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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20일 쌍용차파업 30일차 현장소식:
“금속 노동자, 우리는 하나입니다”

6월 19~20일 1만여 명이 참가한 금속노조 상경투쟁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19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앞은 “해고는 살인이다”, “못살겠다, MB OUT” 수건의 물결로 가득 찼다. 노동자들은 “살인을 중단하라”며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고, 사태 해결에 정부가 나서라고 주장했다. “노동계 하투는 끝났다”는 조중동의 기대를 조롱하기라도 하는 듯,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신감은 높아 보였다.

“하나된 금속노동자들” ⓒ이윤선
ⓒ이윤선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정부가 쌍용차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7월 10만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약속했다. ⓒ이윤선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 결집한 금속노동자들 ⓒ이윤선

연단에 오른 정갑득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46조 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돈을 쌓아 둔 재벌들의 곳간을 풀어야 할 때입니다. 정부가 쌍용차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7월 10만 총파업으로 맞서겠습니다!”

금속노조는 경찰의 “불법시위 엄단” 엄포에도 불구하고 시청광장을 향해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65명이나 연행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멈추지 않고 서울역에 결집해 집회를 이어 갔다.

서울 한복판에서 기세 높은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공장을 사수하고 있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금속 노동자들을 맞이할 준비에 바빴다. 그동안 곳곳에서 보내온 대자보, 배너, 팻말 등을 새롭게 부착하고,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잠을 잘 천막을 설치했다. 공장 후문 앞 광장에 늘어선 4백여 동의 천막들은 거대한 텐트촌을 연상케 했다.

이날 금속노동자들은 경찰의 폭력진압에도 굴하지 않고 투지를 불태웠다 ⓒ이윤선
“일 할 권리! 살 권리! 국가가 책임져라” ⓒ이윤선

서울에서 집회를 마친 금속 노동자들은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인데도 피곤한 기색 없이 파업 농성장을 찾았다. 점거 파업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대오가 공장 입구 광장을 가득 메웠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산별노조가 이런 거였구나”, “진짜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다”, “정말 기운이 난다” 하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한상균 지부장은 금속 노동자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보내며 이렇게 말했다. “승리의 고지를 향해 우리는 멈출 수 없습니다. 일하는 공장은 달라도 우리는 금속 노동자, 우리는 하나입니다. 금속 동지들이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승리하는 그날까지 함께 합시다”

무대 조명은 38일째 고공농성을 진행 중인 김을래 부지부장, 김봉민 구로정비지회 부지회장, 서맹섭 비정규지회 부지회장을 비췄다. 무전기 교신을 통해 들려오는 고공 농성자들의 목소리엔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힘들지만 동지들의 지지와 관심 때문에 견디고 있습니다. 승리해서 내려가겠습니다.” 목숨을 건 고공농성에 응원을 보내는 수천 개의 촛불이 고공농성장을 향해 손을 흔들고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어진 가대위와 금속 노동자들의 공연은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계속 됐다. 끝없는 앙코르 공연 속에서 노동자들은 서로 어깨를 걸고 연대의 정을 나눴다.

다음 날 아침 결의대회가 끝나고 금속노동자들이 돌아갈 때 즈음, 노동자들은 이미 하나가 돼 있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금속 대열이 버스를 타고 나가는 길목 양쪽에 대열을 짓고 죽 늘어서서 1백 대가 넘는 차량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쉬지 않고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보냈다. 어떤 노동자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투쟁을 다짐했고, 어떤 노동자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감사의 말을 대신했다. 버스 안의 노동자는 ‘우리가 지지하니 잘 싸우라’고, 환송하는 노동자는 ‘끝까지 싸울 테니 또 만나자’고 하는 것 같았다.

1박 2일 상경투쟁은 금속 노동자들의 광범한 연대투쟁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정갑득 위원장은 “금속노조가 엄호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완전한 승리를 현실화시킬 연대파업 조직에 앞장서야 한다.

“해고는 살인이다” ⓒ이윤선

금속 노동자들이 돌아간 뒤, 파업 노동자들은 파업 한 달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하는 저녁 촛불문화제를 가졌다. 촛불집회에선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이 지지연설로 노동자들을 응원했다.

한상균 지부장은 17~18일 이틀간의 교섭을 정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부는 정리해고 철회, 분사 철회, 비정규직 고용보장이라는 3대 원칙을 지켜나겠습니다. 사측이 이간질하더라도 조합원 동지들이 막아 주십시오. 1퍼센트 가진 자를 위한 MB정권을 향해 지금까지 영웅적으로 투쟁한 것 이상으로 투쟁해야 합니다.”

한 달 동안이나 단호하게 공장점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경제 위기 속에서 해고와 고용불안에 신음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적 호응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길 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는 점거파업이 광범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 줬다. 국민의 과반이 훨씬 넘는 63.1퍼센트가 정리해고 등 인력감축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압도다수인 79퍼센트는 경찰력 투입에 반대했다. 또, 40.1퍼센트가 정부에게 쌍용차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답했고, 20퍼센트 가까이가 상하이차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17일부터 19일까지 3일 동안에만 언론노조, 투기자본감시센터, 올바른자동차회생을위한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자동차범대위) 등에서 파업지지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사무금융연맹, 종교계 등 곳곳에서 투쟁기금을 전달했다. 자동차범대위는 4일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쌀 2천 킬로그램을 전달하기도 했고, 경기지역 목사들은 가족대책위와 함께 목요기도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경기지역 스님들도 한 트럭의 쌀과 생수를 전달했다. 전주에 있는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한 노동자는 농성장을 찾아와 “언론 보도를 보고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며 “월차를 쓰고 아내와 함께 파업 노동자들을 만나러 왔다”고 응원했다.

민주노총도 오는 7월 4일에 평택 쌍용차 공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최근 〈노동과 세계〉와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권 퇴진투쟁을 벌이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정말이지, MB악법 처리를 앞두고 개인 이메일까지 공개하며 〈PD 수첩〉 제작진을 기소한 “사회의 흉기”, “음주운전자” 이명박 정부에 맞서, 금속 노동자, 언론 노동자, 최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공공 노동자 할 것 없이 단결해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