을 넘지를 않습니다. 마치 쿼터제처럼 정해 놓은 것처럼 15명을 넘지 않고 국적별로 한 명씩 생색내기 식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임준형 팀장은 국제주의자로서 원칙적인 주장을 할 뿐 아니라 실제 운동 건설에 나서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며 더 많은 회원들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노동자 투쟁과 우리의 과제
신정환 조직노동자운동팀장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 노동자들의 삶이 팍팍해지기는 했지만, 윤석열 자신이 추진한 노동개혁은 “대체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조직노동자들을 효과적으로 공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등 일부 부문의 노동자들은 탄압을 받았지만 양대노총 조직력은 건재했고, 직무성과급제 확산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노동 정책들은 제대로 추진이 되지 못했죠.
“몇몇 노동자 투쟁들은 일정 정도 성과를 얻거나 정부의 위신을 깎아내리며 윤석열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노동자 투쟁이 의미 있는 전진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심화하는 다중의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주들도 쉽게 양보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투쟁을 급진화·보편화하는 데 있어서 브레이크 구실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여기에는 노동운동 정치 조직들의 무능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민주노총 내에 우파 관료든 좌파 관료든 모두 선거 대응에 주된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며칠 전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가 제출한 사업 계획은 윤석열 탄핵을 기정사실화하고 조기 대선 대응과 주로 입법을 통한 개혁 과제 제시가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민주노총이 계엄 선포 직후 총파업을 선언하고 한남동 앞 체포 촉구 시위의 물꼬를 트는 등 일정 정도 공헌을 하긴 했지만 사실 총파업은 선언에 그쳤죠. 지금 극우가 부상하고 윤석열 탄핵 인용을 안심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파업을 벌여 압박하기는커녕 전국 집중 동원조차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민주당이 겁 먹을까 봐 우려하는 게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정환 팀장은 혁명적 좌파는 이와 달리 기층의 투지와 자신감을 높이는 구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급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좀더 실질적인 투쟁 계획이 채택되도록 대안을 제시하고 지지를 끌어내는 활동이 제안됐다. 이런 활동에 노동자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나서달라고 호소하고 좀더 활발한 상호 보고와 토론을 해 나가자는 점도 반성적으로 돌아봤다.
현대중공업에서 온 권준모 대의원은 이주노동자 차별을 용인하는 일부 노조 지도자들의 태도를 비판하며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논쟁도 있었다. 김우용 대의원은 보조 발제에서 지금 같은 시기에 우리가 좀더 신속하게 움직이고 과감한 전술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단체 내 소통을 강화하고 노동운동 내 좌파와도 좀더 협력을 강화하자고 했다. 단체 비방에는 더 강경하게 대응하자고 주장했다.
대학교에서 운동과 혁명적 조직 건설하기
회의 이튿날 열린 이 세션은 전날 크게 성공한 서울대학교에서의 극우 맞불 집회 덕분에 회의 참석자들의 자신감과 사기가 매우 높았다. 서울대에서 맞불 집회를 조직한 학생들과 광주 맞불 집회를 취재한 기자의 특별 발언도 큰 박수를 받았다.
김지윤 운영위원은 최근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등에서 극우에 맞선 캠퍼스 행동을 평가하며 그 필요성과 가능성을 강조했다.
“어제 서울대학교에서 그리고 최근 연세대학교에서의 행동을 통해서 우리가 캠퍼스에서 극우에 맞선 행동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가 잘 해내기만 한다면 승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자신뿐만이 아니라 이런 운동에 진심이고 또 열성적인 학생들 사이에서 입증할 중요한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런 행동을 건설하는 데에서 저는 우리 학생 회원들이 지난해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캠퍼스에서 건설하려고 했던 경험이 매우 큰 자양분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학에서 뿌리 내리려 노력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행동을 조직하는 법을 이 과정에서 터득해 갈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운동을 일으키기 위해서 주도력을 발휘하고 운동을 단결시킬 주장과 전술을 내놓고 이것을 주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실천에서 입증하려고 애를 써야 합니다.
“우리는 혁명적 원칙을 가진 단단한 소수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끝이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과 우리는 토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토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저 똑똑한 소수로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행동을 함께 조직해야 하고 이들에게 뭐라도 이 운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는 조직을 해내야 하고 그러면서 서로 배우려고 해야 합니다.”
이재혁 학생팀원은 지인과 신문 독자들, 주변 활동가들과의 관계 맺기를 강조했다.
“캠퍼스 기층으로 파고들고 학생들과 일상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공간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정치적이고 능동적인 학생들을 더 찾아 나서야 하고, 그러려면 학생들의 일상 공간으로 우리가 직접 뛰어들어야 합니다. 가장 좋기로는 학생회나 동아리에 개입해야 합니다.
“팔레스타인 운동에서 만난 유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팔레스타인 운동 건설도 하지만 그런 친구로서의 일상적 고민도 나누는 그런 사이가 될 만한 공간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런 지속적 관계를 위해서는 저는 꾸준함이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좌파 활동가도 그 사람이 종파적이지 않고 운동 건설에 진심이라면 우리는 그 사람과 기꺼이 친구가 돼야 합니다.”
여러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고 동아리를 만들고 극우 맞불 시위를 조직한 활동가들의 경험과 아이디어들이 제시됐다.
동원을 위해 다른 좌파와 광범한 학생들에게 호소하고 학교 안팎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요령과 경험들, 성공을 이어 가기 위한 제안들이 공유됐다. 극우 맞불 시위 참가 호소에 흔쾌히 손을 내밀어 준 민주동문회와 이소선 합창단 등에 대한 감사의 표현도 이어졌다.
운동을 더 크게 건설하고 단결을 유지하려면 왜 필요한 논쟁을 회피하지 말아야 하는지 경험에 비춰 돌아보고 강조하는 주장도 있었다.
학생들의 패기 넘치는 주장들은 회의 참가자 전원에게 큰 자극과 영감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