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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진보적 지식인 마이크 데이비스가 말하는 미국 축산업계의 현실:
“누가 미국 정부를 믿겠습니까?”

[편집자 주] 미국에 살고 있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마르크스주의자이자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 역사학과 교수인 마이크 데이비스를 특별 인터뷰해 미국산 쇠고기와 조류독감의 위험성을 들었다. 국내에 번역된 마이크 데이비스의 저서로는 《조류독감 ─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슬럼, 지구를 뒤덮다》, 《엘니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 등이 있다.

최근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거대한 저항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안전을 믿으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누가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를 믿겠습니까? 미국의 가축 검사제도는 인원이 부족하고 부패해 있을 뿐 아니라 현재 규모의 비육장(肥育場) 생산방식(일개 대형 시설에서 10만 마리의 소와 15만 마리의 돼지를 처리)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좀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지난 15년 동안 발전한 기업 주도의 ‘가축 혁명’은 재앙이었고, 사회주의자는 세계 식량 안정을 해치고 농민들을 도탄에 빠뜨리는 쇠고기 수출을 비판해야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공업화한 가금류·생선류·돼지고기 생산에 반대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생태적으로 지속불가능할 뿐 아니라 동물 재생산의 ‘도시화’를 통해 자꾸 질병을 낳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조류독감이 빠른 속도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저서 《조류독감》에서 경고했던 재앙은 무엇이었습니까?

우리는 1918년 스페인 독감의 대재앙이 반복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대학살로 당시 불과 몇 달 만에 4천만~1억 명이 죽었습니다. 우리는 오늘날 게놈 복원 기술을 통해서 그 재앙의 근원이 된 바이러스가 야생 조류에서 시작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불행히도 H5N1(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 기제를 연구할수록 그것이 많은 수의 인간에게 전염 가능한 형태로 ‘도약’할 수 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비록 조류독감이 아직까지는 단지 몇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상대적으로 희귀한 질병이지만, 그것은 매우 위협적인 질병임에 틀림없습니다.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도시 거주자에게 큰 위협이 됩니다. 인구밀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이 질병이 들불처럼 번질 수 있습니다.

제가 《조류독감》의 개정판을 낸 뒤로, 아프리카 중서부에서는 허술한 감시 체제 덕분에 H5N1이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그러나 여러 대륙에서 H5N1이 야생 조류와 가금류의 풍토병이 됐습니다(즉, 퇴치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전염 차단 전략이 실패한 인도네시아에서는 통제 불가능하게 확산됐고, 이제 다카, 콜카타, 라고스, 카이로 근처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일부 아시아 아류형(亞類型)들은 심지어 타미플루(주요한 항바이러스)에 내성을 가지게 됐고 민간 의약품 회사들의 손에 맡겨 놓은 백신 개발은 가난한 나라의 슬럼 거주자나 농민들은 고사하고, 부유한 캘리포니아의 거주자들에게도 보호를 제공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더구나, 오직 소수의 부유한 도시들만이 조류독감이 창궐했을 때 인공호흡장치와 위독한 환자들의 급증에 대처할 수 있는 여분의 의료 장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윤 체제가 낳은 이런 끔찍한 재앙들이 무엇을 보여 준다고 보십니까?

저는 북반구의 지배자들, 싱크탱크 지식인들, 그리고 중간계급 일부는 이미 인류적 ‘대재앙’ ─ 질병, 영양실조, 재난으로 수많은 빈민들이 죽는 상황 ─ 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자들은 이미 다른 세계와 거리를 두고 풍요하고 화려한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두바이가 가장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들은 사는 동안 지구상의 모든 좋은 것들을 소비하겠다는 심보로 살고 있습니다.

조류독감의 정치학은 이런 종말론적인 정신을 잘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엄청난 규모의 대재앙이 발생할 가능성 앞에서 저들은 한편으로 새로운 항생 물질과 항바이러스의 개발은 철저히 무시하면서 ‘발기 불능’ 치료약 광고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대형 제약회사들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저들은 부자 사회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물학적으로 고립된 성들을 건설하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고립된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환상 ─ ‘엘리트 유전자’를 선택해 자신을 재생산하고, 장기이식 등 남의 피를 빨아먹는 방식을 통해 무병장수한다는 환상 ─ 은 새로운 전염병이 [부자 거주지의] ‘무단 침입 금지’ 표시를 무시하는 순간 끝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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