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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노동계급이 ‘쥐박이’ 박멸에 나서야

이명박은 “눈이 많이 올 때는 빗자루로 쓸어 봐야 소용없다. 일단 놔두고 처마 밑에서 생각하는 게 맞다”고 했다. 장관 고시를 연기한 후 촛불이 사그라들면 미국산 소 수입을 밀어붙일 셈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명박은 처마 밑에 가만있지 않고 검·경찰이라는 더러운 빗자루를 들고 온갖 야비한 탄압을 통해 눈을 쓸어없애려 했다. 온갖 더러운 수단을 동원해 청소년 손의 촛불을 끄려고 발버둥쳤다. “국민과 소통이 부족했다”던 이명박의 ‘소통’ 방법은 바로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막고 팔 다리를 꺾는 거였다.

하지만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회원 투표 결과에서조차 67퍼센트가 ‘MB 탄핵 촛불 집회 주도적 참여’를 지지했다. 한나라당 안에서는 ‘다음 선거를 위해 이명박을 한나라당에서 출당시키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국민 건강·생명 퍼주기 협상의 진상과 거짓말이 드러나면서 누구도 이명박 정부를 믿지 않고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와 국회의사당 구내식당에조차 ‘호주산 쇠고기만 쓰니까 안심하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그래서 고시 연기 후에도 ‘눈’이 그치긴커녕 더 많이 쏟아져서 이제 ‘처마 밑’의 이명박을 파묻을 기세다. 5월 17일에는 서울에서 6만 명, 전국에서 10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 지난 보름간 연인원 25만 명이 촛불을 밝혔다고 한다.

발버둥

청소년과 청년들이 먼저 켜기 시작한 촛불은 주부·직장인·부모·가족 등으로, 서울에서 전국으로 계속 번져가고 있다. 이명박 취임식 때 축가를 불렀던 가수 김장훈 씨가 5월 17일 촛불문화제에서 노래한 것도 시사적이다.

물론 이명박 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상무장관 구티에레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단호함과 용기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존경한다”며 이명박을 응원했다.

이들하고만 ‘소통’하는 이명박은 곧 고시를 강행할 듯하다. 미국과 추가 협의를 통해 지엽적인 몇몇 문구를 약간 고쳤지만, 국민의 생명을 내팽개친 총체적 부실 협상이라는 본질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고시와 동시에 한국 사회의 ‘특정위험물질’ 이명박 제거 투쟁의 물결이 온 나라 곳곳에서 쏟아져나와야 한다.

쥐를 잡고 쥐가 사는 시궁창을 없애지 않으면 쥐는 계속 똥을 싸고 다니며 집안을 어지럽힐 것이다. 이명박도 “모든 변화와 개혁은 어려울 때 해야 한다”며 미친 소 수입뿐 아니라, 온갖 개악을 거의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개악의 종합선물세트인 한미FTA를 비준하려 한다. ‘4대 강 재정비’라고 이름만 바꿔서 환경 재앙을 낳을 대운하를 추진하려 한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의료비 인상 등을 낳을 공기업·의료보험 ‘민영화’ 방안도 앞당기고 있다. 내년부터 초중고 학교별 성적을 등급별로 나눠서 공개해 입시지옥을 더 강화하려 한다.

최근 〈프레시안〉이 폭로한 이명박 정부의 노동 개악 계획도 충격적이다. 사용 기간을 3∼ 4년 늘려서 기업에게 비정규직 착취의 자유를 보장하고, 최저임금을 더 낮춰서 저임금 노동자들을 더욱 괴롭히고, 유니온샵을 없애서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막고, 무노동 무임금 지키는 기업에게 혜택 주기 등으로 노조 파괴를 돕겠다는 것이다.

이명박은 세계경제 위기 속에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재벌·강부자들에게 한시바삐 ‘재벌천국’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생각에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서민지옥’을 향한 이명박의 질주는 취임 두 달 만에 저항에 부딪혔다. 미조직된 청소년과 청년 들이 이 찬란한 저항의 주역이었다.

조직 노동자와 기존 민중 조직들이 아직 머뭇거리고 있을 때, 이들 미조직 대중은 놀라운 감수성과 자발성으로 로케트처럼 솟아올랐다. 그러나 미조직 대중은 투쟁 경험·전통이 부족한 약점이 있기 때문에 나무토막처럼 떨어질 위험도 있다.

대통령궁

따라서 이 운동이 지속되고 무엇보다 ‘쥐박이’를 박멸하기 위해서는 투쟁 경험·전통을 갖춘 노동조합의 동참이 중요하다. “국가 골간 산업을 모두 틀어쥔 저력 있는 집단”(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동참 말이다. 이명박의 고시 강행이 낳을지 모를 미조직 대중의 좌절감을 막기 위해서도 조직 노동자 대중이 나서야 한다. 운수노조의 운송 거부가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된 노동 대중의 동참이 자생성을 해치고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지 모른다며 주저해서는 안 된다.

2003년에 볼리비아에서도 대통령 로사다의 ‘서민지옥’ 정책에 반대해 처음에 거리로 나와 투쟁한 것은 미조직 대중이었다. 이 투쟁이 조직 노동자들의 동참과 파업으로 연결되면서 로사다는 대통령궁에서 헬기를 타고 도망쳐야 했다.

운수노조의 강력한 미친 소 운송 저지와 더불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파업과 강력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미조직 대중과 조직 대중이 뭉쳐 거대한 촛불의 바다가 몰아친다면 이명박은 그야말로 독안에 든 쥐가 될 것이다. 결코 이 과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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