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과 참여연대의 최저임금안은 낮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더 많이 받아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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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급의 생계비 고통이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의식주와 관련된 필수 생활물가가 크게 올라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비 부담은 훨씬 커졌다.
반면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매우 저조했다.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 등이 참여하는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의 조사를 보면, 2021~202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경제 성장률 + 물가 상승률’보다 무려 12퍼센트나 낮았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의 지적처럼 “임금 인상률이 ‘경제 성장률 +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면 분배 구조가 악화”된다.
그간 최저임금 자체가 낮아서 저소득 노동자의 생계 ‘최저선 보장’이라는 취지를 충족하지 못해 왔다.
‘직장갑질119’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1만 30원’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57퍼센트는 내년 최저임금이 최소 월 251만 원(시간 당 1만 2,000원)은 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는 올해 최저임금 협상에서 요구액을 지난해보다도 낮춰서 제시했다.
지난해 요구안은 시급 1만 2,600원이었는데, 올해에는 1만 1,500원(월 240만 3,500원)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지난 5년간의 최저임금 실질 삭감분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 결과에도 못 미치고,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시한 2024년 비혼 단신 월 생계비(265만 원)와 비교해도 25만 원이나 적다.(노동자 평균 가구원 수는 2.78명)

운동의 목표 자체가 저임금 노동자들의 바람을 제대로 대변하기에 부족한 것은 문제적이다.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의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를 부담스러워하는 듯하다. 체제 안에서 개혁을 얻으려는 정치는 결국 선성장 후분배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1퍼센트 미만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초부터 이재명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어 극우에게 반격의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고도 여길 것이다. 노동계가 초반부터 발목 잡는 모양새는 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노동자 생활수준이 중요하다
최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처지가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가 많다. 지난해 폐업한 전체 사업자 수가 역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하는데, 그중 다수가 자영업자이다.
윤석열이 당선될 때, 우익은 문재인의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며 집중 공략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 위기 때문에 삶이 무너져 내린 중간계급이 극우의 품에 안기지 않게 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런데 노조 지도자들은 노동계급 고유의 이해관계를 고집하지 말고 중간계급의 이해와 조율(타협)하는 것을 통해 중간계급이 극우 세력에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전략은 중간계급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으로 노동계급의 요구를 억제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처지 개선을 위해 투쟁에 나서는 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중간계급은 본질적으로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서 끼어 있는 계급이다. 경제 위기가 심화될수록 양대 계급 모두에게서 큰 압박을 받는다.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이나 노동시간 단축 요구 등에서 손해를 입기도 하지만, 동시에 은행 고금리와 높은 임대료, 플랫폼 수수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부담 전가 등 자본가들 때문에도 고통을 받는다.
만약 노동자 투쟁이 성장해 임금과 일자리, 복지를 늘린다면 자영업자 상당수도 소비 진작으로부터 이득을 볼 것이다.
그러나 경제 공황기에는 사태가 그렇게 진행되기가 쉽지 않다. 소규모라도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노동자 임금 인상 자체가 그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임금 인상 자제로 연합이 성공하기도 어렵다.
다급한 처지의 중간계급은 자본가들과 노동자들 사이에서 양극화된다. 끼인 처지 속에서 중간계급은 더 강력하게 대안을 제공하는 사회 세력에게 이끌리게 된다.
그래서 이런 시기에는 정치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부문주의(경제주의)는 좋은 수단이 되지 못하지만, 그 정치가 계급 간 협력을 위해 노동계급의 고유한 이해관계와 투쟁 방법(파업)을 자기 제한하는 것이라면, 중간계급을 노동자들 쪽으로 견인하기 어렵게 된다.
자기 이익도 못 지키는 것은 노동계급이 강력한 사회 세력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그러면서 다른 계급을 견인한다는 것은 공상적이다.
중간계급을 노동계급 쪽으로 끌어당길 방법은 노동계급이 강력한 힘(파업 등 계급투쟁)을 십분 발휘해 민주주의 후퇴를 막아내고 노동자 등 서민층을 위한 요구를 쟁취하는 것이다.
그동안 상당수 노조 지도자들은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 개선을 위해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며 저임금 노동자들의 요구마저 제한하려 하고 있다.
투쟁을 자제하고 계급을 초월한 도덕적 헌신으로 여타의 계급을 설득해 보자는 발상은 이제 더한층의 경제 침체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마저 자제하자는 주장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바람과 달리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 시기에 ‘사회 평화’를 유지하면서 노동자들과 중간계급의 처지를 개선할 방안이 없다. 자본가들을 물러서게 할 투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노동계급 내에서, 그리고 노동계급과 중간계급 사이에 갈등만 심해질 뿐이다.
노동자들의 생활고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계급투쟁이 보편화돼야 한다. 그 과정을 거쳐 노동계급 대중이 사회를 뜯어고칠 힘을 보여 줄 때, 자영업자 같은 중간계급도 노동자들을 따를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