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제국주의 극우 이재명 정부 팔레스타인과 이란전쟁 이주민·난민 긴 글

전술핵 확대 검토하는 미 전쟁부:
동아시아를 핵전쟁의 전장으로?

8월 5일 미국 방송 매체 NBC는 미국 전쟁부가 전술핵무기의 역할을 확대하는 새 핵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전 사용 부담이 큰 전략핵무기 대신 전술핵무기를 부각시킨 것은 실제로 사용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전쟁부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의 동맹국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미국의 전술핵이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 미군 기지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이 새 핵전략 검토는 엘브리지 콜비 전쟁부 차관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미국이 ‘제한 핵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호전적 우익 인사다.

5일 NBC 보도 직후 엘브리지 콜비는 미국 전략사령부 심포지엄에서 비공개 연설을 했고, 미국 언론이 그 녹음을 입수해 보도했다. 그 연설에서 콜비는 “소형 전술핵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특정 지역에서의 재래식 전쟁이 확대돼 핵무기가 제한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합리적인 핵 옵션”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사용 가능한’ 저위력 핵무기(전술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 미국도 그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 전쟁부 엘브리지 콜비의 구상은 한국 땅에 전술핵무기를 다시 들여올 위험이 있다 ⓒ출처 미 국방부

제국주의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핵무기 경쟁이 다시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핵전력을 빠르게 증강하며 다양화하고 있다. 현재 핵탄두 600기 이상을 갖고 있고, 2030년에는 1000기에 이를 수 있다.(그래도 아직은 미국의 핵무기가 훨씬 많다.) 러시아도 최신형 미사일을 개발·배치하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전술핵 사용을 위협하는 한편,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다.

미국도 경쟁국들을 상대로 핵 우위를 유지하려고 애써 왔다. 가령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뒤이은 바이든 행정부도 핵전력 현대화를 추진하며 신형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고 배치까지 완료했다.

지난해 트럼프가 “다른 국가들이 하고 있으니 미국도 해야겠다”며 핵실험 재개를 촉구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또한 미 해군은 해상 기반 핵 순항미사일(SLCM-N) 개발 프로그램을 재개해 레이시온과 록히드마틴 등 5개 무기 업체에 시제품 제조 임무를 배정했다.

제국주의 간 경쟁이 격화되는 맥락 속에서 엘브리지 콜비가 새로운 핵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미국의 패권 유지

전술핵으로 핵우산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고전하며 미국 제국주의의 신뢰성이 추락한 상황을 의식한 움직임일 것이다.

미국이 걸프만 동맹국들을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하자, 그들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지배자들도 미국이 유사시 자국을 제대로 보호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됐다.

이란 전쟁 때문에 미군의 무기 재고가 크게 소진되면서, 특히 아시아 지역에 안보 공백이 생겼다는 우려도 있다. 이처럼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 아시아 동맹국들이 자체 핵무장 추진으로 기울 공산이 커진다.

미국이 보유한 전술핵무기는 현재 200기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며, 상당수가 유럽 기지에 배치돼 있다고 한다.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늘리고 아시아에 재배치하려면 일정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제국주의 간 경쟁 압박은 지배자들이 정신 나간 결정을 내릴 위험성을 키운다. 실제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같은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들은 수년 전부터 대만해협의 가상 전쟁을 검토하며 핵전쟁까지 가는 시나리오들을 제시해 왔다.

트럼프 정부가 전술핵무기 확대를 결정한다면, 이는 아시아 내 미군 배치와 전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장 전술핵 운용에 기초한 전술 변화와 (한국, 일본 등과의) 연합 훈련이 강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을 자극해 동아시아의 핵군비 경쟁을 가속할 수 있다.

나아가 대만이나 한반도 인근에서 재래식 전쟁이 벌어지면, 그것이 동아시아 전체가 휘말리는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미국 제국주의자들에게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제한된” 전쟁이겠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적어도 수백만 명이 죽을 수 있는 끔찍한 참화가 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은 미국 내 논의를 계기로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핵공유 검토를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 〈조선일보〉도 이참에 핵공유를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마치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국힘이 무책임하게 “안보 선동”을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핵협의그룹(NCG)에 기반한 기존의 확장억제(미국의 핵우산)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바로 그 핵협의그룹을 통해 한국군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의 핵무장 반대론은 전혀 일관되지 않다.

미국 전쟁부의 새로운 핵전략 검토는 제국주의의 위기가 심각함을 보여 주는 방증이다. 그리고 상처 입은 야수가 더 위험하다는 오랜 격언을 명심해야 한다.

전략핵과 전술핵

전략핵무기와 전술핵무기는 보통 파괴력의 차이로 구분한다.

전략핵은 수백 킬로톤(kt)에서 메가톤(MT)급 위력을 가진 핵무기로, 적의 영토나 국가 기반 등 광범위한 지역을 파괴할 목적을 지닌다. 전술핵은 제한된 지역의 군사적 목표를 공격하는 핵무기로, 통상 수십 킬로톤 수준의 저위력 핵무기를 말한다.

전략핵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주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전략폭격기를 투발 수단으로 이용한다. 반면 전술핵은 전투기, 단거리 미사일, 야포, 지뢰 등에 장착할 수 있고 핵배낭으로 병사가 운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술핵도 매우 위험하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15킬로톤급 핵폭탄 ‘리틀 보이’로 인해 14만 명이 사망했다. 또한 현재 미군이 운용하는 저위력 핵폭탄은 파괴력을 키워 수백 킬로톤에 달하는 전략핵무기급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카카오톡 채널, 이메일 구독,
매일 아침 〈노동자 연대〉
기사를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 설치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