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보도:
미국 책임 흐리고 팔레스타인 저항 보도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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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이 반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아무리 우파적인 매스 미디어일지라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이고 있는 끔찍한 야만을 아예 숨길 수는 없다. 언론사가 이윤을 벌기 위해서라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신뢰성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스 미디어는 여전히 팔레스타인의 진실을 호도한다.
첫째, 매스 미디어는 기껏해야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을 동정적인 시선으로 다룰 뿐, 팔레스타인인들이 끈질기게 알리고자 하는 저항의 대의는 다루지 않는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등 진보 언론들도 팔레스타인인들의 끔찍한 고통을 주로 부각한다.
이런 보도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을 전능하게 그리고 팔레스타인인들이 무력하게 보이게끔 한다.
많은 매스 미디어들은 이스라엘 측이 발표하는 전과를 (흔히 서방 언론으로부터) 그대로 옮겨 보도한다. 가령 KBS는 3월 20일부터 27일 사이에 엿새나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대원을 몇 명이나 사살했는지 보도했다. 그 제목은 이스라엘 측이 발표한 소식인 “알시파 병원 작전 성공적,” “하마스 부사령관 사망 확인” 등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갖은 만행에도 팔레스타인인들은 맞서 싸우고 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분쇄하지 못했다.(관련 기사: ‘갖은 만행에도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는 이스라엘’)
또, 매스 미디어들은 국제와 국내 모두에서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소식을 보도하지 않는다.
특히 지난 2주간 조·중·동은 물론이고 KBS나 연합뉴스TV 같은 TV 방송사 그리고 〈한겨레〉와 〈경향신문〉 같은 흔히 ‘진보적’이라고 분류되는 언론에서조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행진을 보도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균열?
진실 호도의 둘째 사례로, 지난 2주간 매스 미디어들은 하나같이 미국 바이든 정부와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 사이의 균열과 이견만을 크게 부각했다. “헤어질 결심… 바이든 vs 네타냐후”(KBS), “‘동맹’ 미·이스라엘 갈라지나”(〈중앙일보〉), “미국 반대에도 ‘마이웨이’ 외치는 이스라엘”(〈동아일보〉), “등 돌린 미-이스라엘”(연합뉴스TV) 등.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의 라파흐 지상전을 반대하고 (휴전 없는) ‘휴전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 표결에 부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바이든-네타냐후 갈등의 실체를 실제보다 부풀려서 보도한 것이다. 또한 미국이 실제로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서 하는 구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보도였다.
이런 기사들은 바이든 정부 측이 “물론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은 지지한다”거나 “이스라엘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덧붙인 말은 못 들은 척하거나, 기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한 줄 지나가듯 언급할 뿐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매년 제공하는 수조 원의 지원 없이는 이스라엘이 강력한 군사력을 앞세워 지금과 같은 만행을 저지르기가 매우 어렵다. 바이든 정부가 진정으로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고자 한다면 무기 제공을 즉각 중단하는 것만큼 강력한 압력이 없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고려 안에는 그런 선택지가 결코 없다. 바이든은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대량살상무기 지원을 조용히 승인했다.
바이든과 네타냐후의 갈등을 실제보다 과장하는 보도는 이런 진실을 가린다. 미국이 가자지구 학살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교묘하게 흐리는 것이다.
사실 바이든과 네타냐후는 계속되는 비판 여론에 직면해, 하마스 제거 방법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을 뿐이다. (관련 기사:‘바이든과 네타냐후의 화음 속 불협화음 — 둘의 갈등은 하마스 제거 방안을 둘러싼 것이다’와 ‘안보리 휴전 결의는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막지 못할 것이다’를 참조하시오.)
매스 미디어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평을 많이 보도해 준 것은 둘 사이의 갈등이 흥미를 끄는 기삿거리가 된다고 보는 선정주의의 탓도 있다.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매스 미디어가 정부 관료와 대기업주, 주류 정치인 등 지배계급과 보조를 맞추고, 이들은 미국의 상대들과 보조를 맞춘다는 데 있다.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데서 〈한겨레〉나 〈경향신문〉 등 진보 미디어도 예외가 아니었다.
물론 이들의 논조는 ‘국제 사회’의 개입을 촉구하는 데에 좀 더 강조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도 전능자 이스라엘에 의한 피해자 팔레스타인을 조명하는 것, 그리고 미국-이스라엘 사이의 균열을 강조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이스라엘의 일방적 팔레스타인 두들겨패기를 중재하고 휴전을 이루려면, 국제 기구(그러나 미국 등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주도한다)가 개입해야만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강대국 지배자들이 주도하는 ‘국제 사회’(UN 등)는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물론이고 평화도 가져올 수 없다.(관련 기사: ‘국제 사회’란 무엇이고, 뭘 할 수 있을까?’)
팔레스타인 해방은 기성 중동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때에만 가능한데, 강대국 지배자들은 자신들이 이익을 얻고 있는 기존 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 등 서방과 경쟁하는 강대국들도 마찬가지다. (관련 기사: ‘중국·러시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친구가 아니다’)
기존 질서 안에서 비집고 성장하려는 중동 자본가 등 지배자들도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온전한 진실을 보도하고, 그럼으로써 연대의 목소리를 더 날카롭게 벼리고 키우려는 언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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