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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극우 최일붕 글 모음 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이주민·난민 긴 글

서평 《완벽한 피해자 -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존재》(모함메드 엘쿠르드 지음, 마티):
팔레스타인 저항을 악마화하는 시선에 맞서

《완벽한 피해자 ㅡ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존재》 모함메드 엘쿠르드 지음, 마티, 272쪽, 19,000원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무장 저항 직후 팔레스타인인 인종학살에 반대한 사람들은 서구 매스미디어에서 “하마스를 규탄합니까?” 하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이에 답하듯 런던의 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자는 “우리의 시체하고만 연대하고 우리의 로켓포는 거부하는 자들은 위선자다”라는 팻말을 들었다.

이 책은 이처럼 팔레스타인인을 “피해자 아니면 테러리스트”로 취급하는 이분법에 도전한다.

저자는 점령된 예루살렘(동예루살렘) 출신의 급진적 팔레스타인 청년 활동가이자 시인, 언론인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쌍둥이인 무나 엘쿠르드와 함께, 정착자들에게 공격받는 셰이크 자라 마을의 현실을 알리며 활동해 왔다(12살 엘쿠르드 쌍둥이를 취재한 〈가디언〉 보도). 또한 2021년 ‘단결 인티파다’의 핵심 활동가로서 활약했고, 같은 시기 팔레스타인 당국(PA)에 비판적이었던 활동가 니자르 바나트를 PA가 살해한 것에 항의하는 운동에도 동참했다.

평생 식민지배 하에서 목소리를 빼앗긴 민족으로 살아온 저자의 설움이 책 전체에서 느껴진다. 두 살 반 때 ‘순교자’라는 단어를 배운다. 열 살 남짓한 나이에 집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정착자들의 강탈을 폭로하기 위해 영어로 상황을 설명하려 애쓴다. 열일곱 살 때는 버스 창밖으로 경찰의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또래를 본다. 이것은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어린 시절이기도 할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점령과 학살에 관해 말하고 저항하고자 하지만 매스미디어는 이를 결코 경청하지 않는다. 매스미디어에서 팔레스타인인은 ‘완벽한 피해자’이거나 테러리스트이거나 둘 중 하나다. 그리고 ‘완벽한 피해자’일 때에만, 그리고 그 무결성을 끊임없이 입증할 때에만 팔레스타인인은 인간의 자격을 부여받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의 시체에만 연대하고 우리의 로켓포와 연대하기를 거부하는 자들은 위선자다"(런던) ⓒ출처 Guy Smallman

‘송곳니 뽑기’

저자는 이처럼 시온주의와 인종차별, 이를 공유하는 서구 매스미디어를 맹렬히 비판한다. 비록 선한 의도를 갖고 있을지라도 결국 ‘비인간화’된 팔레스타인인의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활동가들’도 비판의 대상이다.

저자가 비판하는 팔레스타인인 ‘비인간’ 취급의 핵심은 “송곳니 뽑기”, 즉 분노하고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우고 수동적 객체로서의 팔레스타인인들만 남겨 두는 것이다. 매스미디어는 어떠한 정치 경향도 없고 저항에 가담하지도 않은 ‘무관한’ 팔레스타인인, 특별히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살해당한 팔레스타인인 등 입맛에 맞는 팔레스타인인만을 조명한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마이크를 쥐어 주더라도 그들의 생각이나 분석이 아니라 피해 경험만을 듣고자 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은 억압받는 사람들로서 분노하고 저항한다.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됐던 아동이 나중에 커서 무장 저항에 가담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지배에 대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이해해야 마땅한 일들도 우리가 하면 과도하고 불가해하며 원시적인 행동이 된다.”(26쪽)

친서방 국가인 한국에서도 주류 언론들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하고, 하마스와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을 애써 분리하고 후자를 피해자로 조명해 하마스는 단죄받아 마땅한 세력이라는 메시지를 암묵적, 때로는 명시적으로 퍼뜨렸다.

〈조선일보〉는 말할 것도 없고 〈한겨레〉나 〈경향신문〉 같은 자유주의 언론들도 “송곳니 뽑기”에 동참했다.(관련 기사: 본지 499호, ‘한국 언론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보도: 미국 책임 흐리고 팔레스타인 저항 보도하지 않기’)

국내 진보·좌파 일각에서도 처음에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해야 할지 망설였다. 특히 하마스 등의 이스라엘 ‘민간인’ 납치와 인질 문제가 큰 걸림돌이었다.

반면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급진적 부분은 10월 7일 공격과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 저항을 지지하고 나섰다. 한국에서도 2023년 10월 7일 공격 직후부터 팔레스타인 저항의 정당성을 옹호하며 거리로 나선 사람들이 있다. 이 시위의 주체들은 이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을 형성해, 재한 팔레스타인인들과 함께 연대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

저자는 수십 개월 지속돼 온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바꾸어 낸 것이 있다고 말한다. “시온주의는 결코 꺾이지 않을 강력한 힘을 자처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지금 유례없이 취약해져 있다.”(223쪽)

국제적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결코 굴종하지 않는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영감과 에너지를 얻어 왔다. 팔레스타인 청년이 쓴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을 비인간화하는 세상에 끊임없이 맞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투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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