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수술 의사 살인혐의 구속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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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 낙태’ 사건의 산부인과 병원장과 집도의가 어제(6월 28일)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가 ‘36주 낙태 유튜브 영상’에 대해 직접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경찰은 8개월 동안 집요하게 보강 수사를 진행했다. 담당 검사 역시 적극 협조하며 힘을 실은 듯하다.
수사당국은 ‘살인죄’를 적용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 증거는 끝내 확보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법원은 이전 구속영장 기각 사유였던 ‘증거인멸 우려 부족’을 번복하며 구속을 단행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수많은 사람을 살상하려 한 쿠데타 미수범 윤석열은 자유로운 몸으로 버젓이 돌아다니는데, 여성이 원하는 임신중지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담당 의사와 병원장이 구속되다니 정말 분노스럽다.
경찰은 현재 ‘36주 낙태’를 한 여성 본인도 ‘살인 혐의’로 불구속 수사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의료진과 브로커 등 6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병원장과 집도의 구속은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수사 확대 가능성도 우려스럽다. 경찰은 해당 병원에서 임신중지 시술을 받은 여성 수백 명의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병원은, 다른 병원에서 낙태 시술을 거절당한 여성들이 찾아가는 곳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36주 낙태’ 당사자인 여성이 살인죄로 기소되거나, 과거 임신중지 시술을 받은 여성들까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반동적이고 위험한 공격이므로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
여성의 선택
지금 경찰과 검찰은 ‘36주 낙태’ 사건에서 “태아를 고의로 방치해 살해했다”는 주장이 명백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는 없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에서 태아가 사산된 것인지, 생존한 채 나와 고의로 방치되었는지는 핵심 쟁점이 아니다.
후기 낙태 시술은 보통 약물을 주입해 태아의 생존을 먼저 중단시킨 뒤, 유도 분만 또는 제왕절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사산).
다만 사산이 여성의 안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경우, 분만 이전의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태아가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그런 태아는 없다.
‘36주 낙태’ 시술의 구체적인 과정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이 임신중지를 원했고, 그에 따라 수술이 이뤄졌다면 그 누구도 처벌해서는 안 된다
후기 낙태는 전체 임신중지의 1퍼센트도 되지 않지만, 후기 낙태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면, 전체 임신중지 접근성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병원들이 시술을 꺼리거나 비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그 피해는 여성들, 특히 노동자·저소득층 여성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이러한 공격이 강화되면, 반낙태 세력은 더욱 자신감을 얻고 활동을 확대할 것이다.
이미 극우 학부모 단체나 개신교 우파 단체들은 ‘낙태는 살인’이라는 교육과 홍보 행사를 확대하며 기층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에는 ‘안티 젠더(페미니즘)’ 기치 아래, 이재명 정부의 성평등가족부 전환 시도조차 좌시할 수 없다며 집회를 열었다.
임신중지는 “살인”이 아니라, 여성의 권리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오직 여성만이 선택할 자격이 있다. 여성의 몸에 종속된 태아를 앞세워, 여성을 통제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국가기관의 후기 낙태에 대한 공격을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후기 낙태를 포함해 모든 임신중지는 조건 없이, 전면적으로 보장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