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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좌클릭’하고 있는가

요즘 진보진영 내에서 민주당이 ‘좌클릭’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지난 11월 16일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이 주최한 “진보대연합과 통합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민주당이 “진보 표를 잡겠다는 자기 전략”을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 손학규가 KEC 점거 파업 현장을 방문했을 때 노조 간부들이 그를 크게 반겼다는 예를 들면서 그렇게 말했다.

KEC 점거 파업을 해제하러 가서 웃고 있는 손학규 진보진영이 ‘사채업자’ 민주당을 미화하는 한 노동자들은 계속 뒤통수를 맞을 것이다.

조국 교수도 “민주당은 정책 차원에서는 중도 보수 자유주의에서 한걸음 ‘좌클릭’을 하였다”고 본다.

그러나 과연 민주당이 ‘좌클릭’하고 있는가?

박 부대표가 예로 든 KEC 점거 파업에서 민주당이 한 일은 노동자들의 점거를 해제시키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이 중요한 투쟁 무기를 내려놓게 만든 것이다. 민주당은 ‘중재자’를 자처하며 결국 사측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냈다.

현대차 비정규직 점거 파업에 대해서는 어떤가.

“이것이 전국적인, 전국 사내하청 문제와 대기업 제조업에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단순히 복직이냐 아니냐의 범위를 넘어섰다.”(민주당 노동전문위원 조춘화)

민감한 계급적 문제이기 때문에 지지하기 쉽지 않다는 속내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 비정규직의 점거파업을 지지하는 사회 여론이 커지자 그제서야 손학규는 “대법원의 판결(사내하청 불법파견)은 그것이 사회적 추세이자 이 사회의 최소한의 정의임을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말 이상을 나아가지는 않았다. 이 당에게 연대 투쟁 호소는 기대도 않는다. 민주당이 어찌 감히 현대차 정몽구에 맞서 노동자 연대 투쟁을 호소하겠는가.

이 당은 하다 못해 말로라도 현대차 정몽구의 탐욕을 비난하지 못한다. 또, 점거 파업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식량과 식수 공급 문제에 민주당이 발벗고 나섰다는 얘기도 없다.

손학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민주당이라는 당명에서 ‘민주’자를 빼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하고 말했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을 만나서 한 말이다. 낯짝이 소가죽보다 더 두껍다.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의 반대를 무시하고 비정규직 악법을 통과시킨 당이 민주당이다. 장장 5년 2개월 동안 지속됐던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도 민주당 정부에서 시작됐다.

이 당은 근본에서 노동계급에 적대적인 당이다.

지난해 말에 추미애가 한나라당과 야합해 노동법을 개악 처리한 것을 떠올려 보라. 민주당은 끝내 추미애를 징계하지 않았다.

입발림으로 노동자의 환심을 사려 하지만 궁극으로 자본가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자본가 정당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노동자의 친구 당이 아니라 자본가의 친구 당이다.

한미FTA

그러면 다른 문제들에서는 좀 다른가. 한미FTA에 대한 민주당의 방침은 ‘MB식 재협상 반대, 전면 재검토’다. 한미FTA 폐기가 아니다.

한미FTA도 민주당 정권이 추진했다. 허세욱 열사가 제 몸에 불을 사르면서, 수많은 노동자·학생 들이 물대포와 경찰 방패에 맞아가면서까지 반대했지만 민주당은 한미FTA를 강행 추진했다.

그런 민주당의 ‘MB식 재협상 반대’는 자기들이 협상한 한미FTA가 더 낫다는 소리로 들린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소심한 반발이 있었지만, 민주당의 공식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민주당은 제국주의 전쟁을 반대하지 않는다. 집권 시절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동의안이 상정됐을 때 민주당은 기권했다. 직전에 진보정당들과 공동으로 파병 반대 결의안을 내놓기로 했다가 막판에 뒤통수를 때렸다.

민주당의 뒤통수 때리기는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 4대강 예산 처리를 막겠다고 해놓고는 최종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절대 받을 수 없는 예산안이라고 방방 뜨다가 최종 순간에는 한나라당에 투항했다.

사실, 민주당은 언제나 무릎 꿇고 한나라당과 싸웠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에 찬성한 박준영을 전남도지사 후보로 공천하고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고 말했다(박준영이 최근에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고 말을 바꿨지만, 두고볼 일이다).

조국 교수는 민주당이 “진보정당의 정책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흔히 말만 뻥튀기하고 실내용은 보잘것없다. 민주당 ‘좌클릭’의 상징처럼 돼 있는 ‘보편적 복지’가 정확히 그렇다.

사채업자

민주당은 강령을 개정해 ‘보편적 복지’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사회투자국가론의 뼈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시장원리를 우위에 두는 사회투자국가론의 기본 전제는 ‘투자’라는 말에서 보듯, 복지의 대상을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자로 한정하는 것이다. 사회투자국가를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로 부르는 이유다.”(〈진보정치〉 493호)

정확한 지적이다. 정동영 등이 ‘보편적 복지’ 같은 용어를 부각하려 하지만 민주당 의원 다수는 이를 부담스러워한다.

민주당은 민주노동당을 향해 ‘색깔’ 공세를 펴기도 했다. 7·28 재보선 때 민주당 광주지역 의원들은 민주노동당이 ‘대안 없는 반미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은 광주에서 민주당한테 ‘색깔’ 칼침을 맞고도 서울 은평을에서 민주당 후보 장상을 지지했다.

사실, 민주노동당이 민주당한테 뒤통수를 맞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후보 양보를 끌어내는 조건으로 ‘공동지방정부’ 구성을 약속했다. 그러나 “공동지방정부 ‘실험’ 5개월 … 대부분 낙제점”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경우 6가지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약속했다. 하지만 지켜진 건 거의 없다. 민주당 구청장은 또 약속한 정책협의회를 설치하지 않았다.”(〈진보정치〉 495호)

오죽하면 민주당과의 동맹을 노골적으로 추진하는 민주노동당조차 민주당을 비판하는 논평을 종종 냈다.

“민주당은 [SSM 관련 법안 통과] 과정에서 여야 약속을 번복하고 한나라당과 분리처리 야합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다시 동시처리 입장으로 돌아왔다가 어제 다시 한나라당의 분리처리를 합의해 주어 중소상인들을 두 번 배신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여 주었다.”(11월 10일 민주노동당 대변인 브리핑)

민주당의 배신, 조삼모사식 사기, 동요는 소수만 아는 비밀이 아니다. 대중적으로 입증된 것들이다. 두 달여 전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반MB 정서가 사라질 까닭이 없는데도 7·28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미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좋아서’ 찍었다는 사람이 2.4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사람들은 카드 신용불량자가 사채업자에게 가는 심정으로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 사채업자에게 가는 사람의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민주당 ‘좌클릭’ 운운은 사채업자를 미화하는 것이다. 대형 은행들 때문에 파산한 사람들의 삶을 사채업자가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이들에게 민주당과는 다른 정치적 대안을 제공해야 하는 임무가 진보세력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