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프로젝트:
미국의 제국주의 해양력 강화에 협조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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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선업 협력이 논의되면서 ‘마스가(MASGA·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는 한미동맹의 주요 의제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트럼프도 이에 화답했다. “미국의 조선업을 한국과 협력해 부흥시키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조선업 협력을 보여 주기 위해 26일(현지시간)에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방문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합의한 한미 무역협상에서도 한국 정부는 미국 조선업에 1,500억 달러(약 200조 원)를 투자하는 마스가 프로젝트를 주요 협상 카드로 제시한 바 있다.

미·중 패권 경쟁
그러나 마스가 프로젝트는 미군의 해군력 증강을 도와 동아시아에서 전쟁 위험을 키우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미·중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하면 한국인들은 원치 않아도 십중팔구 전쟁에 휘말릴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트럼프 정부가 역점을 두는 분야 하나가 조선업 재건이다.
한때 조선업은 초강대국 미국의 상징이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매년 1,000척 안팎의 함정(艦艇)을 쏟아 냈다. 그러나 그 뒤 미국 조선업은 점차 쇠락해 왔다. 이제 얼마 안 남은 조선소들도 노후화해, 미 해군은 새 함정을 만드는 것도, 낡은 함정을 보수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졌다.
반면, 서태평양에서 미 해군력을 밀어내길 원하는 중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빠르게 해군력을 증강하며 함정 숫자를 늘려 왔다. 2020년에는 중국의 함정 수가 미국을 앞질렀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반세기 만에 미국이 해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현대 해군력의 상징인 항공모함 전단의 규모와 작전 능력은 여전히 미국이 중국을 월등히 앞선다. 2030년까지도 중국의 항공모함은 미국(11척)의 절반인 6척에 불과할 전망이다. 규모가 큰 구축함이나 순양함 등도 미 해군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조선업을 계속 발전시켜 온 중국은 세계 선박 생산 능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미국의 230배가 넘을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다. 이를 이용해 앞으로 중국은 함정 수를 늘리고 함정 기술과 작전 능력을 키우며 양뿐 아니라 질에서도 미군을 앞설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10여 년 전부터 미국 정치권에서는 미국 조선소의 생산성을 높이고, 미군의 함정 생산·수리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미 조선 협력
특히 한국은 중국보다 조선 기술이 앞서, 선박 엔진·부품, 고부가가치 선박(LNG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군함도 미국보다 훨씬 싸고 빠르게 생산할 능력을 갖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한국과 조선업 협력을 강화할 의도를 보이자, 한국 조선업 자본가들과 정치권은 이에 적극 응하고 있다. 미국의 군비 증강 계획에 협조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의 조선업 우위를 유지할 기회로 여기며 말이다.
한화오션은 이미 지난해에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설비 투자를 시작했고, HD현대중공업도 미국 조선소들과 건조·기술 협업을 시작했다.
미군 함정 생산·수리 물량과 미국 상선 대체 물량을 수주해 조선업체들의 수익성을 높이고, 미군과 협력해 최첨단 군함 기술을 익힐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한 대미 투자 1,500억 달러는 충분히 가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미국 조선업 재건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한미 양국에서 만만찮다.
미국의 조선 인력 부족, 조선소 노후화, 공급망 부족 때문에 수익을 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향후 10년 내 미국 상선 250척을 건조한다’는 ‘선박법’은 미국 의회 내의 반대에 부딪혀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한국의 조선업체들이 미국에 투자했다가 손실만 볼 위험도 있다. 일본 조선업체들은 일본 정부의 압박에도 대미 투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한미 조선 협력이 동아시아에서 미중의 해군력 증강 경쟁을 부추겨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일조한다는 점이다. 한국 조선소에서 미군 함정을 수리하면 미·중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했을 때 한국인들도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커진다.
미국의 군사력 증강 계획에 협조하는 마스가 프로젝트에 반대해야 한다. 물론 한국의 조선업 자본가들에게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선업 노동자들이 나선다면 훨씬 큰 힘을 낼 수 있겠지만, 이런 일에는 설득할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일자리를 위해 ‘마스가’를 지지해야 하나?
한국의 조선업 노동조합 내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 등 노동조건을 개선할 기회’라는 생각이 있는 듯하다. 미국에서 미군 함정 수리 물량을 받으면 한국 조선소에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말이다.
그러나 ‘일자리를 위해서’라는 근거로 다른 노동자들을 학살하는 데 사용되는 무기 산업을 옹호할 수는 없다. 이는 전체 노동계급의 이익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혁명가 레닌은 ‘단기적(이고 부문적)인 이득을 위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을 기회주의라고 정의했다.
옳게도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한미 정상회담 전에 발표한 성명에서 마스가 프로젝트를 비판했다.
그런데 이들의 반대 근거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국내 조선업 경쟁력 악화나 국내 투자 축소·일자리 감소·지역경제 쇠퇴를 낳는다는 것이었다. 국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와 국내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마스가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스가 프로젝트 때문에 한국에 일자리가 더 생긴다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이에 반대하지 않을 것인가? 이렇게 일자리 증감의 경제적 관점으로만 문제를 보게 되면 전체 노동계급에게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군비 경쟁의 위험성을 놓칠 수 있다.
또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앞세우면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희생과 양보를 해야 한다는 논리에도 취약해지기 십상이다. 그리고 노동계급의 국제적 연대를 구축하는 데에도 해롭다. 국내 일자리 확보를 위해 미국의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로 쉽사리 빠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