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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또 다른 투쟁이 시작됐습니다”

쌍용차비정규직지회 서맹섭 부지회장과 함께 86일간 굴뚝 농성을 벌인 쌍용차정비지회 김봉민 부지회장에게 이번 파업에 대한 평가와 소감을 들어 보았다.

이번 파업에 대한 소감과 평가를 들려주십시오.

쌍용차정비지회 김봉민 부지회장

우리 동지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말해, 훌륭했습니다. 누구든 쌍용차는 한 달도 채 못갈 것이라고 예견 했습니다. 저부터 그런 우려를 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질서를 갖추고 서로를 믿고 대오를 형성해 나가는 모습이 굉장히 자랑스러웠어요. 공장을 노동자들의 해방구로 만들었지요. 조합원들도 연대 대오들을 보면서, 연대에 대한 귀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굴뚝에서 비정규직지회 서맹섭 동지와 얘기하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비정규직 동지들과 끝까지 함께 싸웠습니다. 이후에도 비정규직 고용 문제에 대해 논의를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 “승리다”, “패배다”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후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이 어떻게 나설 것이냐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봅니다.

이 땅에서 정리해고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짚어주면 그것은 충분한 승리라고 말할 수 있겠죠. 반면에 이후에 계속 다른 사업장들에서 정리해고가 진행되고, 투쟁이 무력화되고, 이 상황을 진보진영이 방관한다면, 그건 패배일 것입니다.

다만, 쌍용차 투쟁을 통해서 대다수 국민들이 정리해고는 살인이구나 하는 정서를 갖게 된 것은 의의가 있습니다. 생존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에 우리는 마지막까지도 ‘함께 살자’, ‘해고는 살인이다’하는 구호를 놓지 않았습니다.

민형사상 책임을 취하 하겠다는 노사합의가 있었는데도, 정부와 사측이 이렇게 나오면 안 됩니다. 소위 강성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겠다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는데, 이런 걸 막아내는 것도 우리들의 과제라고 할 수 있죠.

노조가 애초 양보안을 내지 않아서 희생이 커졌다는 얘기도 있는데 잘못된 얘기입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이 양보할 수는 없죠.

이번에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은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앞으로의 숙제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유연성의 본보기로 우리를 공격했고 따라서 좀 더 적극적으로 민주노총이든 금속노조든 나섰어야 합니다.

잘못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극복하고 반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돼야 합니다.

앞으로의 각오는 어떻습니까?

지금 조합원들의 심정은 복잡합니다. 우선 신체적인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대한 아주 인간적인 안도가 있고요, [함께 투쟁한 사람 중에] 반이 갈려야 한다는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있습니다. 집안 사정도 어렵고,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아픔이 있는 것은 다 공통적이구요.

하지만 투쟁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옥쇄파업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다시 투쟁의 각오를 다졌습니다. 이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제 또 다른 투쟁이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