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의 126번째 서울 집회가 열렸다.
이스라엘이 가자 구호 선단을 나포해 활동가들을 구금·학대하고, 이스라엘 극우 장관이 구금된 활동가들을 조롱한 것이 세계적 분노를 자아낸 가운데 열린 집회였다. 그런 만큼 연휴 첫날 도심 나들이를 나온 많은 행인들의 호응이 상당했다.
팔연사 집회는 평소에도 거리에서 많은 호응을 얻어 왔지만, 이번에는 좀더 두드러졌다. 여러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열 뒤편에 모여들어 집회를 경청하기도 했고, 한국관광공사 건물을 단체 방문하러 이동하던 인도네시아인 청년들이 행진 구호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
또, 이번 집회는 사흘 전 이재명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발부한 네타냐후 체포 영장의 집행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열린 것이기도 하다.
시위대는 그 지시가 마땅한 것이지만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자인 김지윤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네타냐후 체포를 검토하라고 지시하며 이스라엘이 가자를 불법 침략했다고 했습니다. 마땅한 이 지시를 문제 삼는 우파들은 자신이 불의한 세력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비판은 처음이 아닙니다. 그러나 실질적 조처는 없었습니다. 침략 전쟁에 쓰이는 무기 수출을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평화 행진에 대한 제한을 철회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비판이 잠시 관심을 모을지는 몰라도,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진정성은 의심받고 위선에 대한 분노도 자라날 것입니다.”
한전KDN 노동자 김정곤 씨도 이재명의 발언에 관해 이렇게 연설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늦은 것이지만 진정성이 있으려면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중단해야 합니다. 네타냐후가 전범이라면 그들에게 무기를 지원하는 한국 정부는 전쟁 범죄의 공범이 되겠다는 것입니까.”
집회 참가자들은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언론인 알카티브 씨가 전하는 음성 메시지도 함께 들었다. 알카티브 씨는 가자지구의 참상을 전했다.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 이래 가자지구 상황은 훨씬 가혹해졌습니다. ... 가자는 훨씬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압박이 극심하고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알카티브 씨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꿋꿋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여러분의 연대는 여러분의 인류애와 팔레스타인 대의가 옳다는 여러분의 신념을 확인시켜 줍니다. 여러분의 정당하고 인도적인 운동을 이어 가 주십시오. 여러분의 목소리가 여전히 우리 귀에 들리고 있고 변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을 잃지 마십시오.”
이화여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이화 인티파다’에서 활동하는 발레리 씨의 연설은 그런 연대 운동이 운동 참여자들 자신에게 주는 확신과 자신감을 잘 보여 줬다.
“러시아 소수민족 출신인 저는 침묵을 강요받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직접 겪어서 압니다. 러시아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 큰 위험을 무릅쓰는 일입니다. 이곳 한국에서 제 목소리가 드디어 누군가에게 들릴 수 있고, 저와 뜻을 같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얼마나 해방감을 느끼는지 모릅니다.
“모든 동료 학생들에게 이렇게 전하고 싶습니다. 떨쳐 일어나 구조적 권력에 도전하고 목소리를 높이라고 말입니다. 지금이야말로 행동하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집회 도중, 연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얄라 연세’에서 활동하는 김산 씨와 팔레스타인인 미나 씨가 직접 만들어 온 팔레스타인 음식 아라예스를 참가자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학교 축제를 맞이할 준비를 하다가 팔연사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서도 음식을 마련한 것이다.
이처럼 이날 집회는 거리의 호응을 확인하며 자신감을 얻고 참가자들이 연대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
행진을 이끈 박혜신 활동가는 “정말 큰 호응과 응원을 받는 행진이었다”고 행진을 마무리하며, 다시금 이재명 정부의 이스라엘 비판은 옳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연사는 다음 주에도 서울 도심 집회를 이어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