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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가짜뉴스 처벌, 정당 현수막 제한 …:
극우 막자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권력비판 입틀막”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반대하는 언론 노동자들 ⓒ이미진

최근 민주당 주도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정당 현수막 규제법(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해당 상임위들을 통과했다.

두 법 모두 극우의 가짜뉴스나 혐오 표현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법들은 극우를 약화시키는 효과는 매우 작은 반면, 국가 권력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광범한 권한을 쥐여 주고 그 결과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민주적 권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의 골자는 소위 ‘불법정보’를 게시한 언론과 온라인 게시물 작성자를 징벌적 손해배상 등으로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다. 문제는 ‘불법정보’와 ‘가짜뉴스’의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라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을 막는 데 이용되기 십상이라는 데 있다. 정치인 등에 대한 보도에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언론 단체들의 합당한 문제 제기는 반영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계엄 준비 의혹이나 김건희의 부패 의혹 등을 가짜뉴스로 몰아 처벌하려 했다. 하지만 대중 투쟁이 윤석열을 끌어내리면서, 그간 가짜뉴스라 치부했던 것들이 진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당 현수막 규제법은 이젠 정당도 현수막을 달려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소규모 극우 정당 현수막을 지자체들이 몇 개 철거할지는 몰라도, 극우의 중심인 국민의힘 현수막을 과연 어떤 지자체가 불허하거나 철거할까?

이 법은 현실에서는 좌파 정당 현수막에 대한 국가 간섭이 더 심해지는 효과를 낼 것이다.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에서는 안정적 게첩을 위해 정당 현수막 형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수막 간섭은 단지 좌파 정당들의 피해로 그치지 않고 아래로부터 운동이 합법적으로 목소리를 낼 방법을 제약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옹호하는 민주당은 ‘체제 안정’을 지향한다. 그래서 때로 극우가 극성떠는 것을 견제하지만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이 분출하는 것도 마뜩치 않아 한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대통령실 앞 집회를 금지한 일,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 경로 일부를 불허한 것은 정부의 칼날이 단지 극우에게만 향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급진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조국혁신당도 민주적 권리 수호 문제에서 일관되지 못하다. 조국혁신당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되는 데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조국혁신당은 원래 이 법을 반대했다. 그런데 12월 10일 조국혁신당은 이틀 만에 입장을 바꿔 민주당과 비공개 협상으로 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조국혁신당은 독소조항을 뺐다며 자신들을 정당화했지만 오픈넷, 참여연대 등 이 법을 비판해 온 NGO들은 민주당 원안과 대동소이하다며 조국혁신당을 반박했다.

진보당은 지난 10월 민주당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신중론을 폈지만, 이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상임위 졸속 통과는 비판하지 않았다. 기본소득당과 사회민주당은 관련된 입장을 찾을 수 없다.

국가 제재라는 부메랑

한편, 정당 현수막 규제법의 경우에는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개혁진보4당’의 이름으로 공동으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정당 활동 자유 침해에 반대할 뿐, “혐오, 차별, 허위 선동” 등 현수막 내용 규제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같은 취지에서 손솔 진보당 의원도 ‘정당 현수막 인종혐오 표현 규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혐오, 차별, 허위 선동”이 상당히 자의적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국가의 표현 규제를 (조건적으로라도) 필요한 것으로 보면 민주적 권리를 일관되게 방어하기 어렵다.

국가의 규제가 진보 측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정당 현수막 규제법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걸려 있는 인종학살 규탄 정당 현수막을 ‘유대인 혐오’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규제할 가능성은 없는가? 유럽과 미국 정부들이 혐오표현 금지를 진보적 목소리를 탄압하는 데 쏠쏠하게 이용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모르지 않는다.

일부 자유주의자들처럼 극우도 대화와 토론의 대상으로 존중하자는 말이 아니다. 극우를 법률로 제재하는데 골몰하기보다는, 극우를 반대하는 대중의 목소리와 행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노동계급이 표현의 자유와 같은 민주적 권리를 가지고 토론하고 조직하고 투쟁해서 의식과 조직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법들은 오히려 대중의 민주적 권리 행사를 제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해야 한다.

더욱이 좌파가 이런 문제에서 날카롭게 민주적 권리를 옹호하지 않는다면 극우가 표현의 자유의 대변자 행세를 할 것이다.

기층의 활동가들은 법에 기대는 게 아니라 민주적 권리를 방어하고 거리와 작업장, 대학에서 토론, 시위, 행진, 파업 등이 활발하게 벌어질 수 있게 애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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