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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운동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윤석열 반대 운동의 올해 전망

일찍이 지지난해 본지는 트럼프가 재집권을 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하면서 그리되면 전 세계의 극우들을 크게 고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윤석열과 국힘은 그 사이에 극우화해 왔고 본지는 그 점을 경고했다.

또한 일찍이 윤석열 취임 때 본지는 대중 투쟁이 엄청 커다랗게 떠올라 정부가 더는 손쓸 수 없는 정도의 위기에 처할 때 정부는 군대를 동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윤석열이 지난해 12월 초에 군사 쿠데타까지 일으킬 것이라고는 솔직히 말해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 그런 말기적 위기가 아직 닥치지 않았는데도 윤석열은 군대를 동원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제1 야당을 비롯한 주요 반정부 세력을 일소하려 했다. 물론 미수에 그쳤다.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는 미수에 그쳤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독자 제공

윤석열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받을지 자체가 확실하지 않다. 지배계급의 제일 정치 조직이 국가인데, 국가 자체가 분열해 있다. 국가 기관 간의 노골적인 갈등 국면은 요즘 조금 잦아든 듯하지만, 헌재 결정 문제를 놓고 국회 안에서 여야 정당들 간에 여전히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고, 헌재 안에서도 숨은싸움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과 국힘과 국힘 잠룡들인 홍준표·오세훈 등의 동태를 보면, 지배계급은 윤석열을 소생시키느냐는 문제를 놓고 열려 있는 듯하다. 그들 내에서 윤석열 구원 노력과 윤석열 포기 사이에 건널 수 없는 심연이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우파 일각에선 국힘이 극우와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극우와 융화하는 듯이 보이면 중도 유권자층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주류 우파 언론이 이런 우려를 드러낸다.

하지만 국힘은 윤석열 구원에 일단 힘을 쏟고 있다. 윤석열 구원 노력은 결국 조기 대선에서 국힘의 패배를 최소화해 주거나 심지어 국힘의 집권 연장을 가능케 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파면된다면 조기 대선이 시행될 것이다. 지배계급은 윤석열 구원 문제에서는 열려 있는 반면, 행정부 권력을 이재명에게 허용하느냐는 문제에서는 그만큼 열려 있지는 않은 듯하다. 그들은 행정부 권력도 민주당에게 넘어가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아마 방해하려 들 것 같다. 가령 조국이 겪고 있는 문제를 이재명이 겪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정치적 충돌은 금세 재개될 것이다.

특히 거리의 극우는 윤석열이 파면돼도 귀가해서 조용히 잠자지 않을 것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극우는 민주당의 패배와 국힘의 승리를 위해 계속 거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이 대선에서 이겨도 그들은 사생결단 식으로 달려들 것이다.

서울서부지법에서 폭동을 일으킨 극우들 ⓒ출처 유튜브 락TV

자유주의자들과 개혁주의자들은 윤석열 쿠데타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무슨 초현실적 상황을 살고 있고 마치 일탈의 순간을 통과하고 있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들은 윤석열이 파면되고 조기 대선에서 국힘이 패퇴하면 ‘정상’을 되찾을 거라고 기대하는 듯하다.

그러나 위로부터 군사 쿠데타, 아래로부터 극우 폭동이 일어났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정치적 시기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윤석열 파면 반대 투쟁과 서부지법 폭동 이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극우의 주류화”라고 정치학자들이 부르는 시기가 열린 것이다. 극우의 주류화는 극우가 공직 선거와 당직 선거에서 일정한 성적을 거둔다는 뜻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류 정치에 극우가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류화’라는 말은 페미니즘이 ‘여성 운동의 주류화’라고 말할 때와 비슷한 의미다. 즉, 여성 운동가가 공직·당직에 진출하는 것도 포함되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유력한 측면은 주류 정치에 미치는 페미니즘의 영향이 커지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사실 이재명이 벌써 우클릭을 하는 것도 미국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것과,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 극우의 부상이 가하는 압박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또, 민주당 교육연수원장 박구용 교수를 사퇴하도록(물론 자진 사퇴 형식으로) 당이 압박한 것도 극우의 주류화 조짐을 힐끗 보여 주는 것이다. 박구용 교수는 서울서부지법 폭동을 일으킨 청년 남성들이 “스스로 말라비틀어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 때문에 밀려났다.

극우의 주류화를 가장 분명하게 예시하는 사례를 들겠다. 지난해 7월 프랑스 총선에서 결선 투표를 앞두고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마린 르펜의 파시스트 정당 국민연합이 다수당이 되는 것을 막고자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과 제휴를 했다. 그때는 이게 먹혔다. 그러나 9월 초 마크롱은 신민중전선이 정부를 구성하게 해 달라는 요구를 경멸적으로 거절했다. 대신에 마크롱은 중도 우파 정치인 미셸 바르니에를 총리로 지명했다. 바르니에의 당은 총선에서 4위밖에 못 했는데도 말이다. 신민중전선은 바르니에에게 불신임 투표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서 바르니에의 신임 여부는 파시스트 국민연합이 그 투표에 참가하느냐 불참하느냐에 달려 있게 됐다. 그래서 〈르 몽드〉 지는 바르니에가 국민연합의 감독을 받는 총리라고 꼬집었다. 결국 바르니에 내각은 국민연합을 만족시키지 못해 12월 초에 최단명 내각으로 끝나야 했다. 프랑스의 사례는 극우의 주류화 또는 다른 말로 “극우의 국가 내 제도화”를 두드러지게 보여 주는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극우는 프랑스 수준으로까지 격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좌파와 노동운동이 지금처럼 공동전선이 아니라 민중전선 구축에 헌신한다면, 그 공백을 이용해 극우가 주류화에 성공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아무튼 헌재에서 윤석열 파면이 결정되느냐 여부는 격렬한 좌우 격돌에 잠시 몇 달의 휴지기를 두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따라서 윤석열 파면 여부와 조기 대선 결과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올해를 전망해 보는 게 적절할 것 같다.

더한층의 좌/우 정치 양극화 전망과 엄중한 상황 전개

군사 쿠데타는 미수로 끝난 것이었어도 심각한 문제다. 그것이 내란이었다고 헌재나 형사재판의 결정이 나도, 그 결정은 극우와 극좌를 모두 배제하는 중도파들의 일시 승리를 뜻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내란이 아니고 직권남용에 불과한 것이라는 판정이 난다면, 설사 윤석열이 직권남용으로 파면되더라도 군사 쿠데타의 위협은 앞으로도 넘실거린다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필자는 낙관적 전망을 펼치기보다는 냉철하게 진실을 말하려고 한다. 이미 윤석열 군사 쿠데타 미수 사태 전에 (본지 지지자들을 포함한) 급진 좌파는 정치의 언저리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윤석열 쿠데타 미수 이후 반격에 나선 지금도 가령 비상행동 안에서 진정으로 정치적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이지 급진 좌파는 아니다. 진보당은 그동안 중도 좌파 처신을 하며 행동해 왔어도 민주당의 그늘 속에서 정치적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해 왔다.

그리고 지금 비상행동과 촛불행동 집회를 합쳐 봤자 극우가 주도하는 우익 집회보다 작다. 부산이나 대구 등 지방 도시들을 포함하면 그 격차는 더 커진다. 윤석열 국회 탄핵 국면 때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80만~90만 명가량 됐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우파가 진보파보다 더 강하다고 말할 수는 결코 없다. 그러나 이 진보파는 중도파를 다수 포함하는 것이어서 실제 좌파, 즉 자본주의에 관해 비판적 물음을 던지는 정치적 경향은 결코 우파보다 크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러한 현재 상황, 곧 12/3 군사 쿠데타 미수의 여파 속에 있는 상황은 일탈이 아니라 정치의 근본적인 재편이 시작됐음을 뜻한다. 이 점을 깨달아야 한다. 스탈린주의자들이든 사회민주주의자들이든 윤석열은 파면될 것이고, 그러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이고, 그다음에는 공식 정치의 시간이 펼쳐지리라고 기대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공식 정치만을 보는 피상적인 관점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와 마찬가지로 극우의 부상은 아래로부터의 부양력에 힘입은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중간계급 사람들의 뒷받침을 받고 있는 정치 운동이 등장한 것이다. 아직 파시즘으로까지 진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시즘이 싹트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고, 파시즘으로 진화하는 것을 자극할 객관적 조건들 속에 있다.

그러므로 기층에서, 즉 노동계급 대중이 이들과 대결해야 한다. 물론 지배계급과 대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객관적 상황이 무르익을수록 투쟁을 이끌 의지와 능력도 중요해진다고 레닌과 트로츠키는 거듭 강조했다. 다시 말해, 정치 양극화와 그 갈등이 첨예해질수록 혁명가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이 점을 힐끗 보여 주는 게 바로 최근 극우의 부상에 맞서 본지 지지자들이 제안하는 전술, 즉 극우 집회·시위에 맞대응하는 윤석열 파면 집회·시위의 필요성이 연세대와 광주와 서울대 등지에서 일정한 반향을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극우와 지배계급에 맞서 노동계급이 거리와 일터에서 투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진

이러한 공동전선 전술들은 더욱 보편화돼야 한다. 그런데 공동전선 전술이 성공을 거두는 듯할수록 진보 세력 내 민중주의 경향은 공동전선을 민중전선으로 확대하려 들 것이다. 즉, 민주당 등 자유주의적 중도파들과의 전략적 동맹으로 확대하려 할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확대 또는 확장이 아니라 요즘 흔한 말로 ‘오염’, 또는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트로츠키는 민중전선이 1+1=2 식의 조야한 대수에 의존하는 발상이라며, 계급 역학이 정반대인 세력들이 연대·연합하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두 힘의 합력으로 정치적 마비 상황이 벌어진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역사상의 모든 민중전선 경험들은 다 실패했다.

1936년 프랑스 민중전선 정부하에서는 노동계급이 선제 공격을 한 반면, 스페인 민중전선 정부하에서는 프랑코 전군 총사령관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며 선제 공격을 했다. 1994년 집권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국민회의 민중전선 정부는 정부 자신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노동계급을 신자유주의 정책들로 공격해 왔다. 현재 프랑스 신민중전선은 아직 정부에 입각하지 못한 채, 중도 좌파인 사회당 소속 전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에 저당 잡힌 신세이고, 사회당은 마크롱에 저당 잡힌 신세다.

어떤 민중전선이든 결성 초창기에는 일정한 효과를 낸다. 그래서 개혁주의자들은 초기 민중전선 얘기만 한다. 그러나 초기를 통과하면서 모순이 발전해서, 어떻게 촉매제인 듯했던 것이 제동장치로 변모하는가에 관해서는 한결같이 침묵한다.

원리는 짜장 간단하다. 자유주의자들과 좌파의 연립 정부로서 민중전선 정부는 등장 초기에 노동계급 등 차별받는 사람들 모두의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 희망은 낙관에 바탕을 둔 것인데, 펼쳐질 현실은 결코 낙관할 수 없는 것이다. 민중전선 안에서 처음에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은 으레 중도 좌파이다. 그러나 그 중도 좌파는 민중전선 바깥의 극우와 민중전선 내부의 중도파가 가해 오는 압박을 무마하고자 민중전선 안팎의 좌파를 공격한다. 결국 민중전선 내부의 세력균형은 중도파로 이동한다. 이 중도파도 민중전선 안팎의 좌파를 계속 공격하고 그러는 사이에 노동계급과 좌파의 사기는 저하된다. 이렇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은 민중전선이 계급 투쟁 기구가 아니라 계급 협력 기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윤석열이 파면되고 민주당(이 주도하는 민중전선) 정부가 들어서도 희망이 없다며 비관주의에 빠져야 할까?

볼셰비키는 군사 쿠데타에 맞선 공동전선을 이끌어 소비에트 내에서 다수파가 됐다

노동계급과 혁명적 좌파가 꼼짝없이 우파에 당할 것이라는 비관주의와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 1936년에 트로츠키는 1917년 러시아 혁명기에 임시정부와 소비에트 다수파 정당들인 멘셰비키와 사회혁명당이 민중전선을 형성하고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당시에 볼셰비키는 8월까지 소수파였다. 그러나 8월 말 극우 군장성 코르닐로프 군사 쿠데타가 실패했다. 그러자 노동계급이 엄청난 속도로 급진적이 됐다. 그 동력에 힘입어 쿠데타를 좌절시킨 공동전선을 이끌었던 볼셰비키는 소비에트 내에서 멘셰비키와 사회혁명당의 영향력을 물리치고 다수파가 됐다. 그리고 소비에트를 동력 삼아 임시정부를 전복했다. 이것이 민중전선의 나쁜 영향력을 물리친 역사상 유일한 사례다.

1917년에 10월 혁명으로 향하는 결정적 계기는 8월 말과 9월 초 코르닐로프 군사 쿠데타에 맞선 공동전선이었다. 극우에 맞선 대안은 민중전선이 아니라 공동전선이다. 이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조차 개혁주의자들은 실세 있는 혁명가 조직을 기피하고 그들끼리 연대체를 구성했다. 그랬다가 팔레스타인인들과 아랍인들을 다 놓쳤는데, 이는 마치 앙꼬 빠진 찐빵과도 비슷했다. 이 모습은 그들의 정치적 기조 자체를 반영한다.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 저항 지지라는 앙꼬가 빠진 채 이스라엘 규탄이라는 찐빵만을 서빙 하는 것 말이다. 이와 비슷하게, 개혁주의적 좌파와 자유주의자들의 연합이라는 찐빵이 계급투쟁이라는 앙꼬가 빠진 채 서빙 되려 하고 있다.

그러므로 혁명가들에게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민주주의적 투쟁, 경제적 투쟁, 반제국주의

1. 쿠데타 가담자들에 대한 처벌을 위해 싸워야 한다. 왜냐하면 쿠데타가 민주주의적 권리 억압을 겨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령 쿠데타 현장 실행 장성들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게 대통령 경호실 간부들로 드러났는데도 그들은 지금 멀쩡하게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에 5/17 군사 쿠데타와 광주 학살 주모자들에 대한 처벌을 위해 대학생들이 매우 전투적으로 싸웠는데, 그것은 전반적인 정치 운동을 위해 매우 좋은 효과를 냈다.

2. 극우의 부상과 성장은 민주주의적 권리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을 제기할 것이다.

서구의 경우 파시스트 등 극우는 인종차별, 특히 이민자와 난민 차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극우는 민주당 좌파와 실제 좌파를 주로 겨냥하고 있다. 집회·시위의 권리, 파업의 권리 등이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고, 보안법을 이용한 사상 표현의 자유가 공격받을 것이다. 이런 민주주의적 자유권들을 방어해야 한다.

극우가 주된 표적으로 삼는 것은 반미 자주파이자 친북 좌파이다. 정치 양극화 상황에서 급진화하는 청년들이 진영논리에 이끌려 친북, 친중 경향을 띠는 것은 어찌 보면 그럴 만도 하다고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본지 지지자들은 미국의 제국주의에 대항해 북한의 주권을 옹호함을 분명히 해 두고 반미 자주파들과 대화를 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를 비판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면, 그것은 마치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이 이스라엘은 비판하면서도 하마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과 비슷한 기회주의적 태도가 될 것이다. 물론 우리가 하마스에 대해 무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하마스 비판은 이슬람 공포나 종교 혐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고 오로지 정치에 관한 것이고, 또한 개혁주의적이지 않고 혁명적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북한 비판은 자유주의자들이나 사회민주주의자들의 비판과 다르다. 우리는 북한이 외부의 개입에 의해 변해야 한다는 주장에 확고하게 반대하며, 북한은 오로지 북한 인민의 대중인 북한 노동계급의 투쟁으로써만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극우 자신이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예리하게 구별하며 자유민주주의만을 고취시키려 한다는 사실이다. 가령 2011년 8월, 당시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학교 교과서가 민주주의 대신에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를 놓고 당시에 격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지금까지도 그렇듯이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똑같은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필자는 자유민주주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미니어처”여서 실제로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극우가 강화되는 앞으로의 시기에 본지 독자들은 민주주의에 관해 깊이 있게 토론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좌와 우를 나누는 결정적인 시험지가 바로 민주주의 문제 – 자유민주주의냐 민주주의냐 – 이므로 본지 지지자들은 민주주의, 특히 노동자 민주주의를 지향함을 분명히 해 둬야 할 것이다.

3. 로자 룩셈부르크가 제공한 통찰, 즉 정치적 투쟁과 경제적 투쟁이 결합되면 둘 모두에 좋은 효과를 내어 투쟁이 계급 전체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원리에 확고하게 근거해야 한다. 가령 1987년 6월 항쟁과 7~8월 대파업은 하나의 과정 속에서 서로 연결된 두 계기로, 바로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정치 투쟁과 경제 투쟁의 시너지 효과의 생생한 역사적 실례였다.

그러므로 올해 정치적 행동들을 돕거나 일으키는 일과 함께, 경제적 투쟁들이 일어나도록 애써야 한다.

만일 상황이 잘 전개된다면 투쟁이 대중 반란이라고 할 만한 수위로까지 고양될 수도 있다. 그리되면 혁명적 좌파에게 매우 우호적인 정치적 지형이 형성될 것이다.

경제적 투쟁을 일으키는 데에 일조하려면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노동조합의 대의 기구들로 진출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4. 윤석열 군사 쿠데타의 덜 직접적 요인이지만 더 근본적 요인으로 동아시아 지정학 문제가 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국힘과 거리 극우가 증오심을 갖고 집요하게 달려들 문제이므로 매우 깊이 천착해야 할 것이다.

극우 부상의 시기에 혁명가들의 최대 과제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한편으로 공동전선, 다른 한편으로 계급투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올해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고, 기회가 와도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과거가 현재와 달랐다면 미래도 현재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불가피한 일에 맞서 저항하지 않는 사람은 그 일이 애초에 얼마나 불가피했는지 결코 알지 못한다. 또, 저항을 해야만 하는데도 저항을 감행하지 않는 경우에만 절망이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극우에 맞대응하는 집회가 중요하다 ⓒ조승진

이 기사는 며칠 전인 2월 15일 노동자연대 대의원협의회의 한 세션에 최일붕 운영위원이 제출한 발제문을 편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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