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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3백52명 정리해고 신고:
사측의 도발에 더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한진중공업 사측이 “노사 교섭 중에는 정리해고 통보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노동부에 3백52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신고했다. 정리해고 강행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사측은 “조선시장의 사상 유례없는 불황 속에서 구조조정은 회사 전체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선주들이 돈 보따리를 싸들고 오는 과거 호황기만을 떠올리거나 시장 환경을 부정하면서 경쟁력이 도태된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그러나 현재 경영상의 어려움을 노동자들이 책임져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한진중공업이 지난 10년 동안 흑자를 내며 벌어들인 돈은 무려 4천2백77억 원에 이른다. 2008년에 조남호 회장이 가져간 주식 배당금이 1백20억 원이고, 2009년 9월까지 지급된 사내이사 평균급여는 1억 6천9백만 원이다. 호황 때는 자신들끼리 돈 잔치를 벌이더니 어려움이 닥쳤다고 노동자부터 자르겠다는 것은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고통전가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그동안 벌어들인 돈을 투자해 고용을 유지하라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주장은 지극히 정당하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이미 많은 희생을 감내했다. 작년 한해 노동자들은 평균 1천2백만 원씩 임금이 줄었고, 구조조정 협박을 동반한 ‘희망퇴직’으로 4백여 명이 회사를 나갔다. 사측이 하청에 강요한 최저입찰제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간신이 넘는 임금을 받거나 거리로 내몰렸다. 지금까지 쫓겨난 비정규직이 1천2백 명에 이른다.

정리해고 중단을 요구하는 노동자 ⓒ이미진

그래서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분쇄,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책위’가 구성돼 공장 정문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매일 50명씩 모여 선전전을 하고 있다.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10만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2월 9일 대규모 집회도 준비 중이다. 20여 일 넘게 진행된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 씨의 단식농성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조합원들은 한진중공업 본사, 한남동 회장 자택 등 서울 곳곳에서 선전전과 집회 등 상경투쟁을 하고 있다.

야금야금

그러나 사측이 구조조정을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는 만큼 노동조합도 투쟁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 노동조합은 교섭을 하는 동안 투쟁의 수위를 낮췄지만 결국 사측은 노동부 신고를 강행했다. 더는 사측에게 야금야금 공격할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 정리해고 명단이 발표되면 사측이 ‘산자’와 ‘죽은자’로 나눠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기가 더 쉽다.

2003년 구조조정 반대 투쟁 때 노조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사측에게 8백억 원의 손실을 입힌 과감한 파업 전술을 폈기 때문이다. 당시 한진 노동자들은 비조합원들과 일용직에 의해 이루어지던 조업까지 전면 중단시켰고, 하청업체도 조업이 중단됐다.

이를 위해서 비정규직들과 함께 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현재 2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해고에 항의하며 공장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들에 대한 지원을 지속 확대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금속노조도 더욱 강력한 연대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한진중공업 뿐 아니라 금호타이어에서도 구조조정이 시작됐는데, 조직력이 탄탄한 주요 금속 사업장들에서 잘 싸우지 못한다면 이후 투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질적인 연대 투쟁을 건설해 이명박과 사업주들이 함부로 해고의 칼날을 휘두를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정리해고 단행하면 살인자이고 살인 자본이다”

채길용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지회장 “필리핀 수빅조선소에는 2조 원 가까운 투자를 하면서 우리는 고용불안이다. 왜 이것이 우리 책임인가? 수주물량이 없다고 정리해고 하겠다는데 우리가 왜 책임져야 하는가? 우리는 이길 수 있다. 저들은 3백52명 공개하겠지만 우리는 이 회사에 필요없는 인원을 발표하겠다. 우리는 이길수 있다. 금속노조만이 아니라 민주노총도 있고 많은 조직들이 연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지회 채길용 지회장 ⓒ이미진

김영미 금속노조 부위원장 “조선업종이 엄청난 호황누릴 때 비정규직 고용해서 돈을 긁어모으더니 지금은 구조조정해서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이제 한판 붙어야 한다. 투쟁 준비 차근차근 하고 있다. 이대로 두지 않겠다. 3월 9일 금속노조 임시대대가 있다. 이때 상반기 투쟁 계획 확정지을 것이다. 노동조합 중심으로 단결해서 반드시 승리하자. 금속노조가 책임지고 함께 할 것이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2009년 여름 평택에서 수없이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쳤다. 조남호 회장은 노동자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 단행하면 살인자이고 살인 자본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고용이 어렵다고 호들갑 떨고 있다. 제대로된 고용정책을 세워야 한다. 수십년간 엄청난 이익을 창출한 조남호 회장 불러서 보유금으로 위기 극복하고 노동조합과 진지하게 교섭하라고 해야 하는 게 대통령이다. 짤라내는 게 무슨 놈의 일자리 대책이냐? 정리해고 신고는 했지만 명단은 통보하지 않는다는 말 못 믿는다. 갈라치기하고 이간질하려고 정리해고 명단 통보할 것이다. 그러기 전에 민주노총과 함께 힘있게 투쟁해야 한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우리가 싸움을 승리로 만들고자 한다면 정리해고 명단 발표를 뛰어넘는 싸움이 필요하다. 손을 잡자. 금호타이어와 한진중공업이 어깨 걸고 부산과 광주에서 진지를 세우고 이번 투쟁을 준비하자. 민주노총을 지키고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자. 단결하면 승리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지회 한 조합원 “10년동안 흑자였다. 경영이 조금 어렵다고 해서 자르려고만 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번 돈으로 투자해야 되는 것 아니냐. 작년에 일년 동안 연봉이 1천2백만 원 삭감됐다.

한진중공업 임원들은 조선을 키우겠다는 생각이 없다. 무조건 자를 생각만 한다. 대통령이 다 자르라고 했는데 안 자르면 바보 아니냐. 교섭에서 사측이 대놓고 ‘이 좋은 기회에 왜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하냐’고 이야기한다.

연대하는 다함께 회원들 ⓒ이미진

노동부 신고로 위축된 감이 없지 않지만 조합원들은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상경 투쟁도 서로 가려고 한다. 명단 발표되더라도 싸울수있도록 1인당 50만 원씩 투쟁 기금 모아놨다. 우리 투쟁이 지게되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구조조정 투쟁에서 이길 곳이 아무곳도 없다고 생각한다. 연대해야 한다.”

한진중공업지회 또 다른 조합원 “경영진이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투자 많이 했다. 울산과 다대포를 팔고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영도는 하청 중심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사측은 단지 30퍼센트가 아니라 전체적인 구조조정과 외주화를 하려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물량이 없으면 나머지 70퍼센트도 또 구조조정하겠다고 할 것이다.

금속노조에서 전조합원 연대 파업을 해야 한다. 집회만 해 가지고는 부족하다. 외주화 작업을 중단시켜야 한다. 1사1조직해서 비정규직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