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크바의 날’ 대학생 행동이 거리의 이목을 끌다
—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생 네트워크’(팔대넷) 주최
〈노동자 연대〉 구독
5월 15일(금) 오후 서울 신촌역 앞에서 ‘나크바의 날 대학생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나크바’는 ‘재앙’을 뜻하는 아랍어로,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80만 명을 학살·추방한 일을 일컫는 말이다.
고려대학교 쿠피예, 서울대학교 수박, 연세대학교 얄라연세, 이화여자대학교 인티파다 등 여러 대학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들과 학생들이 모인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생 네트워크’(이하 팔대넷)가 이 집회를 주최했다.
다양한 국적의 대학생들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팔레스타인과 이란에서 학살 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또, 각국 정부들과 대학 당국 등을 향해 이스라엘과 모든 교류를 단절하라고 요구했다.
집회장 한편에서는 나크바의 역사를 알리는 사진전이 진행됐는데, 많은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집회 사회를 맡은 박정훈 고려대 쿠피예 의장은 집회를 시작하며 이재명 정부가 이스라엘을 SNS에서만 비판할 게 아니라 그 비판을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발언자들은 입을 모아 가자지구에서 이란까지 중동 곳곳을 피로 물들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첫 발언으로 한 팔레스타인인 유학생이 보내 온 발언문을 이화여대 인티파다의 알레 씨가 대독했다. “나크바는 매 순간 계속돼 왔다” 하고 말하면서, “우리 민중에게 가해진 이 불의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언젠가 모든 팔레스타인인이 자유로운 땅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메시지에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이화여대의 연구자인 한 이란인 여성의 메시지가 이어졌다(크리스티아노 사비유 서울시립대 연구교수 대독). 그 여성은 자신이 박사학위를 받은 이란 샤리프공과대학교가 폭격으로 파괴됐다며, “자유” 운운하는 미국이 “미사여구로 우리를 속인다”며 맹렬히 규탄했다.
건국대학교 학생 강혜령 씨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이란 전쟁에 협력해선 안 된다고 발언했다. “국가안보실장 위성락은 미국이 주도하는 ‘해양자유연합’에 협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곳에 한국이 참가한다는 것은 미국의 승전을 돕는 전쟁 파트너가 되는 것이고, 전쟁 범죄에 협력하는 것입니다.”
미국인 유학생 마이클 씨는 미국의 전쟁으로 노동자들이 대가를 치른다고 말했다. “한국, 이란, 미국 등 전 세계에서 금리와 식료품 가격이 치솟고 생계가 짓밟히고 있습니다. 폭탄은 테헤란에 떨어지지만, 그 경제적 파편은 전 세계 노동계급의 밥상을 덮칩니다.”
독일인 유학생 라라 씨는 전 세계에서 많은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연대하고 있다고 짚으면서 이스라엘 비판은 유대인 혐오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연대 표현을 유대인 혐오로 몰아가는 독일 정부를 규탄했다.
주최 측이 영어 통역을 제공한 덕에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모두 발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집회는 행인들의 응원과 지지를 듬뿍 받았다. 신촌역 앞을 지나던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발길을 멈추고 학생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여럿 눈에 띄었다. 어떤 학생들은 길 건너편을 지나다가 집회 대열을 향해 손가락 브이(V)를 치켜들며 “프리 팔레스타인“을 외치기도 했다. 주최 측 부스에 후원금을 보태는 행인들도 많았다.
집회를 마친 학생들은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행진에 나섰다. 대열이 신촌 거리와 연세대 정문 앞을 지나 집회 장소로 돌아오는 동안 거리의 이목을 한껏 사로잡았다.
행진을 마친 학생들은 한껏 고무된 얼굴로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이날 집회·행진을 모두 마무리했다.
5월 17일(일) 오후 2시에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하는 나크바 78년 집중 행동의 날 집회와 행진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