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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회 사건에 대한 최고위원회 결정은 재고돼야 한다

나는 14일 최고위원회가 드디어 말문을 연 '일심회'사건 대응 입장에 깊은 놀라움과 실망감을 느낀다. 〈한겨레〉에 따르면 최고위원회는 공식 유감 표명뿐 아니라 자체 진상규명에 따른 당헌 당규상의 조처를 취할 것을 결정했다.

민주노동당의 자체 진상조사 및 조처와 관련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당 관계자는 "최기영 사무부총장이 당원 350여명의 신상 정보를 북쪽으로 유출했다는 검찰 발표가 사실이라면, 당헌 당규의 기밀 누설에 의한 해당행위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경고에서 제명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다.

나는 오랜 침묵 끝에 내린 최고위원회의 결론에서 검찰에 대한 그 어떤 항의와 경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최고위원회와 의원단이 적어도 민주노동당을 북한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친북 위성정당쯤으로 호도하는 검찰에 강력 반발하기를 절실하게 바랐다.

나는 심상정 의원이 노무현 면전에서 한미FTA 협상을 당당하게 폭로했던 그 위품으로, 한미FTA 반대가 "북한의 촉수"와 북한 당국의 지령 때문이냐고 받아치길 바랐다.

나는 당이 그토록 땀 흘려 온 한미 FTA 반대 운동이, 그리고 철군 지지 90퍼센트를 넘는 여론을 등에 업고 있는 파병 반대 운동이,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이 북한 당국의 지령에 따른 거였냐고 강력 반발하는 최고위원회의 목소리를 찾을 수 없었기에 너무도 놀라울 뿐이다.

심지어 심재옥 최고위원은 〈한겨레〉의 인터뷰에서 피의자의 권리인 묵비권 행사를 나무랐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최 사무부총장 자신이 직접 나서, 당이 진실을 파악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말이다. 국가보안법이라는 악법에 맞서는 최소한의 자기 방어 수단이 묵비권인데 말이다.

최고위원회와 의원단은 냉철하게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예상해야 한다. 최고위가 아무리 명백한 유감 성명을 내도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 우익과 검찰은 이 쟁점을 대선까지 가져가려 할 것이다. 아무리 당이 유감 성명과 논평을 계속내도 관련자들을 당헌·당규에 따라 처벌해도 공안당국과 언론의 '일심회'를 이용한 민주노동당 헤집기는 계속될 것이다.

나는 조선일보가 1면에서 '000'운운했을 때 퍼뜩 대선 후보를 겨냥해 민주노동당을 공격하려는 작전명이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증거가 어디있냐'고 당이 반발한다 해도 보수 언론과 보수 정당과 공안당국은 해가 될 것이 없다. 항상 '아님 말구'식 아니었는가.

아무리 관련자를 처벌하고 당이 '일심회'사건과 무관함을 밝힌다 해도 내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앞두고 공안당국은 민주노동당 성장을 막기 위해 '일심회'사건을 부풀리려 할 것이다.

보수 우익들이 노리는 것은 정치적 효과다. 그렇다면 북한 정부에 당 내의 정보를 넘겨주었다는 사실 자체만을 떼어내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과장돼 있고 부풀려져 있을텐데 말이다.

검찰은 국정원의 협박으로 얻어낸 장민호 씨의 진술에만 의지해 조직사건을 꾸미려하니 조직원들이 서로 얼굴을 몰라도 되는 "단선연계 복선포치형 조직"이라는 황당무계한 억지까지 끌어다 쓰지 않았는가. 검찰은 중앙당 홈페이지 게시판과 지역위 홈페이지 게시판을 뒤져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활동 간부들의 인적 사항이 국가기밀이라는 억지 주장을 해 대고 있지 않은가.

만약 구속된 두 명의 전현직 당원들이 민주노동당 3백50여 명의 간부들의 성향 등을 북한 정부측에 전달했다는 기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런 부적절한 행위는 분명한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여기는 많은 당원들도 민주노동당 내부 상황이 북한 정부에 보고 대상이 된 것에 속상함을 토로한다.

그러나 이 부적절한 행위가 사실이라도 노무현 정부와 검찰한테서 국가보안법 탄압을 받아야 할 사항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내의 정보를 북한 정부에 유출한 잘못은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아도 된다고 보는 게 아니라면 검찰 탄압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북의 지령'과 '북한의 촉수'운운하면서 민주노동당이 주도하고 있는 운동과 대국민 영향력을 흠집내려는 보수 우익들의 노림수다.

나는 '일심회'사건 이후 국정원과 검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이나 집회에 매번 참여할 때마다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 마녀사냥의 교훈이 떠오른다.

1950년, 민주당 정부가 소련과 내통한 "용공 분자들"을 내쫓으라는 공화당 우익의 압력에 순응해 나가고 있을 중, 로젠버그 부부는 원자탄 기술을 소련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반역죄로 기소돼 국제적인 사면 압력에도 불구하고 사형을 당해야 했다.

미국의 진보 지성 하워드 진에 따르면 기소 내용은 많이 부풀려 있었을 뿐 아니라 1970년대에 공개된 FBI 문서에 따르면 로젠버그 부부에 대한 사형선고는 재판부와 검찰의 결탁 하에 사전에 미리 결정돼 있었다. 마틴 루터 킹과 1960년대 미국 민권운동 단체 중 하나였던 '학생비폭력조정위원회'SNCC : 촘스키가 가장 존경했던 시민운동이라고 말한 바 있다)의 젊은 흑인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반공주의 언론의 비난에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매카시즘이 운동을 약화시키려고 조작해 낸 사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지아주 알바니의 SNCC 활동가 찰스 셰로드는 민권운동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공산주의자의 침투'운운하는 저널리스트들을 통쾌하게 반박하는 데서 앞장섰다.

'일심회'사건의 본질은 민주노동당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국가보안법 휘두르기다. 검찰 기소장은 북한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정당이라는 모종의 인식을 퍼뜨려 진보정당의 급부상을 막으려는 보수 우익들의 무기이다. 일심회 사건에 대한 최고위원회의 결정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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