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기념 집회: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하며 이란 공격 반대를 외치다
—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주최
〈노동자 연대〉 구독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이 주최한 3월 7일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연대를!’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여성들이 사회자, 연설자, 구호 선창자로 활약했다. 또한 다양한 국적, 인종, 종교의 여성들이 집회의 기획, 준비, 운영을 이끌었다.
이날 집회의 사회자는 재한 팔레스타인인 여성이자 팔연사 공동간사 나리만 씨였다.
그녀는 매주 연대를 이어 가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이렇게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여성은 단 한 번도 단순한 피해자인 적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불꽃과 가정을 지키는 파수꾼이며, 폐허 속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써 내려가는 존재들입니다.”
나리만 씨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리는 이러한 개입이 민주주의가 아니라 지역의 파괴와 분열, 그리고 자원 수탈을 가져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이란의 학교와 사원, 병원을 겨냥한 학살은 우리가 가자에서 목도하며 피눈물을 흘렸던 바로 그 장면들입니다. 살인자들이 내세우는 빈약한 변명 또한 똑같습니다.“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팔레스타인인 여성 시마 씨는 가자지구 여성의 관점에서 쓴 시를 낭송했다. 그 시는 부모님과 남편이 살해당하고 딸아이가 팔다리를 잃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비통함과, 그럼에도 절대 도망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전하며 다음과 같이 끝맺었다.
“우리 여성들은 초인적 영웅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피해자만도 아니고, 숫자이기만 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어서 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 연단에 올랐다. 산부인과 전문의이기도 한 오정원 부위원장은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이 강요하는 인간 이하의 조건에서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겪고 있는 출산, 육아 등에서의 고통을 전했다. 또한 연대야말로 전쟁을, 그리고 가부장제와 성차별을 정의롭게 막아 낼 힘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쿠피예에서 활동하는 영국인 학생 엠마 씨는 이스라엘이 히잡 착용을 여성 억압의 상징처럼 말하는 것을 반박하며,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인종학살과 점령을 진정한 문제로 지목하고 있음을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의 조수진 교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폭격으로 이란 초등학생 165명의 목숨을 앗아 가고도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팔레스타인에서 보여 준 행태의 연장이라고 지적했다.
“학교뿐 아니라 이란 병원들을 폭격하고 주택가를 폭격하는 모습도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습니다.
“가자 학살이 이란 전쟁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교보문고 앞을 지나던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연설을 유심히 들었다.
행진을 시작하기 전 대학생들과 프리랜서 예술가 등으로 구성된 4인조 그룹이 ‘우리 결속의 힘’이라는 주제로 노래 공연을 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 깃발과 ‘이스라엘은 인종학살 멈춰라’ 띠를 흔드는 모습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껏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200여 명의 참가자들은 행진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테러리스트!” “프리프리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은 인종학살 중단하라!” 하고 외치는 행진은 미국 대사관과 안국역을 거쳐 이스라엘 대사관까지 이어졌다.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프리 팔레스타인”과 “Stop bombing Iran”(이란 폭격 멈춰라) 구호를 번갈아 외치기도 했다.
한국 생활 3년 차인 인도네시아 출신의 바이스 씨(35)는 트럼프와 네타냐후에 분노하여 이날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약 3시간 걸려 서울에 왔다고 전했다.
이날 처음으로 팔연사의 자원활동가(팔봉이)로 활동한 케냐인 유학생은 “이토록 다양한 여성들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제가 일조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하고 뿌듯함을 전했다.
행진을 마치면서 주최 측은 다음 주에도 집회가 열릴 뿐 아니라 3월 29일 일요일 열린송현녹지광장(안국역 1번 출구)에서 열릴 ‘트럼프와 네타냐후에 맞선 전국 집중 행동의 날’에 주변 사람들과 함께 최대한 많이 모여 달라고 호소했다.
팔레스타인인 여성 A 인터뷰
[서안지구 출신으로 지금은 미국에서 생활하는 A 씨는 2024년 한국 방문 중 우연히 팔연사 대열을 만났다. 그녀는 당시 “우리 민족의 깃발을 보는 순간의 그 놀라움과 기쁨”을 생생하게 회상했다. 이번에 또다시 한국에 와서 팔연사 집회를 찾은 그녀는 팔레스타인을 상징하는 기념품을 한 아름 안고 참가자들에게 나눠 줬다.]
오늘 집회가 어떠셨습니까?
전쟁 속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팔레스타인의 어머니들이 겪는 고통을 언급한 연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2002년에 서안지구에 있었는데 제 아들의 돌을 하루 앞두고 전쟁이 터졌습니다. 당시 전기와 물이 끊겼고 분유도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압니다. 당시 저는 어찌어찌 물을 구해서 아이에게 먹이려 했지만 아들은 입에 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순간에는 눈물도 나오지 않아요. 그저 생존만 고민하게 되죠.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겪는 그런 어려움을 전해 줘서 고마운 집회였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놀랍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주민으로 미국에서 살고 있는데, 이민단속국(ICE)을 훈련시킨 것이 바로 이스라엘군(IDF)입니다. 제 친구 중에는 멕시코 출신 이주민들도 있는데, ICE가 자녀들을 빼앗아 갈까 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워낙 충격적인 결정들을 잇따라 보니까 이제는 무얼 보더라도 그냥 무감각해졌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이란인들이 전쟁을 환영한다고 서방 언론이 보도하는 것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어떻게 아이들이 죽어 가는 것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란 말입니까?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럴 수 없는데 말입니다. 조금도 믿을 수 없고, 우리를 속이려는 서구 언론의 흔한 행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