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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왜 그토록 폭력적인가

쌍용차 노동자를 집단 구타하는 경찰 이것이 경찰 ‘본연의 업무’다. ⓒ이명익

이번에 경찰이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을 살인 진압하는 장면을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경찰은 삼단봉, 망치, 쇠도리깨, 테이저건, 다목적발사기 등의 살상무기를 사용해 노동자를 공격했다.

이미 저항할 힘도 없는 노동자를 경찰 특공대 여러 명이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 짓밟는 장면은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섬뜩했다.

우리는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 공공의 질서를 유지한다’고 배웠다. 또 경찰은 항상 ‘민생 치안’을 존재 이유로 내세운다. 하지만 ‘민생 치안’은 경찰의 본질을 가리는 허울일 뿐이다. 경찰은 절도 사건의 절반도 해결하지 못한다. 더구나 살인·강간 같은 강력 범죄는 상당수가 가족, 친구 사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경찰력으로 예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경찰이 촛불시위를 진압하는 데 혈안이 돼 있던 2008년 상반기 강도 사건 해결 비율은 1년 전보다 4퍼센트나 줄었다. 살인과 강간 같은 다른 강력 범죄 해결 비율도 마찬가지로 줄었다. 이는 경찰의 진정한 관심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자본주의는 소수인 지배자들이 다수인 평범한 사람들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체제다.

소수인 지배자들은 지배를 유지하려고 강제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불평등, 억압, 착취 같은 자본주의의 특징은 노동자·민중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저항하게 만들기 때문에 지배자들에게는 이를 무력화할 강제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찰과 군대처럼 합법적으로 무기를 보유하고 살인을 자행하는 집단이 대표적인 강제력이다.

근대 경찰은 자본주의와 함께 발전했다. 특히 노동자와 피억압 민중의 저항에 대처하는 것이 경찰의 주된 구실이다.

실제 근대 경찰의 첫째 임무 중 하나는 최초의 노동자 대중 운동이었던 차티스트 운동을 진압하는 것이었다. 해방 후 일제 경찰을 계승해 친일파가 득실거리던 한국의 경찰도 미군정과 이승만 독재에 저항하던 사람들을 탄압하는 게 주 업무였다.

이처럼 경찰은 가진자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그들이 별 탈 없이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억압할 수 있게 ‘공공질서’를 유지한다.

실제로 경찰은 파업과 시위처럼 ‘공공질서’를 위협하는 저항에 대해서는 폭력을 사용해 탄압한다. 쌍용차 노동자들한테 행사한 잔혹한 폭력을 보라.

경찰은 사람을 죽이는 짓도 서슴지 않고 한다. 올해 초 경찰은 철거민 5명을 살해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하중근, 홍덕표 등 여러 노동자·농민들이 경찰 폭력으로 숨졌다. 그러나 어떤 경찰도 처벌받지 않았다.

‘선진국’이라 해서 경찰의 기능이 다른 것은 아니다. 올해 영국에서 열린 G20 반대 시위에서 이언 톰린슨이 경찰에 맞아 숨졌고, 2001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의 G8 반대 시위에서도 카를로 줄리아니가 경찰 총격에 죽었다.

경찰은 자신들의 본질을 가리려고 짐짓 공정한 체 한다. 그래서 ‘공정한 법 집행’과 ‘정치적 중립’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위해 파업을 하면 경찰 특공대가 투입돼 가차없이 진압하지만 삼성 이건희나 전두환 같은 파렴치한 비리 범죄자들을 두들겨 패서 체포하는 일은 결코 없는 것이 ‘공정한’ 경찰과 자본주의의 본 모습이다.

경찰은 쌍용차 진압 과정에서 무자비한 폭력을 선보여 노동자들이 쉽사리 투쟁에 나서지 못하도록 위축시키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은 특공대를 포함해 경찰 4천여 명을 투입해 살인적인 진압을 했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의 용맹스러운 저항에 밀려 끝내 도장 2공장을 확보하지 못했다. 만약 강력한 연대 투쟁이 있었다면 살인 진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노동자 운동이 그만큼 강력히 단결해서 투쟁할 때 전쟁과 빈곤, 불평등으로 얼룩진 자본주의와 함께 경찰 같은 국가 폭력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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