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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돈을 더 내야 하는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개혁주의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증세론’을 받아들인다. 재정을 마련하려면 노동자들도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석균 실장은 진보신당이 추진하겠다고 한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을 비판하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복지에는 재원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를 포함한다. 3차원 복지국가론은 이 문제에서 자본이 부담할 것인가, 노동자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를 ‘소득의 문제’로 바꾸어 놓는다.”

개혁주의자들의 증세론 근거는 조세부담률(GDP 대비 조세수입)이나 국민부담률(조세부담률 + 사회보장기여금) 같은 수치들이다. 한국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이 OECD 평균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들이 아니라 한국 기업주·부자 들이 세금을 덜 내기 때문이다. 실질임금 수준에 대면 한국 노동자들이 세금을 적게 낸다고 할 수 없다.

예컨대 지난 2009년 산업은행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은 “한국의 임금 수준은 국가 경제 수준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 산업성장으로 인한 이익이 노동자들에게 적절하게 분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안주희, ‘산업경쟁력의 국제비교를 통한 국내 산업구조 변화전망’).

각국의 시간당 인건비를 그 나라의 경제 수준과 비교 분석한 결과(시간당 인건비 / 1인당 GDP) 독일은 0.25, 미국과 일본도 각각 0.18, 0.19 정도인 반면 한국은 0.15밖에 안 됐다. 풀어서 말하자면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독일 노동자들이 임금의 40퍼센트를 세금으로 제외한 뒤 받는 임금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조세부담률보다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그러나 이것도 한국의 자본가들이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이 적기 때문이지 결코 노동자들이 적게 부담해서가 아니다.

우석균 실장은 “OECD 평균 기업주의 사회복지지출 기여비율은 GDP의 5.4퍼센트이고 노동자들의 기여비율은 3.1퍼센트다. 그런데 한국은 거꾸로 기업이 2.5퍼센트, 노동자가 3.3퍼센트다. 노동자는 이미 더 내고 있고 기업주가 덜 내는 것이다” 하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