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노동자 투쟁:
사측이 한발 물러섰지만 공격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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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노조가 대량해고에 맞서 한 달 넘게 부분파업과 가두시위를 벌이며 싸우자, 사측은 이에 밀려 지난 19일부터 교섭에 나섰다. 사측은 1월 26일로 예정된 1천 명 해고자 명단 통보 일정도 연기했다.
이런 사측의 후퇴는 노동자들의 투지뿐 아니라, 금속노조를 비롯한 35개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가 빚어낸 결과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도 대량해고에 항의해 보름 넘게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더구나 연초부터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대량해고 일방 강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부산시가 발족한 ‘일자리 창출본부’를 두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부터 긴급 처방하라”는 민심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한진중공업 사측이 정리해고를 철회한 것은 결코 아니다. 사측은 압력에 밀려 대화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전체 노동자 중 “30퍼센트를 구조조정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한진중공업 관계자). 사측은 교섭중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가정통신문에서도 ‘경영이 어려워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교섭에선 울산공장 노동자들을 영도조선소로 전환배치하겠다고도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건설부문에 주력하면서 국내 공장에 대한 시설투자를 줄이고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집중하던 사측이 울산과 다대포 공장을 매각하려 한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주식배당금
현재 조선업이 심각한 위기인건 사실이지만 한진중공업이 당장 적자로 돌아섰거나 파산 위기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금의 공격은 다가오는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자 ‘강성노조’를 파괴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수주를 못 했으면 해외수주 책임자인 회장 아들이 책임져야지 왜 일만 한 우리가 잘려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는 수주를 못 했어도 지난해 1천억 원이 넘는 이익을 냈다. 몇 년 동안 적자를 본 것도 아닌데 해고가 말이 되냐”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하면서 조남호 회장은 주식배당금으로 수백억을 챙겼다. 아니 회사가 어렵다면 그것부터 내놔야 하는 거 아니냐”
“2003년 김주익 열사 투쟁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집사람은 싸움이 끝날 때까지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집사람도 악만 남았다. 나도 끝까지 싸울 것이다.”
한편, 노조는 집중교섭이 시작된 25일부터 간부 중심으로 투쟁 수위를 낮췄다. 사측이 한발 뒤로 물러나긴 했지만 구조조정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점은 아쉽다. 교섭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도 단호하게 투쟁을 지속하고 확대하는 게 필요한데 말이다.
노조는 부분파업과 가두시위 등을 유지하면서, 교섭결렬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교섭 결과만 바라보게 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벌써 1천여 명이 소리 소문 없이 잘려나간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정규직 해고는 정규직 해고의 전초전이었던 것이다.
금속노조도 1월 20일 금속노동자 1천5백 명이 결집한 성공적인 연대집회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집중집회를 지속해야 한다. 앞으로 대대적으로 불어닥칠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한진중공업에서부터 대량해고의 싹을 잘라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