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망법 개악 논란:
                        
                                    
            
            
                왜 집권만 하면 표현의 자유 침해 입법을 하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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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극우의 허위 조작 정보 유통을 막겠다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허위 조작 정보, 불법 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부수고 태우는 개악안이다. 기자협회, 언론노조, 오픈넷 등은 개정안을 반대했다.
 
 개정안은 허위 정보와 허위 조작 정보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불법정보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하더라도,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이하 “허위정보”라 한다) 및 이러한 허위정보 중 유통될 경우 타인을 해(害)하게 될 것이 분명한 정보(이하 “허위조작정보”라 한다)를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현 정보통신망법의 “불법 정보” 개념은 개인의 사생활, 명예훼손(사실 적시 포함), 국가보안법상 금지된 표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조항 자체가 이미 억압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더욱 개악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지난해 9월 터트린 계엄 음모·준비설은 당시 허위 정보로 취급받았다. 당시에 그런 폭로가 명명백백하게 사실임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그런데 그런 사전 폭로가 없었더라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사람들이 그렇게 빨리 반응할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개정안이 “불법 정보” 요건에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뺐기 때문에 개선이라고 주장하지만, “타인을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요건으로 허위 조작 정보를 규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삭제는 무의미하다.
가령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의 외가가 1980년대 소유했던 그레이스 호텔에서 공안기관의 장기 구금과 고문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은 나경원이라는 “타인을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한 정보”다. 그런데 이 정보가 금지돼야 할 정보인가?
나경원은 제21대 총선 때 이를 보도한 〈민중의 소리〉 기자를 고소했었다. 다행히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고 무죄가 나왔지만 말이다.
10월 27일 열린 언론 4단체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이준형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이 조항에 대해 “타인을 해할 가능성이 아니라 ‘조작 행위’의 여부가 허위조작정보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옳게 비판했다.(〈미디어 오늘〉)
왜 구체적인 조작 행위가 아니라 타인을 해롭게 한다는 것이 허위 정보를 규정하는 기준에 들어가야 할까?
즉, 노동계급 대중에게 표현의 자유란 정치적·경제적 권력자들로부터의 자유, 권력자들에게 맞설 자유인데, 이런 법들은 허위 정보 문제를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위치지움으로써 권력자들이 자신의 부패와 비위에 대한 의혹 제기를 허위 정보 취급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개정안이 “반복적으로 또는 공공연하게, 인종·국가·지역·성별·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폭행·협박·명예훼손·모욕 또는 증오심을 선동하는 내용의 정보”도 금지돼야 할 정보로 규정한 것도 문제다.
인종차별적이거나 외국인 혐오적 선동에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약자에 대한 권력자의 차별과 모욕, 혐오를 넘어 모든 대상에 대한 명예훼손·모욕·증오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 즉 국가 검열권으로 그런 문제들에 대처하려는 것은 피억압자들(의 운동)을 억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인종학살과 인종청소를 버젓이 자행하는 이스라엘 국가에 맞서 지속적으로 반대 집회를 여는 것은 증오를 선동하는 것이므로 법으로 금지해야 하는가? 이스라엘을 “ISRAHELL”이라고 적거나, 시오니즘을 나치즘에 비유하는 것은 명예훼손과 모욕인가?
그런데 우리가 학살자들의 명예를 존중해야 하는가? 학살자들과 부패한 권력자들에 대한 증오·모욕·조롱은 정치적·도덕적으로 완전히 정당하다. 모든 증오(혐오)가 죄가 될 순 없다.
권력과 표현의 자유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연상시킨다. 그때도 문재인 정부는 가짜뉴스 단속을 명분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시도했고, 모호하거나 독소 가득한 조항들 때문에 언론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당시 국힘은 그 법안을 반대했다. 그러다 막상 윤석열 정부하에서는 보복 소송을 적극 활용해 정권 비판을 막았다. 훨씬 더 우파적이고 권위주의 친화적인 국힘답다.
그런데 민주당도 집권하니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법안을 다시 내놓은 것이다.
집권하는 정부마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4년 만에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개악안을 들고 나온 것은 집권당으로서 자신들이 국가 검열권을 행사하는 기관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섰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에 영향을 행사해 정권 방어와 다음 선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와 달리 언론중재법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유튜브도 단속·검열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것이다. 그래서 ‘가짜뉴스’ 대신 허위 (조작) 정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동안 주류 매체들도 개인들의 유튜브 등을 허위 정보의 온상이라며 규제 강화를 주문해, 언론에 대한 신뢰 위기를 유튜브 탓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이런 일은 장기 침체에 따른 복합 위기 속에서 지배계급이 정당성 위기를 겪는 것에 대한 주류의 대응이다.
이번 개정안은 비주류 개인들이나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줄여 레거시 미디어와 권력자들을 보호하는(비판으로부터의 자유) 개악이다.
표현의 자유 제약으로 극우를 막을 수 없다
국가 검열권 강화로 극우의 성장을 막을 수 없다. 지금 극우의 주류화 속에서 국힘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혐중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그에 기반한 각종 법안들을 제출하는데, 이번 개악안이 그런 행위를 처벌할 수 있을까?
그런 점만 봐도 이번 개정안이 우파의 해악을 제어하고, 천대받거나 저항하는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에 도움이 되는 법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단지 거짓말에 속아서 극우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니다. 극우 운동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위기를 엉뚱한 곳으로 돌려(반중·반북 선동) 그 위기를 (폭력적으로) 해결하려는 운동이다. 위기가 지속되고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극우 선동이 대중에 미치는 영향을 약화시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