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방치된 임신중지권, 온전히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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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후기 임신중지 탄압을 고리 삼아 임신중지권 공격을 시도했다. 윤석열의 보건복지부는 36주 임신중지 수술을 받은 여성과 수술 집도 의사를 살인죄로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도 임신중지권 입법화를 외면해 온 민주당의 행보를 계승하려 한다.
대선에서 이재명은 임신중지권에 대해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주제”라며 회피로 일관했다. 지난 20대 대선(2022년)에서 공약한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방안에 대해서도 이번에 침묵하면서 더 후퇴했다.
이재명은 여성이 겪는 “구조적 차별”을 인정한다고 했지만, 여성의 삶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임신중지권 보장은 외면하고 있다. 임신중지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우파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이런 후퇴에는 저출생 문제에 대한 우려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지배계급은 저출생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병역 자원 감소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이런 우려에 공감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원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저출생 극복’이 이재명의 10대 공약에 포함됐다.
물론 이재명은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여기는 성차별주의자는 아니다. 그러나 임신중지권 무시는 여성이 자신의 몸을 통제할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반낙태 진영의 사기를 더욱 올릴 것이다.
낙태 전쟁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극우는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공격해 왔다. 특히, 미국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와 트럼프의 임신중지 공격이 전세계 극우를 고무했다.
한국의 우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에도, 기층에서 계속 조직해 왔다.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가 후기 임신중지를 공격하자, 반낙태 보수·우파는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의원들과 공조해 임신중지 규제 입법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10월 27일에는 23만 명(경찰 추산)이 집결한 ‘한국교회 연합예배’의 100대 기도 제목에 “낙태 반대” 의제가 15개 포함돼 있었다. “태아 생명 보호,” “건강한 가정,” “저출산 해결” 등이 언급됐다.
6월 14일 퀴어퍼레이드 반대 집회의 주최측도 동성애 반대뿐만 아니라 낙태 반대를 설파하고 있다.
극우는 선거에서 졌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극우 성장의 토양인 자본주의의 다중 위기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앞으로 이재명 정부의 개혁 배신으로 인해 생겨날 환멸에서 극우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높다.
임신중지권 보장 운동 측은 이런 극우와의 전투를 치러야 할 수 있다.
비용 부담
극우와 우파는 임신중지를 금지하거나 대폭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번 국힘 우파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임신 초기(6주 또는 10주 이내)의 임신중지만 아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사실상 ‘낙태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신중지 금지·규제는 여성들에게 매우 해악적이다. 여성들을 음성적이고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 방법으로 내몰아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
실제로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후, 미국에서는 술, 독성 약물, 배 때리기 등 자가 낙태가 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후 임신중지와 관련한 진료와 수술 등을 거부당한 여성 최소 5명이 사망했다.
얼마 전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임신 9주 차에 뇌사 판정을 받은 한 여성이 낙태금지법 때문에 가족의 생명 유지 중단 요청이 거부돼 강제로 임신을 유지하고 있다. 충격적이게도 병원은 32주까지 임신을 유지한 후 제왕절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현재 임신중지가 불법은 아니지만,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6년째 임신중지권이 방치되면서 여성들의 고통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입법 공백 시기 여성의 임신 중단 인식과 경험 연구’에 따르면, 입법 공백 이후 임신중지 시술 비용이 인상됐다.
이로 인해 특히 노동자·청년 등 서민층 여성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임신중지를 고려했으나 비용 부담 때문에 시술을 받지 못한 여성은 17.6퍼센트에 달했다.
여성들은 임신중지 과정에서 과잉 청구, 현금 요구, 의료 과실 등 부당한 일을 겪어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며, 여전히 사회적 낙인에 시달리고 있다.
미프진(유도유산제)은 여전히 불법이다.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효용성이 입증됐음에도, 문재인·윤석열 정부는 미프진을 허가하지 않았다. 올해 1월 한 제약회사가 미프진 허가를 다시 신청한 상태다.
이재명 정부는 미프진 도입을 허가하고, 임신중지권을 보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