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쿠팡, 무역법 301조 …:
한미 간 공방에서 ‘국익’을 지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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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마찰이 일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권력층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미 관계의 기초가 심각하게 무너져 내린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조선일보〉), “곳곳에서 적신호가 켜진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드러내주는 행보임에 틀림없다”(〈중앙일보〉).
주미대사 강경화가 이례적으로 일시 귀국해 7월 1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 미국 측의 불만을 전하자 쏟아진 우려의 목소리들이다.
이재명 정부가 불과 반 년 전에 “모범 동맹” 소리를 들었던 것을 떠올리면, 우파 언론의 호들갑은 일면적이고 과장돼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일당들이 이재명 정부에 대한 견제구를 부쩍 많이 날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고위 인사들을 만나 오해를 풀겠다며 산업자원부 장관 김정관과 한미의원연맹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이 곧 출국길에 오르는 것도 그 방증이다.
〈KBS 일요진단〉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은 대미 투자가 늦춰지고 있어 미국의 불만을 산다는 지적에 대해 “1호 투자”가 이뤄질 시기(“8~9월”)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불안을 잠재우려 했다.
그럼에도 7월 24일 트럼프 정부가 무역법 301조에 기초해 발표할 국가별 관세에서 한국이 경쟁국(유럽연합·일본 등)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요컨대, 한미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기보다는) 불안정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제국주의 질서가 흔들리는 현실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패권은 예전만 못한 데 반해 한국의 경제적·군사적 지위는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지배자들은 여전히 한미동맹을 지정학의 근간으로 한다. 그러나 그들은 다극화하는 질서 속에서 자기네 나름의 득실을 따질 수밖에 없다. 이란 전쟁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단기 이익과 장기 이익을 구분하고, 어떤 것(미국 내 투자, 마스가, 핵추진잠수함)은 붙잡으려 하고 어떤 것(호르무즈 파병)은 시간 끌어 피하는 식으로 행동하고 있다.
그런데 좌파는 한국 국가의 ‘자주’, ‘국익’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2,500억 달러 대미 투자가 합의됐을 때 많은 좌파가 이를 ‘강탈’이라고 비판했음에도, 그 투자를 감당할 당사자들인 이재용, 최태원, 정의선 같은 재벌 총수들은 가장 열렬하게 협상 타결을 환영했다.
대미 투자를 ‘강탈’이라고 규정하면, 이를 막거나 최소화하는 것에 한국 지배계급과 한국 노동계급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보게 된다. 이는 노동계급의 요구를 자제하라는 ‘국민적’(사실은 자본가 계급과 상층 중간계급의) 요구에 저항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된다.
또, ‘국익’을 지지하는 것은 애국주의를 강화해 한국 노동계급을 다른 나라 노동계급에 맞서게 만드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다. 복지비를 줄여 군비에 쓰는 것을 지지하게 하고, 한국 투자 유인책으로 미국 노동자들과의 생산성 경쟁 압력이 커질 것이다.
‘국익’이라는 지배자들의 면피 아래 노동계급의 이익이 희생되는 일을 막아야만, 노동계급의 단결을 도모하고 제국주의 질서 자체에 맞설 수 있다.
미국 기업 차별?
미국 정치권 우파가 쿠팡을 앞세워 제기하는 ‘미국 기업 차별’ 공세가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4월 공화당 의원 50여 명이 한국 정부에 항의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한 데 이어, 7월 초에는 미 하원 법사위가 비슷한 불만을 강도 높게 표현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 내 제재 수위가 올라가자 미국측 압박 수위도 높아진 것이다.
쿠팡의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응당 물어야 한다. 매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올리면서 미국 우익 정치인들에 기대는 쿠팡의 행태는 괘씸하기 짝이 없다.
이 공방의 본질은 한국 시장을 미국의 빅테크 기업(구글, 넷플릭스, 애플 등)에 유리하게 개방하고 싶어하는 미국 정부와, 개방은 하면서도 한국 기업들(네이버, 카카오, 통신 3사)을 최대한 보호하고 싶어 하는 한국 정부 간 갈등이다(관련 기사: 본지 583호 ‘쿠팡 논란: 한·미 정부는 왜 갈등하는가’) 마치 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견제하듯이 말이다.
따라서 한국 노동자들이 이 공방에서 쿠팡 비난을 넘어 애국주의적으로 나아가는 것은 또 다른 ‘국익’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쿠팡과 경쟁하는 네이버 등 다른 (한국) 대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벽 배송 규제를 없애려고 하는데, 더 가혹한 노동조건에 문을 열어 주려고 한다.
이 경쟁에서 쿠팡이 괘씸하고 미국의 압력이 부당하다고 해도 지금 (계급을 초월해) 한국인 전체와 미국인 전체가 다투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장차 쿠팡의 노동자들이 조직하고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다른 노동자들이 계급적으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 진정한 대안일 것이다.
평화를 위협할 ‘마스가’ 협력은 순풍
한미 간 불협화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염두에 두고 진행 중인 해군력 강화를 위한 ‘마스가’ 협력은 착착 진행 중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이재명을 만난 자리에서 군함을 빠르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이후, 7월 18일 한화는 미국 전쟁부(국방부)의 미사일 계측함 2척 건조 계약을 따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 새 선박은 미국의 해양 지배력을 회복하려는 대통령의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밝혔다.
7월 23일에는 워싱턴DC에 ‘한미 조선협력센터’의 개소식이 있는데 미국 측에서는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이 군함 건조 협력에 얼마나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보여 준다.
이런 조선 협력은 한국 지배자들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한화 등 방산을 겸하는 대형 조선 기업들에게 큰 이윤을 주겠지만, 한국을 “서태평양 미 해군의 후방 정비망”으로 더욱 깊숙이 편입시켜 장차 미·중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비화하면 한반도를 전장으로 돌변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또한 미 해군 강화 투자와 수주는 베네수엘라 침공, 쿠바 봉쇄, 이란 전쟁과 같은 참상을 더 많이 야기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데에 일조한다.
게다가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한 군비 지출 경쟁과 각종 피해는 고스란히 보통 사람들이 떠안을 것이다.
좌파는 ‘마스가’를 반대하고 그 친제국주의적 성격을 폭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