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이집트인들이 외친다: 독재자 엘시시 방한 규탄! 정치수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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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수를 석방하라!” “엘시시는 살인자다!”
10월 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이집트 독재자 압델 파타 엘시시의 방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같은 시각 청와대에서는 이재명이 엘시시를 국빈으로 맞아 정상회담을 하고 있었고, 거리에는 태극기와 이집트 국기가 나란히 나부꼈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이집트인들’이 개최한 기자회견에는 이집트인 10여 명과 한국인 연대자들이 참가했다.
이집트인 참가자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구호를 외쳤다. 엘시시 정권의 탄압을 피해 한국에 온 이들이 한국에서도 엘시시 규탄·폭로 활동을 하는 것이 알려지면 이집트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날 행동은 10월 7~9일 이집트 정치수들의 단식 투쟁에 연대하는 국제 행동의 일환이기도 했다. 엘시시 정권하에서 6만 명 넘는 정치수가 구금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언에 나선 한 이집트인 난민은 정치수 석방을 촉구했다.
“10월 7~9일 이집트 내 정치수와 양심수들이 벌이는 행동에 전적으로 연대합니다. 모든 수감자를 석방하고 자의적 구금을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2013년 7월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 압델 파타 엘시시를 맞아들이는 것에 반대합니다. 이집트에서 탄압과 인권 침해가 계속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군사적·안보적·경제적 지원을 일절 제공하지 말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합니다.”
또 다른 이집트인 난민은 이집트에서 억압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연대를 표했다.
“낙담하지 마십시오. 슬퍼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결국 승리할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는 모두 함께 이집트가 독재자와 그의 일당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기뻐할 것입니다.”
정치수들과 가족들에게도 연대를 표했다.
“여러분을 홀로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자유는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합니다. 우리 모두가 이 억압으로 고통받았고 여전히 고통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쿠데타와 학살로 집권한 엘시시
2013년 국방장관이었던 엘시시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이집트 최초의 민주 선거로 선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했다. 2011년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이집트 민중이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타도한 이집트 혁명을 뒤엎는 반혁명이었다.
쿠데타 이후 군부는 반대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 특히 2013년 8월 14일 카이로 라바아 광장에서 대규모 학살을 자행했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최소 817명이 살해됐고 실제 사망자는 1,000명이 넘을 가능성이 크다. 쿠데타 이후 자행된 유혈 진압의 희생자는 총 수천 명에 이른다.
김종환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한국의 군부 독재 역사와, 올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에서 국가 폭력 희생자들의 가족이 되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렇게 꼬집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은 여기 길 위에 있고, 학살자는 국빈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김종환 활동가는 “윤석열의 쿠데타를 막아 내고,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든 한국인들은 엘시시를 환영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이집트를 가난하게 만든 자가 한국에 구걸하러 왔다”
또 다른 이집트인 난민은 엘시시 정권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이집트는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엘시시와 그의 일당은 이집트 국민을 굶주리게 하고, 이집트를 가장 가난한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오늘 그가 한국에 온 것은 경제나 정치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구걸하러 온 것입니다.”
이집트는 막대한 대외 부채와 높은 물가, 빈곤 문제를 겪고 있다. 엘시시 정권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과 아랍에미리트의 대규모 지원, 미국의 군사 원조 등에 의존해 왔다. 그러는 동안 노동자·빈민의 생활고는 계속되고 있다.
경제난에 따른 대중의 불만이 쌓이는 가운데 엘시시 정권은 정권 비판과 저항을 철저히 억누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엘시시 정권과의 경제·군사 협력을 확대하려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군수 산업고 에너지, 인프라 등 경제 분야 협력 확대도 논의했다.
한국은 이미 이집트에 K9 자주포를 수출하고 있다. 김종환 활동가는 한국이 판매하려는 자주포와 핵발전소가 “가난과 고물가, 실업에 허덕이는 이집트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억압하는 군부만 살찌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독재자는 환대하면서 난민 인정에는 인색한 한국 정부
한국 정부는 엘시시를 국빈으로 환대한 반면, 그의 탄압을 피해 한국에 온 이집트인들에게는 난민 지위를 거의 인정하지 않아 왔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지난 10년 동안 대체로 1퍼센트대에 머물렀다.
이집트인 난민들은 엘시시의 독재에 저항하다 체포돼 고문을 당하거나 수십 년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고초를 겪은 사람들이다. 시위에 참가하다 입은 총상이 남아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한 이집트인 난민이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 우리가 겪은 일들을 살펴보십시오. 그러면 압델 파타 엘시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하고 호소한 이유다.
참가자들은 “엘시시는 살인자다!” “수감자들에게 자유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