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제87차 서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가자지구 봉쇄에 항의하는 글로벌 행동의 목소리가 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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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팔연사)의 87번째 서울 집회가 열렸다.
이스라엘은 인종 학살을 목표로 기아를 조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구호’ 활동을 한다면서 배급소를 세우고는 거기에 모여든 팔레스타인인들을 100명 넘게 죽였다. 이틀 전부터는 그런 ‘구호’ 활동도 중단시켰다.
한편 미국은 UN 안보리 휴전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좌초시키며 이스라엘을 거들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이스라엘의 구호품 차단과 기아 조장을 규탄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Stop starving Gaza(가자지구 기아 조장을 끝내라)!”

이날 집회의 사회를 맡은 연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모임 ‘얄라 연세’의 임재경 씨는 집회를 시작하며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에 맞서는 글로벌 연대 운동 소식을 전했다.
“가자지구와 라파흐 국경을 열라고 요구하는 여러 시위와 행동들이 전 세계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특히 6월 15일에는 수천 명이 이집트에 모여 라파흐를 향해 행진한다고 합니다.(‘글로벌 행진’)
“이 행진의 일환으로 그레타 툰베리와 팔레스타인계 프랑스 의원 등이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서 ‘자유 선단 연합’ 매들린 호를 타고 항해에 나섰습니다.” 이스라엘은 이 배에 ‘조치를 취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런 국제적 행동을 지지하며 가자지구 봉쇄 해제를 요구했다.
첫 순서로 참가자들은 가자지구 현지에서 온 음성 메시지를 함께 들었다.
“지난 2년간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인종 학살과, 가자 주민 전체가 겪은 반복적인 강제 이주를 직접 경험하고 목격하고 있는 한 시민입니다.
“상황은 정말 매우 어렵습니다. 지난 3개월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국경 봉쇄 때문에 영양실조 문제가 심각하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제가 이 메시지를 녹음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가자지구에는 폭탄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연대는 가자 주민들이 이 비극을 견딜 수 있게 해주고, 누군가가 우리를 생각하고 있다는 위로를 줍니다. 한국인 여러분, 활동가·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둘째 순서로 그간 집회에서 다국적 자원봉사단(‘팔봉이’) 활동을 꾸준히 해 온 간호사 백선희 씨가 발언했다.
“저는 이스라엘이 정말로 하마스를 찾기 위해서, 이스라엘 인질을 찾기 위해서 병원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이 무엇을 표적으로 삼는지 보면 이것이 거짓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달 가자지구 주요 병원 네 곳이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이스라엘이 이 병원들의 발전기와 연료탱크, 물탱크, 산소발생기, 의료용품 보관소 등 주요 시설을 표적으로 파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례는 이스라엘이 의료 시설과 물품들을 의도적으로 파괴할 뿐만 아니라, 공급 자체를 차단해서 사람들이 치료받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다음 발언자는 인도네시아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조직하고 있는 이스하끄 무나와르 교수였다. 그간 집회에 꾸준히 참가해 온 재한 인도네시아 무슬림 공동체의 소개로 이날 집회와 행진에 참가했다.

그는 연설에서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인종학살이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을 지키기 위해서 무슬림일 필요는 없습니다. 기독교인, 가톨릭 신자, 개신교도, 불교도, 힌두교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인간이라면, 사람이라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돕는 것이 마땅한 의무일 것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이처럼 팔레스타인 연대를 느끼고 시위를 한다는 것에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집회에 다양한 외국인들이 참가한 것을 보며 “열린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발언자는 다음 주 이집트에서 있을 ‘글로벌 행진’에 참가하는 박강가 씨였다.
“저는 가자지구 글로벌 행진에 참여할 것입니다. … 혹시 함께 가는 한국인을 아시면 제게 알려 주세요.
“가자지구와 라파흐 국경이 기필코 열리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해서 국경 너머에 쌓여 있는 의료 물자와 구호물자가 들어갈 수 있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는 그간 SNS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해 왔지만 이번 ‘글로벌 행진’에 자원하면서 오프라인 집회에도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또한 자신의 현지 활동 소식을 한국에 전파해 줄 친구들을 이날 집회에서 구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모든 발언이 끝난 후, 사회자는 최근 팔연사 활동가들이 파주와 인천의 이슬람 사원들을 방문해 팔레스타인 연대를 호소한 활동을 보고했다. 이주노동자들이 다수인 신도들은 70만 원 가까이 후원했다. 이 소식을 전한 사회자가 말했듯이, 2년 가까이 집회가 한 주도 빠짐없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이런 후원 덕분이다.
이날 집회에서는 취지에 공감한 한 한국인이 후원금 100만 원을 쾌척하는 일도 있었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종각역, 인사동, 미국 대사관을 지나서 이스라엘 대사관으로 행진하며 주말 시내에 나온 행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다음 주에도 집회에 모일 것을 다짐했다. 조직자들은 글로벌 팔레스타인 운동이 가자지구 봉쇄에 항의하는 연대 행동들을 하고 있다며 연대를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