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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대의원대회 현장 취재:
금속노조가 연대 투쟁·연대 파업을 결의하다!

금속노조 정기 대의원대회가 11월 22일 울산 오토밸리 복지관에서 열렸다.

대의원대회 장소로 가는 복도에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40여 명이 금속노조 대의원들에게 연대 투쟁을 호소했다. “비정규직 동지들이 김밥 한 줄만 먹고, 단수도 견디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연대해주세요.”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해 달라”고 호소하며 절을 하고 있었고, 그 앞에서 가족대책위의 눈물겨운 절절한 연대 호소도 이어졌다.

가족대책위의 눈물겨운 절절한 연대 호소도 이어졌다.

금속노조의 연대 파업을 호소하려고 서울에서 내려간 ‘다함께’ 회원들도 〈레프트21〉 호외를 뿌리면서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하자고 호소했다. 사회주의노동자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와 KEC 지회 노동자들 역시 현대차 비정규직에 대한 연대와 파업을 호소하는 리플릿을 나눠줬다.

대의원대회가 성사되자 현장 발의된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 투쟁 승리를 위해 15만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결의하자”는 안건이 첫 번째로 다뤄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구사대 및 경찰력 진압 시 즉각 전면 총파업 돌입, 11월 25일부터 잔업 거부 투쟁 전개, 12월 1일 금속노조 1차 총파업을 전개하고 울산에서 결의대회 개최 등이었다.

안건이 상정되자 곧바로 대의원 두 명이 현장 발의 안을 보완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얼마 전 단호한 투쟁으로 승리를 거머쥔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소속 대의원은 “황인화 조합원 분신 이후 상황이 더 급박해 졌다”며 24일부터 잔업 거부, 25~26일 주야 4시간 부분파업, 27~28일 확대간부 파업 뒤 울산 집결, 12월 1일 총파업 등으로 파업 일정을 더 당겨야 한다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어서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은 “다들 선동만 하지 책임은 지지 않는다. 지금보다 수위를 높이는 것은 아름다운 연대도 해칠 수 있다. 파업·잔업 거부·특근 거부 등 모두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수위를 높이게 되면 사흘에서 닷새 만에 박살날 수 있다”며 금속노조의 연대 투쟁·연대 파업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곧바로 현대차 1공장 박성락 대의원과 쌍용차 소속 대의원 등의 파업 찬성 발언이 쏟아졌다. 특히 쌍용차 문기주 대의원은 “쌍용차 파업 당시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금속노조도 민주노총도 당신들을 버렸다’는 사측의 현수막과 선무방송이었다”며 파업 결의와 실천을 호소했다. 여기저기서 연대 파업에 찬성 발언을 하겠다고 나서는 대의원들이 손을 들었다. 현대차 이경훈 지부장의 발언과 달리 투쟁 수위를 높이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에 박수와 환호가 높았다. 원안보다 투쟁 수위를 높인 수정안에 대해서도 대의원 다수가 찬성하고 있었다.

반면, 이경훈 지부장 외에 연대 파업에 반대하는 발언자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현대차 이경훈 지부장이 몇 번이나 나와서 반복적으로 발언해야 했다.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1시간 동안 정회를 선포했고, 그 사이에 현장 발의된 원안과 수정안 2개를 발의한 대의원이 협의해 하나의 단일안을 제시했다.

단일안의 내용은 경찰력이나 구사대 투입 시 즉각 전면 파업, 11월 23일 금속노조 전 지부·지회·분회별 중식투쟁 전개, 11월 24일 금속노조 확대간부 파업 및 울산공장 앞 결의대회, 11월 26일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행동의 날’로 정해 잔업 거부 및 전국 동시다발 집회, 향후 잔업 거부를 확대하되 세부 방안은 중앙쟁대위에 위임, 11월 27일 민주노총과 협의해 울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및 간부들은 48시간 철야농성, 11월 30일까지 현대차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12월 초 연대 파업(구체적 시기와 방침은 12월 1일 중앙쟁대위에서 논의) 등이었다.

75.3 퍼센트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단일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하자, 또다시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이 김을 빼기 시작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오늘은 대의원대회에서 쟁의 발생을 결의한 것으로 하고, 각 사업장별로 조합원 총회를 통해 의사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전체 조합원 총회를 하지 않을 경우, 사흘에서 닷새 안에 투쟁이 박살날 수 있다”며 협박했다. 다행히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규약 상 대의원대회에서 쟁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28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노조 대의원들이 ‘현대차 비정규직 세 지회 투쟁 지원 건’에 대한 표결을 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현대차 이경훈 지부장의 거듭된 반대 발언과 김 빼기에도 불구하고, 대의원 4백1명 가운데 75.3퍼센트인 3백2명이 찬성해 결국 단일안이 통과됐다.

금속노조 대의원 압도 다수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연대 투쟁과 연대 파업을 결정한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초인같은 의지로 농성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연대 투쟁과 연대 파업이 압도적으로 통과됐다는 소식이 1공장 농성장에 전해지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수많은 대의원들이 지적했듯이, 오늘의 연대 파업 결정이 실제 위력을 발휘하려면 각 작업장에서 실질적으로 집행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현대차지부가 결정 사항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와 주류 언론이 ‘정규직 이기주의’니 ‘귀족노조’니 하는 비난이 가당치도 않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 줘야 한다.

현대차 이경훈 지부장은 마지막 발언에서 “결의한다면, 끝까지 함께 책임지는 자세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반드시 이 말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리고 현대차지부의 정규직 활동가들은 금속노조의 연대 파업 결정이 반드시 실행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한편, 애초 12월 1일로 특정했던 연대 파업 날짜가 ‘12월 초’로 모호하게 바뀌고, 파업 날짜와 방식이 중앙쟁대위로 위임됐다. 하루빨리 연대 파업에 돌입해야 하는 시점에서 다소간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사측이 불성실한 교섭으로 시간을 끌고 김을 뺄 수 있는 여지도 남겼다.

그럼에도 금속노조 대의원들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체 노동계급을 대표하는 투쟁임을 분명히 하고, 이 투쟁에 적극적으로 지지·연대하며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이제 전국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연대 투쟁·연대 파업이 실질적으로 벌어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찬 공장 바닥에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에 화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