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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사유화가 낳을 비극을 예시하다

지난 6월 3일 오후 서대문구 가좌역 공사장에서 지반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 사고는 미리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이미 지난 1월부터 지반 침하에 따른 철로 뒤틀림 현상이 발견돼 최근까지 34회에 걸쳐 보수작업을 했다. 5월 21일에는 한 노동자가 갑자기 붕괴된 지반에 굴러 떨어져 닷새 동안 입원하기도 했고, 5월 말부터 공사장 인근 건물들이 기울고 갈라지고 내려앉는 등 사고 조짐이 뚜렷했다.

그래서 가좌역 인근 주민들이 “버스만 지나가도 땅이 흔들[리고] … 창문이 떨어지고 유리창이 깨져 공사 담당자들에게 대책을 세워달라고 항의도 했지만” 이런 요구는 번번이 묵살됐다.

한국철도공사는 사고 며칠 전에야 철도시설공단과 감리회사에 시정 요구 공문을 보냈을 뿐이다. 철도시설공단은 열차가 가좌역 구내에서는 서행해야 한다는 의견만 내놨을 뿐 구체적 조처를 회피했다.

사고가 일어나기 겨우 4분 전까지 승객을 태운 열차가 사고 지점을 지나갔는데도 인명 피해 등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여기에는 사고 지점으로 다가오는 열차를 몸으로 막은 건설 노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분 뒤 땅이 무너져 내렸다.

철도노조는 이번 사고에 대해 “시설과 운영의 분리가 근본 원인”이며 “안전을 무시한 상업적 운영을 지양”하고, “철로를 직접 유지·보수하는 현업 기관에 열차 운행 중지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 각각 31명과 4명이 숨진 1999년 패딩턴역 열차 충돌 사고와 2000년 햇필드 열차 전복 사고도 철도 사유화가 낳은 비극이었다. 철도회사들이 수익성 때문에 안전을 위한 투자를 꺼렸기 때문이다.

철도 사유화를 막고 현장 노동자들이 작업 통제권을 갖게 해 더 끔찍한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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