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드러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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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와 그가 주도하는 IT 기업주들의 무리가 미국 정부에서 날뛰는 것을 보며 나는 엥겔스가 1879년에 쓴 글귀를 곱씹어 봤다. “근대 국가는 ⋯ 노동자들은 물론 개별 자본가들이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외적 조건에 끼어들어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부르주아 사회가 그 외적 조건 전반을 유지하려고 마련한 기구일 뿐이다. 근대 국가는 형태와 관계없이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적 기구이고, 자본가들의 국가이며, 관념적 국민 총자본의 화신이다.”
여기서 엥겔스는 국가가 개별 자본가들의 도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가는 자본가 계급의 전체적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는 기업주들에게서 세금을 걷고, 그들의 활동을 규제하고, 때로는 그들의 자산을 징발하기도 한다. 조직 노동자들의 압력 때문에 국가는 거대한 복지 서비스를 발전시키기도 했다. 노동계급 가구들을 효율적이고 비교적 고분고분한 착취 대상으로 만들어서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신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를 받는 한 거대 자본가가 그 과정을 되돌리고 국가를 과감하게 축소하려 한다. 〈뉴욕 타임스〉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할 때 썼던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머스크는 ‘프로젝트 2025’의 구상을 실현하고 있는데, 그 계획을 세운 것은 극렬 신자유주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다. 그 계획의 수립자 러셀 보트는 최근 백악관 예산관리국 국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큰 정부’를 공격하는 것보다 더 큰 판돈이 걸려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에드워드 루스는 트럼프가 “1970년대 중반 닉슨의 사임으로 막을 내린 제왕적 대통령제를 되살리려 한다”고 주장한다. 매우 예리한 지적이다. 트럼프의 재선을 히틀러의 권력 장악과 비교하는 온갖 호들갑스러운 논평들보다 훨씬 정확하다.
젊은 시절 트럼프는 사악하고 부패한 공화당원 변호사 로이 콘을 멘토로 삼았다. 콘은 반공주의 마녀사냥을 벌이던 냉전 초기에 매카시의 당시 측근이었다. 닉슨도 반공주의 마녀사냥에서 한 구실을 발판으로 정계에서 부상할 수 있었다.
닉슨은 1969~1974년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대통령의 권한에 부과된 헌법의 제약을 뛰어넘으려 했다. 예컨대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에 맞서 닉슨은 자신이 반대하는 목적을 위해 국회가 통과시킨 지출을 “유보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닉슨은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을 분쇄하고 1972년 대선에서 재선되기 위해 감시와 탄압, 더러운 속임수를 일삼는 거대한 비밀 기구를 구축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그 기구의 실체가 점차 드러나자 닉슨은 1974년 8월 사임해야 했다. 이후 국회는 대통령 권한에 여러 제약을 가했다. 닉슨을 배출한 인맥 속에서 정치를 배운 트럼프는 이제 그 제약들을 제거하려 한다. 예컨대 머스크와 그의 일당은 미국 재무부를 장악하고 자신들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지출을 중단시키면서 대통령의 “지출 유보” 권한을 다시 관철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닉슨과 달리 자신의 지지자들이 상원과 하원, 대법원을 장악하고 있어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또, 적어도 지금까지는 빅테크 기업들과 월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다면 그 결과는 전면적 파시즘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훨씬 권위주의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버전일 것이다. 정치 권력이 백악관에 집중될 것이다.
무엇이 트럼프를 저지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머스크의 공격 부대는 미국 복지 국가의 핵심인 메디케어[노인 의료 보험]와 메디케이드[빈곤층 의료 보장], 사회보장제도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또, 탄압 기구의 일부를 숙정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특히 연방수사국(FBI)이 그 표적이 됐지만, 안보 기구의 핵심인 국방부와 중앙정보부(CIA)는 아직 표적이 되지 않았다. 과거에 매카시는 미군을 조사하려 들다가 거꾸러졌다. 그리고 다른 기업주들은 “관념적 국민 총자본의 화신”이 거액의 보조금을 타 먹는 오만방자한 새파란 IT 기업주의 놀이터가 되는 것에 싫증을 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무엇도 대중 동원을 대신할 수는 없다. 닉슨의 몰락을 불러온 것은 거대한 반전 운동이었다. 대중은 처음에는 신속하고 무자비한 공격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조직하고 저항하기 시작했다. 결연하고 용감한 저항은 저 가증스러운 범죄자들과 광분한 자들을 결국 몰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