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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국의 경제 위기:
경제 위기의 터널에서 헤매는 미국 경제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했던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다시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의 양대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7백50억 달러(약 77조 원)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밝혀져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다시 요동친 것이다.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의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시작한 이번 금융 위기는 미국의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부실 채권이 늘어나고 있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20대 도시의 4월 집값은 1년 전보다 15.3퍼센트 떨어졌고, “2009년 말까지 추가로 15∼20퍼센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을 보증했던 미국의 주요 채권보증회사 ‘암박’과 ‘MBIA’의 신용등급이 지난 6월 말에 강등되면서, 이 업체들이 보증하는 1조 2천억 달러(약 1천2백40조 원)에 이르는 채권들도 모두 신용이 강등돼 연쇄적으로 금융권에 부담을 주고 있다.

부실 채권의 규모가 워낙 크고 이 채권들이 다양한 파생상품으로 변형돼 넓게 퍼져 있어 미국의 주요 금융 회사들은 추가로 수백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지 않으면 파산할 위험에 처해 있다.

파산

금융 위기는 미국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와 달러 약세 그리고 이에 따른 석유·식량 가격 폭등 등으로 미국 물가가 급등하면서 세계경제를 지탱해 온 미국 소비가 급감했다.

특히 폭등하는 기름값 때문에 자동차 판매가 20퍼센트 정도 줄어 자동차 회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는데, 이 때문에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업체인 GM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기업들은 경제 위기에 노동자 해고로 대응하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금융 회사에서만 6만 5천여 명이 해고됐고, 스타벅스가 1만여 명, GM도 수천 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6월에만 6만 2천 개 일자리가 사라져 총 실업자가 8백50만 명(5.5퍼센트)으로 늘어났다. 전일근무에서 파트타임으로 옮겨간 사람이나 구직을 포기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실업자 수는 갑절 가까이(9.7퍼센트) 될 것이다.

이런 실업률 상승은 소비를 줄여 기업들을 어렵게 하고, 모기지·신용카드·자동차 대출 등의 연체를 늘려 금융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무능한 ‘경제’ 대통령 이명박

수출 증대로 지탱하던 한국 경제도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2008년 일사(1/4)분기에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5퍼센트 증가했지만 석유·식량 가격 폭등 때문에 수입액도 28.2퍼센트나 증가해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됐다.

미국의 경기 후퇴 심화에서 알 수 있듯이, 하반기에는 수출이 줄어들 것이 확실해, 경상수지 적자는 계속되고 경제성장률도 떨어질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환율 상승(원화 약세)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성장 위주 정책을 펴면서 수출을 늘리려고 환율 상승을 조장해 왔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6월까지 중국·일본·대만 등의 통화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6.5~7퍼센트 절상됐는데, 원화는 되레 10.5퍼센트 절하(환율 상승)됐다. 결국 5월 수입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44.6퍼센트나 올라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5퍼센트를 기록했다. 물가 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일자리 증가폭도 크게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물가 인상을 잡기 위해 최근 외환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촛불시위에서 나타났듯이 물가 폭등 때문에 노동자·서민의 불만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물가 폭등으로 소비와 기업 매출이 감소하면 고용에 악영향을 주고 금융권에 직격탄이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환율 개입

물가 폭등으로 채권값이 급락(금리는 급등)하면서 이자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은행채금리 변동과 연결돼 있어서 최고금리가 9퍼센트를 넘어섰고 가계 대출 금리도 7퍼센트가 넘었다.

금리가 조금만 더 오른다면 2백20조 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6백40조 원에 이르는 가계 대출의 연체율 증가와 집값 폭락으로 이어져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엄청난 환경 재앙을 낳을 대운하 사업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도 건설업체들의 부도가 낳을 파장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이 두려워 경제 성장 정책을 쓰기도 힘들고,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올리는 것도 금융권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경제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 환율 개입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이명박 정부의 행보는 사실 이명박 정부만의 특징도 아니다.

예를 들어,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경제평론가 마틴 울프는 올해 3월 금융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의 개입을 보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렇다. 정부가 경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장을 유지하는 은행 구제 정책보다 물가를 잡는 긴축적 통화 정책이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들의 위기, 저들의 책임

지배자들의 오락가락 행보는 사실 이들이 경제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가 인상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지배자들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긴축 정책과 경기 부양을 꺼내들 뿐이다.

이런 우왕좌왕은 지배자들 사이에 갈등과 분열을 더욱 조장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서민이 치러야 한다는 데는 지배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한편으로는 물가 인상으로 노동자·서민의 소득을 감축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임금 억제와 대량 해고로 고통을 전가하면서 기업의 이윤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경제안정 종합대책’도 의료산업 영리법인화, 법인세 대폭 인하, 공기업 민영화, 한미FTA 비준 등을 추진해 결국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서민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다.

물가 인상률을 상회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국가가 책임지고 일자리와 복지, 생활수준을 보호할 것을 요구하며 싸워 경제 위기의 책임을 지배자들이 지게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대중이 민주적으로 결정한 우선순위들을 통해 거대 기업들의 생산을 결정하고 통제해야만 대중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경제 위기를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온건파와 달리 정부 권력과 맞서기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이명박의 고유가 대책: 서민 허리띠 졸라매기와 고통 전가”를 읽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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