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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현장 취재 (11월 29-30일):
폭력 탄압에도 꺾이지 않는 투지와 저항

지난 주말에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 있는 합의 없이 농성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이제 울산 1공장 점거 파업 중인 조합원들은 마음의 짐을 털어버리고 투쟁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대화를 하려면 먼저 농성을 풀어야 한다’는 사측의 입장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농성을 풀면 사측이 뒤통수 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한다.

급한 볼 일 때문에 밖에 나갔던 노동자들이 다시 농성장에 들어올 정도로 농성자들의 의지는 굳건하다. 현대차지부 집행부와 활동가들은 이 동지들이 흔들림 없이 투쟁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야 한다.

그런데 29일에 현대차지부 집행부에 이어 정규직 사업부 대표들까지 농성 해제 압력을 넣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29일 정규직 사업부 대의원 대표들과 해당 사업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간담회가 그런 자리였다.

4공장 사업부 이종철 대표는 “솔직하게 얘기 하겠다”며 운을 뗐다. “정규직 쟁취하기 힘들다. 농성장을 나가서 재정비하고 다시 투쟁해야 한다.”

시트사업부를 포괄하는 김천민 통합 대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동성기업 노동자 고용 승계를 하고 정규직화는 시간을 갖고 해결하자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반발한 것은 물론이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2005년과 2006년에 우리가 당했던 것을 알면서도 농성을 해제하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밖에 더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다른 조합원도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어느 정도 짐작을 했기 때문에 우리 조합원들 흔들리지 않는다”며 “오히려 오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다른 농성 조합원도 “현재 농성하는 동지들은 그런 말 듣고 흔들릴 사람 없다”고 밝혔다.

몇몇 노동자들은 간담회 도중에 화가 나서 아예 자리를 뜨기도 했다.

4공장과 시트사업부 정규직 대의원 대표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 1공장 사업부 백기홍 대표도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 “지부 집행부와 사업부 대표들이 손을 놓으면 회사가 진압할 것”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대로 연대 파업을 실행하자는 데 연서명한 백 대표까지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1공장 정규직 활동가들을 대변하는 게 옳을 것인데 말이다.

정규직 사업부 대표들은 자신들이 “비정규직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지지 엄호를 할 것”이라며 지난 11월 18일에 발표한 공동 성명서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순차적 해결과 농성 해제를 말하는 것은 지금의 투쟁을 지지·엄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농성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위다.

2공장 점거 시도

점거 농성자들은 29일 저녁 보고대회를 열고 다소 가라앉았던 농성장 분위기를 날려 버렸다.

금속노조 김형우 부위원장은 라디오 토론회에 패널로 나가서 접한 청취자들의 지지 여론을 소개하면서 “흔들리지 말고 투쟁하자”고 주장했다.

1공장 정규직 엄길정 대의원은 현대차지부 집행부가 ‘외부 세력’이라 지목하고 농성장에서 끌고 내려가 버린 연대 단체 활동가들을 방어하자고 주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열흘 넘게 함께 투쟁했던 동지들이 두 분이 끌려 내려갔습니다. 여기 동지들은 스스로 선택해서 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외부 세력이나] 누가 억지로 밀어 넣은 사람 없어요. 누가 같이 싸운 사람을 끌어낼 수 있단 말입니까? 김밥 한 줄하고 연대하는 동지들하고 바꿀 수 있습니까?

“이 시간 이후부터 그 누가 와서 연대 동지를 끌어내려 한다면 동지들이 막아 주셔야 합니다. 여기 함께하는 연대 동지들은 여러분과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단 하나의 이름으로 와 있습니다.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노동자라면 어느 누구도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습니다.”

11월 30일 2공장 점거를 시도한 이후 사측은 무자비한 폭력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폭력으로 노동자들의 투지를 꺽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11월 30일 오전에는 농성장 밖에 있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2공장 라인을 일시 점거했다. 이 때문에 2공장 라인이 정지했다. 1공장 점거 파업 대오에게 힘을 주고 투쟁의 위력을 더 높이기 위한 이 행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놀라운 투지와 꺾이지 않는 분노를 보여 주었다.

당황한 사측은 곧 무자비한 폭력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용역깡패와 관리자 3백여 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집단 구타하면서 경찰에 넘겼다. 비정규직 조합원 32명이 연행됐다.

이어서 공장 안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2공장 비정규직 이진환 대표를 비롯해 노동자 5명을 관리자들이 끌어내 집단 구타하고 또 경찰에 인계했다. 이진환 대표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용역 깡패들의 집단 구타는 방조하고 그들이 넘긴 노동자들을 연행해 구속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말한 “법과 원칙”이고 “공정 사회”인 것이다.

11월 30일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상경 투쟁을 시작한 노동자들과 연대 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끝까지 목숨 걸고 투쟁하겠다" 이날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던 우상수 조합원이 눈물을 글썽이며 발언을 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울 상경 투쟁도 시작했다. 상경한 노동자들은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기자회견을 열어서 정몽구를 규탄하고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여기에서도 정몽구가 의지할 것은 폭력밖에 없었다. 용역직원들이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노동자를 둘러싸서 폭행하고 인근 사거리 건너편으로 끌고 가 내동이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오후에도 양재동 본사 앞 기자회견을 마치고 간담회를 하던 상경 투쟁 노동자들과 연대 단체 회원들이 용역직원들에 폭행당했고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우상수 대의원과 연대단체 회원 등 8명이 연행됐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연행됐지만,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 울산 동부 경찰서 항의 집회에 참가한 한 조합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주 국가에서, 법치 국가에서, 그리고 대기업이라는 현대차에서 어떻게 이런 폭력을 행사할 수 있냐. 맞은 사람은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구속부터 시키고, 때린 사람은 아무도 연행 안 하고 내버려 둔다.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인줄 알았더니 자본가의 지팡이다.

“이렇게 폭력적으로 나와도 두렵지 않다. 연행도 두렵지 않다. 그게 두려웠다면 나는 지금 열심히 라인 타며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을 보여 줍시다”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처절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는 여전히 찬물을 끼얹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11월 30일 이경훈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소위 ‘외부 세력’을 “본격적으로 색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글에서 이경훈 집행부는 ‘1공장 농성장에서 시너와 쇠파이프가 발견됐다’며 이를 ‘외부 세력’의 소행이라는 듯 묘사했다. 그리고 이런 좌파 단체나 활동가 등 ‘외부 세력’의 개입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고 썼다.

그러나 힘들고 고립된 점거 농성에 함께하며 용기를 북돋는 연대 활동가들 때문에 노동자들 사이에 “불신”이 생긴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억지다. 민주노조 운동에서 연대는 오래된 전통이다. 업종과 지역, 작업장의 울타리를 넘어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을 실천하는 연대 활동은 고무해야 마땅하다.

지금 진정으로 불신을 낳고 있는 것은 조합원들이 거부한 안을 강요하고, 연대 파업을 회피하고, 연대 동지들을 폭행하는 이경훈 집행부의 행태다.

이경훈 집행부는 사측이나 경찰이 할 법한 행태를 멈춰야 한다. 이 순간에도 온몸으로 연대를 실천하는 수많은 활동가들을 더는 욕보이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지는 여전히 강력하고 이 투쟁에 대한 대중적 지지도 여전히 크다.

예컨대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울산 지역대책위원회’가 울산시민들에게 여론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퍼센트가 ‘현대차 사측이 즉각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는 내용이 오늘 공개됐다.

"꼭 다 나아서 현장에서 일하고 싶고 정규직 명찰을 달고 일하고 싶습니다" 현재 병원에서 화상 치료를 받고 있는 황인화 동지.

또 병상에 있는 황인화 동지가 보낸 편지 내용도 오늘 공개됐다. 편지에서 황인화 동지는 이렇게 당부했다.

“이 기회에 우리의 정당한 요구인 정규직화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두 번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비조합원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이번 기회로 서로의 벽을 깨고 하나가 되고 진정으로 형님 아우가 되어 우리 자식들에게까지 비정규직이란 명분 으로 노동자를 갈라치게 하지 않도록 꼭! 도와주십시오!! 정규직 형님들! 힘차게 저희의 투쟁을 지지 엄호해주십시오! 함께 투쟁하여 주신다면 정말 큰 힘이 되겠습니다. 모두가 정규직화가 되어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것을 몸소 보여 줍시다! 꼭! 연대해 주실 거라 믿겠습니다. 저도 꼭 다 나아서 현장에서 일하고 싶고 정규직 명찰을 달고 일하고 싶습니다.”

아산·전주 공장에서도 지속되는 파업

아산공장은 오늘(30일) 주야 4시간 파업을 벌였다. 아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송성훈 지회장이 ‘3주체안’을 단호히 거부하고 ‘정규직화 논의를 전제로 한 특별교섭’ 요구를 분명히 한 것에 대한 지지 분위기가 높다.

현대차 아산공장위원회 정규직 노동자 최병길(37)은 현장의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자동차 라인은 연결돼 있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합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정규직의 노동 강도가 세진다고 하지만, 정규직의 노동 강도를 강화하는 것은 바로 사측입니다. 최근에는 모듈 생산 때문에 더욱 더 작업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서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싸우는 것이 정규직을 위하는 길입니다. 현대차 사측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를 가장 꺼려합니다. 정규직이 대체 인력을 저지하고 원하청 공동 집회를 개최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우리는 사측이 두려워하는 것을 실행해야 합니다. 정규직 지부가 이 투쟁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경훈 집행부가 투쟁 지원군이 아니라 ‘중재자’ 구실에만 신경 쓰는 것 같아 대단히 아쉽습니다.

“공장 안에서 우리의 동료들이 사측 관리자와 용역깡패들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는데도 노동조합이 아무 힘도 쓰지 못한다면 이는 진정한 노동조합이 아닙니다.

“현대차지부는 연대 파업을 통해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이번 비정규직 투쟁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정규직의 노동유연화가 커지고 나아가서는 1998년처럼 정리해고 광풍이 불 수도 있습니다.

“내 옆에서 일하는 정규직 동료들도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 좋은 것 아니냐’는 말을 많이 합니다. 비정규직 동료들의 정규직화 투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이경훈 지부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산공장에서도 ‘아름다운 연대’를 실천하려는 정규직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이경훈 지부장의 잘못된 행동으로 비정규직 동지들이 사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울산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 덕분에 아산공장 비정규직·정규직 동지들도 힘을 받고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전주공장도 주간6시간, 야간8시간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전주 비정규직지회 쟁대위는 30일 속보를 내고 특별교섭 참여에 대한 혼란을 정리하는 입장을 밝혔다.

“전주 비정규직지회는 이번 특별교섭을 참여키로 결정하였으며, 불법파견 특별 교섭 대책에 대하여 현대차 사측과의 교섭에서 정규직화 부분에 대한 성과가 없다면 어떠한 이유를 불문하고도 파업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또한 더욱 큰 파업 투쟁으로 우리 지회 전조합원의 염원인 정규직화가 현실화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전주공장의 한 비정규직 조합원은 현장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전주공장은 정규직 위원회가 매우 잘 연대하고 있습니다. 파업 첫날에는 울산공장처럼 될까 봐 사측 관리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는데, 그때 정규직 대의원·현장위원들이 앞장서서 막아서니 그냥 쳐다보다가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파업하고 공장 안에서 집회를 열어도 주변에서 서성거리기만 할 뿐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3주체안’을 둘러싸고 분열해 안타까웠습니다. 농성 해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동안 현대차가 어떻게 해 왔는지 우리는 잘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몽구라도 농성 해제시켜 놓고는 약속 지키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 믿을 수 없습니다. 정규직 형님들도 ‘공장장이랑 서면으로 고용, 물랑 등을 약속해도 공장장이 바뀌고 나면 완전히 휴지조각 된다’며 절대 믿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전주공장 비정규직 조합원 중 울산 동지들만 바라보지 말고 더 강력하게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꽤 됩니다.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는 대단합니다. 가면 갈수록 우리의 투쟁은 더 세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