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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트럼프는 왜 과학 발전에 유해한 조처를 취할까?

트럼프가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F 케네디 2세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과학 연구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상황은 우려뿐 아니라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과학과 기술 분야에 대한 어마어마한 투자야말로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뒷받침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까? 한 익명의 과학자가 자본주의하에서 과학과 기술이 어떻게 왜곡되는지 짚어 보며 잘못된 대안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균형 잡힌 관점을 제공한다.

백신 회의론자가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다 트럼프는 이윤에 종속된 과학·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과 분노를 극우에 유리하게 뒤틀고 있다 ⓒ출처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정부하에서 미국의 학술 연구가 큰 격변을 겪고 있다.

최근 미국의 주요 의학 연구 자금 지원 기관인 국립보건원(NIH)은 과학자들에게 연구비 신청 때 mRNA 백신 기술 관련 언급을 연구 제안서에서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mRNA 기술 덕분이었다. 국립보건원의 권고는 현 보건복지부 장관인 로버트 F 케네디 2세가 백신이 효과적이지도 않고 안전하지도 않다고 주장한 것과 맞물려 있다.

한편,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국립보건원 연구비에서 간접비로 허용하는 금액을 15퍼센트로 제한하려 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조처 탓에 미국이 의학 연구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지위를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조처가 도입된 배경에는 일부 미국 대학들이 연구비의 최대 69퍼센트를 연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대학 시설, 인프라, 행정 비용 등에 사용하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미국의 고등교육이 여러 분야에서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것의 결과다. 대학들이 부족한 비용을 충당하려다 벌어지는 일이지만, 연구비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 정부의 우익 포퓰리즘이 과학적 합리성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과학과 사회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과학과 기술은 계급사회를 유지하는 데서 언제나 중요한 구실을 해 왔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탄생하면서 과학·기술과 사회가 맺는 관계는 크게 변화했다. 이전의 계급사회에서는 사회의 성장이 지배계급의 욕망에 달려 있었다.

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윤 추구 과정에서 혁신해야 한다는 압력이 끊임없이 생긴다. 이러한 압력 때문에 예컨대, 근래에는 암 치료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과 같은 발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과거의 계급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다. 오늘날 전 세계 연구 자금의 절반 이상은 새로운 살상 방법을 개발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자본주의가 작동하려면 자연 세계를 더 잘 이해하고 활용할 방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만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과학적 방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늘날 자본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기도 하다. 트럼프와 같은 우익 포퓰리스트들은 이런 위기 상황에 대한 분노를 가공의 사회적 위협 세력에게 향하도록 뒤틀면서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트럼프의 연구비 삭감은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권과 교육권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익 운동은 음모론을 성장 동력으로 삼기도 한다. 백신 반대 운동은 ‘대형 제약회사들’이 안전하지 않은 백신을 속여서 접종시키고 있다고 여긴다. 백신의 효능이 아니라 이윤 창출이 진정한 동기라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정부효율부가 행하는 조처의 주된 원동력은 평범한 사람들이 힘들게 번 돈으로 낸 세금을 비효율적이고 부패한 정부 기관들이 헛되이 쓰고 있다는 생각이다.

두 견해 모두 부분적으로는 진실을 담고 있다. 백신은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의약품에 속하지만, 제약회사들이 이윤을 위해 백신을 개발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아이러니이게도 트럼프와 머스크는 자신들이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세력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지배계급의 일부이며, 그들의 행동은 결코 평범한 사람들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주의자들은 최근의 상황 전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는 미국 대학들의 의학 연구비 유용이 고등교육이 시장화된 결과라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부유층에 세금을 매겨 대학 교육의 재정을 마련해서 모두에게 무상으로 제공돼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증거 기반 의학(백신 포함)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이런 의학에 더 많이 투자하라고 요구하며 싸운다. 이는 말라리아나 결핵 같은 질병을 막을 백신 개발에 투자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뜻하는데, 그 질병들은 주로 저개발국 사람들이 겪는 문제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도외시돼 왔다.

궁극적으로 사회주의자들은 매우 다른 사회를 지향한다. 새로운 살상 방법 개발에 쓰이고 있는 자원을 의약품 개발에 쓰는 사회, 그리고 이윤이 아니라 모두의 필요를 위해 그러는 사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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