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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핵무기와 한반도
윤석열의 핵무장론, 북핵, 주변국

이 글은 2월 22일에 열린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영상 보기)의 발제문이다.

지난달 윤석열은 북핵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입에서 핵무장론이 나오면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은 예민하게 반응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1945년 이래 핵무기는 국제 정치에서 중요한 변수였고, 한반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오늘날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핵문제는 다시 악화되고 있다.

윤석열은 왜 핵무장 카드를 만지작거릴까? 그리고 이는 앞으로 어떤 효과를 낼까?

우선, 역사적 경험을 돌아보며 핵무기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살펴보고, 그다음에 윤석열의 핵무장론을 비롯해 오늘날 한반도와 그 주변의 핵문제를 살펴보려 한다.

냉전기 핵전쟁 공포

1945년 8월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최초로 핵폭탄을 떨어뜨렸다. 20만 명 이상이 바로 사망했다. 그중에는 조선인도 4만 명 있었다.

미국은 일본의 항복을 받아 내려면 핵폭탄 투하가 불가피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미국의 진정한 목적은 자국의 패권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특히, 미국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소련을 의식했다.

1949년 소련도 핵실험에 성공하며 미국의 핵 우위에 도전했다. 미국과 소련은 경쟁적으로 더 강력하고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었다. 이 경쟁이 가장 치열할 때 전 세계 핵탄두는 무려 7만 개에 이르렀다.

미국과 소련 지배자들은 상대방이 공격하면 핵무기로 보복한다는 전략을 채택했다. 지금 한국의 핵무장론자들은 이런 “공포의 균형”이 한반도에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핵무기를 사용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공포가 역설적으로 미·소 핵전쟁을 막았다며, 북핵에 대항하는 한국 핵무장으로 한반도에서 동일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참말일까? 분명 핵무기의 존재는 미국과 소련이 정면 충돌을 망설이게 만들기는 했다. 그러나 양국 정부는 언제든 핵공격을 할 능력과 의지가 있음을 상대방에 심어 주어야 했다. 그만큼 핵전쟁 준비는 상시적이었고, 긴장과 적대가 쌓여 위기를 피할 수 없었다.

대표적인 핵전쟁 위기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였다.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자 미국이 쿠바 봉쇄로 맞서면서 인류는 핵전쟁 문턱까지 갔다. 소련 육군 작전참모장은 당시 상황이 매우 위험했다고 나중에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하루나 시간 단위가 아니라 분 단위로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공포의 균형은 궁극적으로 전쟁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동서 양 진영의 대중이 핵 인질이 되고 절멸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했다.

핵전쟁의 위험은 한반도에서도 여러 차례 어른거렸다. 1950년 한국전쟁 중에 미국은 핵무기 사용을 여러 차례 검토했다. 1951년에는 북한에 모조 핵폭탄을 떨어뜨리는 비밀 훈련까지 했다는데, 하마터면 평양이나 개성이 제2의 히로시마가 될 뻔했던 것이다.

이후에도 미국은 한국에 전술핵을 대거 배치했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소련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였다. 한때 한국에 배치된 전술핵이 무려 1000기에 육박했다. 그래서 고(故) 리영희 선생은 1983년에 쓴 글에서 미군 전술핵 때문에 한반도가 “미·소 대결의 볼모”가 됐다고 크게 우려했다.

핵무기 ‘비확산’의 위선

핵무기의 중요성을 깨달은 주요국들은 미·소에 뒤이어 핵개발에 뛰어들었다. 영국·프랑스·중국이 핵보유국이 됐다.

핵 강대국들은 핵무기 독점을 유지하려고 핵확산금지조약(이하 NPT)을 추진했다. NPT는 1970년에 발효됐다. 이 조약만큼 강대국들의 위선을 잘 보여 주는 조약도 없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미국·소련·영국·프랑스·중국은 핵군축 의무에서 사실상 자유로웠고, 다른 국가들은 핵무기 보유가 금지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NPT 발효 이후에도 독자 핵무기 개발에 착수한 국가들이 있었다. 이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이중적이었다.

이스라엘처럼 자국의 패권 유지에 필요한 동맹국의 핵개발은 묵인한 반면, 북한 등의 핵개발은 제재와 전쟁 위협으로 가혹하게 다뤘다.

이런 이중 잣대는 그저 말에 그친 게 아니었다. 1994년 미국은 북한 핵시설 폭격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미국의 이중 잣대는 지금도 여전하다. 중국 포위를 위해 인도의 핵무장을 묵인하고, 최근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냉전기 핵무기 경쟁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핵무장이 비이성적인 선택이라고 여겼다. 핵전쟁이 벌어지면 자본주의 체제의 수혜자들도 다 죽을 수 있고 그 체제 자체가 파괴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핵무기 경쟁은 자본주의의 논리적 귀결이었다. 자국 기업들의 성공을 위해 국가들은 무기를 축적하는 군사 경쟁을 벌였고 그 정점에 핵무기가 있는 것이다.

기후 위기의 재앙을 알면서도 자본가들이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대국 지배자들은 위험을 알면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핵무기 증가세로 돌아서는 세계

냉전이 끝나면서 인류는 핵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냉전 이후의 세계는 새로운 제국주의 경쟁으로 새롭게 갈등이 싹트고 불안정이 커지는 세계가 됐다.

무엇보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 간 제국주의적 갈등은 인도-태평양에서 핵무기를 비롯한 막대한 군비 증강을 촉진하고 있다.

그래서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세계 핵무기 감소세가 끝나고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지난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이하 SIPRI)는 연간 보고서를 내며 미국과 러시아가 모두 핵탄두, 미사일, 핵무기 생산시설 등을 현대화하는 광범하고 값비싼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12월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인 B-21을 처음 공개했고, 새로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다. 이 밖에도 미국 의회는 해상 발사 핵순항미사일 등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에 많은 예산을 배정했다.

중국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을 한창 진행 중이며, 핵무기 보유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SIPRI는 중국이 300개 이상의 미사일 격납고를 새로 짓는 중이라고 밝혔다. 시진핑은 미국에 대항해 대만 문제 등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려면 핵전력 강화가 필수라고 여기는 것이다.

지금 미·중·러의 전략 군비 경쟁은 냉전 당시의 가공할 만한 핵무기 경쟁에는 아직 못 미친다. 그러나 이 경쟁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앞으로 더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 분명하다.

지금 한반도는 바로 이런 경쟁의 압력을 직접·간접으로 받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이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북한의 전술핵과 남한의 자체 핵무장론

최근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을 하고,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도 개발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핵무력정책법을 제정해, 유사시 핵무기를 적극 사용할 것임을 명시했다.

이 점만 보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이를 미·중의 군비 경쟁, 북한 GDP(국내총생산)보다 더 많은 남한 국방예산, 일본의 선제 공격 능력 확충이라는 맥락 속에서 보면 사뭇 다르게 보인다.

북한 관료는 이러한 주변 질서의 변화와 압박에 핵과 미사일 강화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북한은 전에 미국과 소련의 압박으로 핵무기를 포기했던 우크라이나가 지금 러시아의 침략을 받는 모습을 보며 반면교사로 삼고 있을 것이다.

주변 정세의 불안정, 북한의 핵무력 강화 속에서 윤석열은 핵무장 카드를 흔들어 본 것이다. 특히,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전술핵에 적잖이 자극받은 듯하다.

〈조선일보〉 등 우파들은 이제 북한이 핵을 스스로 포기할 리 없으니, 한국도 그에 상응하는 힘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파들은 힘과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미국이 결정적일 때 한국을 핵무기로 방어해 줄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론에 즉각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게 되면 주변국들에 미칠 파급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핵무장 의욕을 자극할까 염려한다. 이렇게 핵 도미노가 일어나면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통제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한국은 이미 핵무장을 시도한 바 있다. 박정희가 1970년대에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다 미국의 반대로 중단했다. 이후에도 한국은 몰래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우라늄 농축 비밀 실험을 했다가 국제원자력기구에 적발되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은 더더욱 현재의 논의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

미국의 반대로 즉각적인 핵무장은 어려우므로 많은 핵무장론자는 당장의 목표로 일본 수준의 핵무장 잠재력 확보를 제시한다. 농축·재처리 제한을 풀기 위해 미국을 설득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태도는 매우 위선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핵무장 시도는 한반도와 그 주변의 긴장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의 반발도 기존과는 전혀 다른 수준일 것이다.

‘확장억제’ 강화도 불안정 증폭시킬 뿐

한국 자체 핵무장이 아니더라도 한반도에서 핵문제는 점점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와 핵 공유를 주장했었다.

반면, 미국은 ‘확장억제’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이 위협받으면 미국이 핵무기와 재래식 전력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한다는 개념이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의식하며 자신의 핵우산을 강화해 줄 테니 믿으라고 한국에 주는 메시지인 것이다.

최근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핵공격이 가능한 미국 전략 무기들을 상시 배치 수준으로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달에 열릴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에서도 이런 전략 무기들이 대거 동원될 것이다. 여당 내에서는 유사시 제주도에 미군 핵전력을 배치하자는 주장마저 나온다.

이런 움직임은 자연히 북한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얼마 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2~3월의 잇단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한 것이었다.

또한 중국도 자극할 것이다.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을 명분으로 미국의 첨단 무기들이 중국 코앞에 배치되는 것이니 말이다. 사실,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미국의 속내는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다.

윤석열이 자체 핵무장 발언을 한 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국의 핵무장이 “동북아 지역의 연쇄적인 핵무장을 촉발할 것”이라고 옳게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확장억제 강화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북핵에 대한 대량 응징 보복 강화와 함께 확장억제를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물론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국민의힘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미국에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의 모순 때문에 결국 민주당은 ‘햇볕’을 표방하며 ‘강풍’ 쏘기를 거듭했다. 확장억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핵우산은 궁극적으로 전쟁을 방지하지 못한다. 앞서 살펴봤듯이, 주변국을 자극해 궁극적으로 위험을 더 키운다.

〈한겨레〉 등 일각에서는 확장억제에서 한국이 발언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핵무기 운용에 한국의 의사를 반영해 주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이나 일본에도 그런 권한을 내준 적이 없다.

자체 핵무장이든 확장억제 강화든 모두 한반도 주변 정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선택일 뿐이다.

북핵과 제국주의

우파들은 핵무장 찬성 여론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북핵 ‘위협’이 현저해짐에 따라 군사적 대비에 대한 지지가 늘었다는 것이다. 분명 북한 핵무기는 노동자를 포함한 수많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핵무장 지지 여론 못지않게 남북한이 대결로 치닫지 않기를 바라는 대중 정서도 상당하다. 지난 12월에 발표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에 핵무장 지지 여론도 올랐지만 ‘남북간 합의가 정권과 무관하게 계승돼야 한다’는 의견도 대폭 올랐다. 두 정서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겹치고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진보당과 참여연대 등은 이처럼 남북이 강 대 강 대치로 치닫지 않기를 바라는 대중 정서를 반영하면서, 대북 군사 위협 강화에 반대하고 남북 간,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국가 간 대화가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2018년에도 경험했지만 제국주의 하에서는 당국 간 대화를 통해서 평화를 향한 길이 열리지는 않는다. 당시 엄청난 기대 속에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그로 인한 긴장 완화는 단지 일시적이었을 뿐이다.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평화 프로세스는 한 발짝도 나아간 게 없었다. 대화 테이블 바깥에서 점증하는 제국주의적 경쟁이 한반도 정세에 더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국가간 합의에 기대하지 말고 제국주의에 도전하는 대중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오늘날 북핵 문제는 미·중 간 제국주의 갈등이라는 맥락에서 떼어서는 제대로 볼 수도, 해결책을 찾을 수도 없다.

우리는 모든 핵에 반대한다. 하지만 세계 최대 핵전력을 보유한 미국과 북한 핵을 대등한 문제로 봐선 안 된다. 미국은 동아시아 패권 유지의 수단으로 북한을 악마화하며 압박했고, 북한 관료들은 미국에 맞선 생존 수단으로 핵무기에 집착해 왔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 사는 우리는 북핵을 이유로 미국이 동맹과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한반도에 들여오는 미국 핵무기와 한국의 핵무장 등 군국주의를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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