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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현장 취재(11월 23일~24일):
연대 파업 실행을 요구하는 정규직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현대차 울산1공장 점거파업이 열흘째를 맞았다.

사측은 장기전을 피하려고 침낭 반입을 철저히 막았다. 오늘(24일) 오전 10시 45분경에는 1공장 전기를 차단하고, 온수기 물 공급도 중단했다. 가족과 추천인을 통한 회유, 손해배상 협박, ‘배부른 불법파업’·‘외부단체 개입설’ 등 이데올로기 공격도 지속하고 있다.

현대차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이 10일차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 현대자동차 제1공장에 24일 오전 10시52분경 단전이 실시돼 공장전체가 암흑천지로 변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흔들림 없이 투쟁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2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압도적으로 통과된 ‘현대차 비정규 3지회 투쟁 승리를 위한 연대 파업·연대 투쟁’이 큰 힘이 됐다. 한 노동자는 “든든한 우군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연대 파업과 투쟁이 실천에 옮겨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도 최근 1공장 농성장을 자주 방문하고, 사측의 봉쇄에 항의하며 음식물 반입에 힘을 쏟고 있다. 비록 컵라면과 주먹밥이더라도 정규직 노조가 음식물 반입에 힘 쏟는 것에 대해 농성장의 노동자들은 “농성을 유지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다”며 고마워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경훈 지부장의 태도에 “우려스러움도 크게 느끼고” 있다. 이는 이경훈 지부장의 발언을 듣는 노동자들의 표정에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이경훈 지부장은 시종일관 이번 투쟁을 시트1부 동성기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로 국한시키려 한다. 어제(23일) 기자회견에서도 이경훈 지부장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언급 없이 ‘동성기업 조합원의 고용보장’만 요구했다. 또한 “비정규직 노조도 최우선 해결 과제와 불법파견(정규직화)의 중장기 과제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월 23일 현대차지부의1공장 점거 농성관련 기자회견 현대차지부는 동성기업 조합원의 고용보장뿐 아니라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동성기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굳이 점거 파업까지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동성기업 해고 문제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시발점이었을 뿐이다. 이 투쟁은 전국적인 쟁점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재”가 아니라 정규직노조의 연대 투쟁이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가 연대 파업을 결정했음에도 이경훈 지부장이 굳이 현대차 조합원 총회(투표)를 거치겠다고 고집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이경훈 지부장은 “(파업 찬반투표를) 회피하면 완전한 불법”이라며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을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2007년 금속노조의 한미FTA 관련 파업 때도 현대차지부 총회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당시 현대차지부는 자체 총회(투표)를 거치지 않고 금속노조 대대 결정에 따라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지금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이제 정규직 노동자들이 화답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23일)부터 울산1공장과 4공장에서 금속노조 대대 결정사항 이행을 촉구하는 정규직 대의원·현장위원 서명이 시작됐다.

1공장과 4공장의 정규직 활동가들은 대의원·현장위원들에게 “이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화답해야 한다”면서 “금속노조의 연대 투쟁·연대 파업이 이행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자”고 호소했고, 오늘 오전까지 정규직 대의원 32명과 현장위원 7명이 이 서명에 동참했다. 그리고 연대 파업 호소 서명은 현재 울산 2·3공장과 다른 사업부로 확대되고 있다.

연서명을 조직하고 있는 울산4공장 정동석 현장위원은 현장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워낙 정당성이 큰 투쟁이라 대체로 공감하면서 연서명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서명을 지켜보던 한 조합원은 ‘대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까 [이경훈]지부장이 총회를 밀어붙이지 않냐’며 대의원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투쟁을 확대하기 위해 현대차의 모든 현장조직들도 공개적으로 연대 파업 호소 글을 발표하고, 금속노조 대대 결정에 따라 실질적인 투쟁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전주·아산 공장의 파업

현대차 전주와 아산공장의 비정규직 지회들도 투쟁을 확대하고 있다.

아산공장 비정규직지회는 22일 주간조 2시간 파업, 야간조 4시간 파업을 진행했다. 23일에도 전조합원이 4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후 조합원들 라인을 순회하면서 투쟁을 호소했다. 사측 관리자들의 폭력과 협박에도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는 어느 때보다 높다. 부분파업 이후 12명이 노조에 새로 가입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정규직 현장위원들을 만나 연대를 호소했다. 정규직 현장위원들은 이 호소에 응답해 비정규직 투쟁을 엄호하는 천막농성을 준비하고 있다.

전주공장 비정규직지회도 22일·23일 주간조 6시간, 야간조 전면파업을 벌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과 정규직 조합원들의 대체인력 투입 저지로 트럭 2공장과 버스 생산 라인이 중단됐다.

22일 울산 1공장에 모인 3지회 지회장들은 공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3지회 파업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24일에 3지회가 전면파업에 돌입해 전 조합원이 울산에 모여 집회를 열고, 서울 양재동 본사 앞 농성을 하기로 결정했다.

연대 확산

기아차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연대 움직임도 시작됐다.

기아차지부 3개 비정규직 분회는 “현대차의 투쟁은 곧 기아차의 투쟁”이라며 23일부터 전 조합원 잔업 거부에 나섰고, 현장에서 집회와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아차 정규직 활동가들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기아차 현장조직인 ‘금속노동자의 힘’은 “기아차 노동자들도 투쟁 대열에 합류해야”하고 “투쟁의 불씨를 기아차로 옮겨 붙이자”며 연대 투쟁을 촉구하고 나섰다.

‘화성공장 금속노동자의 힘’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가 선두에서 연대파업을 건설해야 한다”며 기아차 모든 활동가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첫째,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투쟁의 승리를 위해 전 조합원 모금과 신문광고를 조직하자! 둘째, 연대와 지지 성명서 대자보·펼침막을 제작해 울산, 전주, 아산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달하자! 셋째, 기아차지부가 연대 파업에 나설 수 있도록 현장을 조직하고 함께 실천하자!

전교조도 논평을 내고 “당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현대차가 교섭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대대 결정 대로 실질적인 연대 투쟁·연대 파업을 건설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금속노조를 넘어서 민주노총 차원의 연대 파업도 시급히 준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