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서이초 3주기 집회:
달라지지 않은 교사들의 현실을 성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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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3주기를 맞이해 7월 17일(금) 서울 경복궁 앞에서 ‘전국교사일동’이 주최한 교사 집회가 열렸다.
3년 전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분노해 교권 보호를 요구하는 교사들의 항의 운동이 촉발됐었다. 가장 컸을 때는 30만 명이 여의도 거리를 뜨겁게 달궜었다.
그 덕분에 몇 가지 법이 개정됐다. 학교 민원창구 단일화 등 민원 대응 대책이 마련되고, 교권 5법 개정으로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원칙도 법에 담겼다.
그러나 실질적인 인력과 공간, 재정 투입이 없어 여전히 많은 교사들은 민원 갈등, 교권 침해 앞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의심만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해 입건과 수사를 받는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집회도 제대로 교육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한 성토가 컸다.
집회는 오후 2시부터였지만, 전국에서 온 교사들이 오전부터 자리를 메우며 집회장의 분위기는 달아 올랐다. 검은 옷을 입은 교사 1만 명 가량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가득 메웠다. 2030 젊은 교사들이 꽤 많았다.
먼저 이 집회를 조직한 ‘초등교사노조’ 강석조 위원장이 발언했다. 최근 최교진 교육부장관이 교사와 학부모 간의 관계가 회복되도록 “학교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강 위원장은 그것이 학교 현장을 모르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실질적 대안으로서 교사들을 보호할 법적 안전장치를 정부에 요구했다.
그는 서이초 교사 죽음과 그에 따른 항의 운동 이후에도 학교 현장은 바뀐 게 없다고 교육당국을 성토했다.
3년 전 30만 교사들의 외침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선언과 함께 많은 교사들의 호응 속에서 본집회를 시작했다.
현장 교사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교사가 정당한 생활지도 — 학생 간 갈등을 중재하고, 규칙을 알려주는 교육을 진행하고, 조사 차원의 학교폭력 업무 — 를 했을 뿐인데도 정서 학대 등 아동학대로 고소고발 당하는 현실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학생을 위해 올바른 길을 가르치고자 했던 교사가 왜 아동학대범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는 항변이었다.
경찰에서 무혐의가 입증돼도 기계적으로 검찰에 송치되고, 수사가 계속되며, 법정 다툼을 견뎌야 하는 현실은 교사를 고통에 빠트려 학교에서 교육을 제대로 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을 호소했다.
“아동의 잘못된 행동은 뒤로 한 채, 교육하려 했던 교사를 법정에 세워 위협하며 문제를 해결하면, 과연 당신의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인가?” 란 연단에서의 물음에 많은 교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교권이 무너진 이러한 현실은 사명감으로 교편을 잡은 교사들마저 무기력하게 해, 결국 그 최종적 피해는 학생들에게 간다는 점이 강조됐다. 교사들은 우리가 특권을 달라는 것이 아닌, 무고성 고소 남발로 교육이 어려워지는 것을 막아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연단에서는 이를 위해 아동복지법 내 교육활동 면책권을 신설하여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대신 정서 학대나 방임은 별도의 법 체계에서(가령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 등) 다루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사는 문제 행동 학생과 정서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달라고 호소했다. 교권 보호를 위해 새로운 업무를 학교에 만들어야 한다면, 그 업무에 맞게 행정력,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도 강력히 주장했는데, 이는 정부가 새겨들어야 한다.
한편, 연단에서 악성 민원인에 대한 교육청 구상권 청구, 무고성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교육감 의무 고발제 등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우리 교사들이 악성 민원에 힘들어하고 있지만, 악성 민원인지 아닌지 구분이 어려운 현실에서 학부모에 대한 처벌 위협이 오히려 학부모와 교사 간 불신을 더 키워 향후 연대 가능성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되는 주장도 있었다.
마지막 현장 발언으로 나온, 법 연구회 활동을 하는 한 교사는 아동복지법에 있는 학대에 대한 처벌법은 가정의 학대에 맞추어진 법으로 개방된 교실과 학교 교육과정에서 적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교사를 잠재적 학대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교육을 망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연단에는 안민석 경기교육감, 도성훈 인천교육감의 발언도 있었다. 특히 안민석 신임 경기교육감은 자신이 교사들의 교권 수호자가 되겠다며, 교육청만으로는 역부족하니 정부와 국회가 아동복지법을 개정하도록 함께 싸워나가자고 주장했다. 많은 호응이 있었다. 그러나 집회 대열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교육감의 행보를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말들이 오고 갔다.
오인, 악용
아동복지법에 의해 정당한 생활지도가 정서 학대 등으로 오인받거나 악용되는 경우가 많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교육청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라는 의견을 제출한 사건 가운데도 72퍼센트가 검찰에 송치됐고, 대부분은 무혐의나 불기소로 종결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교사는 수개월, 때로는 수년 동안 수사기관을 오가며 정신적·사회적 부담을 감당하고 있다.
현장체험학습처럼 주어진 자원과 인력에 한계가 명확한 교육정책은 안전 문제가 일어난다고 해서 웬만해서는 그것을 교사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따라서 법적 분쟁은 교사 개인이 아닌 교육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의 책임 소송으로 가져가야 한다. 정말 교사 개인의 문제가 있다면 국가의 행정적 징계와 구상권 청구 등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의 고통과 교육할 환경의 부재에 대한 대안으로 아동복지법 등 법 개정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는 여러 문제들은 교사 개인보다는 대학 입시 경쟁교육 시스템과 재정·인력 지원의 태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진정한 원인이 있다. 학교에 다양한 복지 업무까지 떠밀려 오는 현실에서 행정인력과 정규교사 확충은 절실한 요구이다.
“OECD TALIS 2024 조사에서 우리나라 중학교 교사의 주당 행정업무 시간은 6시간으로 조사 대상 55개국 가운데 가장 길었다. 학부모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교사는 56.9%로 2위, 학생의 위협과 언어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교사는 30.7%로 4위를 기록했다. 반면 교사 간 협력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교사들은 교육보다 행정과 민원, 갈등 대응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으며, 학교는 교사를 보호하기보다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전교조 성명서에서 인용)
교사를 늘려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이고, 교육예산을 늘려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연단의 한 교사 발언처럼 정서 위기 학생들을 위해 전문 인력도 훨씬 많이 배치돼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학입시경쟁 시스템을 폐지해 경쟁과 소외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이재명 정부는 학생수 감소를 핑계로 교육재정을 전년 대비 1조 원을 삭감했으며, 앞으로도 내국세 연동구조를 흔들며 효율성을 기준으로 교육재정 지출을 감소하겠다는 기조이다. 또한 2030년까지 초중등교사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중장기교원수급계획도 발표했다.
결국 교육환경 개선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거꾸로 가는 정부 정책에 반대해,사회를 뒤흔들만큼 큰 투쟁이 필요하다.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 학생, 학교 노동자들과 들이 단결된 투쟁 속에서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강력한고 투쟁 안에서 교사와 학부모 간의 연대도 가능할 것이다.
이는 최교진 장관이 말한 탁상공론적인 ‘학교 문화 개선’과는 다른, 진정으로 교육환경뿐 아니라, 관계를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