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무계한 '일심회'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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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거창한 발표와 달리 검찰 수사 내용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알맹이가 없다. ‘일심회’라는 조직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여전히 장민호 씨의 진술과 그에게서 압수한 문건뿐이다.
장 씨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일심회’라는 조직을 알지도 못하고 서로 잘 모르는 사이라고 항변하자, 검찰은 조직원들이 서로 얼굴을 몰라도 되는 “단선연계·복선포치형 조직”이라고 우겼다.
검찰은 “[‘일심회’가 북에 보고한] 시민단체 동향도 국가 기밀”이라는 억지를 늘어놓으며 간첩 혐의를 적용했다. 인터넷으로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정보들과, 심지어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의 정치 성향과 술버릇까지 ‘국가 기밀’이라고 우긴다.
술버릇
검찰은 이번 사건을 “기존 정당[민주노동당]에 침투해 통일전선체를 구축하고 … 시민 단체를 내부 조정하려 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 규정이 뜻하는 바는 여중생 압사 항의 시위, 부산 APEC 반대 시위, 파병 반대 운동,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시위, 한미FTA 반대 시위 등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맞선 주요 투쟁들 뒤에 “북한의 촉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마녀사냥은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의 배후에 간첩이 있다고 주장한 전두환을 떠올리게 한다.
광기 어린 공안 탄압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공안 당국은 “민노당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민주노동당의 핵심 관계자까지 수사 대상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자”는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소극적 태도는 유감이다.
국가보안법 구속자가 10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지금, 탄압을 막아내고 민주적 기본권을 지켜내도록 다 함께 싸워야 한다.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마녀사냥에 침묵·회피한다면, 우리 운동은 그야말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