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
조합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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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는 8월 24일 사용자 측과 2026년 임금 협상 잠정 합의를 했다. 8월 31일(월)에 조합원 찬반 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10만 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과, 성과금 400퍼센트+1,270만 원, 주식 15주와 복지포인트 50만 원, 하기 휴가비 2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노조 지도부는 사용자 측이 ‘어려운 경영 환경을 이유로 노동자의 몫을 축소하려는 상황’에서도 ‘4,000만 원대의 공정한 성과 분배를 실현’했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잠정합의안은 조합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임금 인상안은 당초 노조 요구안(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 순이익 30퍼센트 성과급 지급)보다 크게 적고, 지난해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본급 인상은 10만 원으로 올해와 같았지만, 성과금은 450퍼센트+1,580만 원, 주식 30주로 올해보다 더 많았다.
올해 현대차 노동자들의 파업 시간은 지난해보다 4배 가까이 많다. 파업 기간에는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돼 임금 손실분이 꽤 커졌다. 그런데도 지난해보다 더 낮은 임금 인상안을 받아든 노동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여기에 노조가 별도로 요구한 상여금 50퍼센트 인상은 내년 협상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올해에는 꼭 상여금 인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상여금이 오르면 퇴직금과 각종 수당도 줄줄이 오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상여금 논의가 내년으로 미뤄지자, 친사용자 언론 〈한국경제〉는 현대차 사측이 ‘부담을 덜게 됐다’며 안도했다.
노조 지도부는 사측이 제기한 손배·가압류 10건(213.7억 원)을 모두 철회하기로 했다는 점을 특별히 성과로 내세운다. 물론 이는 그동안 손배·가압류로 고통 받아 온 당사자들에게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손배·가압류 당사자들이기도 한 해고자 4명은 올해도 복직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AI와 로봇, 자동화로 인한 고용 불안에 대한 대책도 실질적이지 않다.
3공장 대의원인 한 노동자는 조합원들의 분위기를 이렇게 말했다.
“조합원들이 뭐 하나 제대로 따낸 것이 없다며 불만이 많습니다. 지부장이 철썩같이 약속한 해고자 복직 같은 문제도 해결이 안 됐어요.”
현대차 공장 내 의견그룹 대부분이 이번 잠정합의안을 비판하고 부결을 선동하는 내용의 소식지를 냈다. 잠정합의안에 대해 노동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음을 보여 준다.
연쇄 효과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쏘아 올린 성과급 인상 투쟁의 연쇄 효과 속에서 벌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수년간 10조 원 이상 막대한 실적을 연속으로 거두고, 사내 유보금도 100조 원 이상 쌓였다. 모두 현대차 노동자들이 노동한 결과다. 하지만 그 열매는 노동자들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이번에는 ‘2025년 순이익 30퍼센트’ 성과급을 받아 내야 한다는 기대가 컸다.
또 변동급 임금 비중이 50퍼센트 가까이 차지해 잔업과 특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기본급이 대폭 오르고 상여금 50퍼센트 인상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금 인상 효과를 바랐다.
AI와 로봇,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에 대한 불안도 어느 정도 해소되기를 바랐다.
노동자들이 막대한 실적에 걸맞은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을 요구한 것은 너무나 정당하다.
그러나 사용자 측은 쉽사리 양보하려고 하지 않았다.
현대차 사용자 측은 더욱 격화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경쟁에 대응하고, 이를 위해 AI와 로봇, 자동화에 막대한 투자를 계속하려고 한다. 노동자들의 몫은 뒷전이다.
사용자 측은 노동자들의 행동에 밀려 양보하는 ‘선례’를 남기고 싶어 하지 않았다. 현대차 대표이사 최영일은 “파업의 힘에 떠밀려 받아들이는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교섭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본심을 드러냈다.
이재명 정부의 친기업 행보도 현대차 사측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노동자들의 성과급 인상 요구에 대해 “이런 게 쟁의 대상이 되냐”고 비난하며 사용자 편을 들었다.
친사용자 언론들도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이 더욱 확산되지 않도록 조처하라고 정부를 더욱 압박했다.
쉽게 양보하려고 하지 않는 현대차 사용자 측에 맞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쟁취하려면 더욱 단호하고 과감한 투쟁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대차노조 지도부는 전면 파업이 아니라 2시간, 4시간, 6시간 식으로 부분 파업을 이어 갔고, 이조차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교섭이 있는 날에는 계획한 파업 일정도 유보했다. 파업을 힘 있게 벌이며 교섭을 해도 될까 말까 일 텐데, 있던 파업 계획도 접으니 사용자 측이 압박을 크게 받을 리 없다.
물론 10년 만에 하루 전면 파업을 하고, 일부 생산 차질과 손실도 생겼다. 그러나 사용자 측을 물러서게 만들 정도로 이윤에 타격을 준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렇게 해서 사측이 압박이나 받겠냐”는 얘기들이 오갔다.
노동자들의 힘을 집중해서 이윤에 타격을 가하지 않고 시간만 질질 끌게 되면서 노동자들에게도 임금 손실 등의 부담이 생기게 됐다. 휴가 직후 사용자 측은 소책자까지 발행해 이 점을 파고 들며 노동자들을 이간질했다.
노조 지도부가 미흡한 잠정합의안에 사인하며 “파업이 길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얼마 전 SK하이닉스 생산직 노조 조합원들이 성과급 지급 방식에 반대해 2026년 임금 단체 협약 잠정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현대차노조 조합원들 내에서 잠정합의안 부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