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호외] 우리 모두를 위해서:
연대 파업 찬성표를 던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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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호외로 제작돼 총투표가 열리는 12월 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출근하는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배포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이경훈 집행부가 결국 연대 파업 여부를 총회로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뜻 생각하면 총회로 조합원들의 뜻을 묻는 게 더 민주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깡패에게 폭행당하는 동생을 도울까 말까를 투표로 결정하는 형이 있는가? 그래서 부결되면 동생이 두들겨 맞아도 못 본 척하는 게 민주주의일까? 그것은 말이 안 된다.
더구나 연대 파업은 이미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결정한 문제다. 우리를 대변하는 대의원이 결정해도 다시 투표할 거면 대의원은 왜 뽑고 대의원대회는 왜 하겠는가. 그래서 2007년 한미FTA 반대 파업 때도 현대차는 총회없이 파업했다.
더구나 이경훈 집행부는 그동안‘총회해서 부결나는 게 걱정되면 그전에 점거를 풀어라’는 식으로 비정규직 동지들을 압박했다. 게다가 ‘총회하면 부결될 게 뻔하다’고 해 놓고서, 아무런 가결 선동도 없이 이렇게 하루 만에 총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결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대차지부가 총회를 하지 말고 금속노조 대대 결정에 따라 연대 파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경훈 지도부는 현장 활동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총회를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회가 부결되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용역깡패들은 더욱 무법천지로 폭력을 휘두를 것이고, 1공장 점거 농성에 대한 폭력 침탈과 경찰력 투입도 시도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규직도 등을 돌렸다’며 기뻐 날뛰는 저들을 보면서 비정규직 동지들의 가슴은 무너질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면 그렇지’하는 냉소와 환멸에 빠져들 것이다.
노동자들의 가슴에는 큰 생채기가 생길 것이고 ‘비정규직을 외면하는 배부른 노동귀족’이라는 현대차지부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질타는 극에 달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이경훈 집행부가 끝내 민주노조의 의무를 외면하고 총회를 강행하는 상황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투표에 참가해 압도적 찬성 투표로 연대 파업을 가결시켜야 한다. 총회가 부결돼서 비정규직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비정규직을 탄압하는 정몽구와 용역깡패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정규직의 목을 겨누고 있는 칼
연대 파업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단지 ‘내 일은 아니지만 비정규직을 도와줘야’하기 때문이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바로 정규직의 목을 겨누고 있는 칼이다.
단지 내 자식이 앞으로 비정규직이 될 거라서 만이 아니다. 바로 지금도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압박하는 무기로 이용되고 있다.
민주노조가 만들어진 지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왜 아직도 현대차 노동자들은 언젠가 다시 IMF가 오면 해고되고 비정규직이 될 거라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을까? 왜 아직도 생명을 갉아먹는 주야 맞교대로 일하고 있을까? 왜 아직도 ‘있을 때 벌자’는 심정으로 잔업·특근에 매달리며 고생해야 할까?
이 모든 고통의 배경에 바로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을 노리고 현대차 사측은 2000년대 이후 정규직을 뽑지 않고 비정규직을 늘려 온 것이다.
무엇보다 위기가 오면 정몽구는 가차없이 노동자들을 내쫓으려 할 것이다. 그럴 때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은 강력한 민주노조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처럼 민주노조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열돼 있다면 저들이 갈라치기 딱 좋을 것이다. 지금처럼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외면하는 귀족노조’라고 비난받는다면 정몽구가 공격하기 딱 좋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을 깨닫고 있기에 이미 적지 않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투쟁에 열심히 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끝없이 고용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민주노조의 힘을 갉아먹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 비정규직 동지들이 저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고, 전 국민적 지지도 있다.
여기에 정규직이 나선다면 승리는 가능하다. 4만 5천 조합원의 힘이면 불가능이 없다.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의 신성한 현장이 더럽혀지고 있다. 문신을 한 용역깡패들이 현장에 들락거리고 있고, 비정규직 동지들이 비닐만 덮고 떨면서 새우잠을 자고 있다. 연대하는 정규직이 사측에게 폭행 협박당하고 있다.
정규직 동지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끝내자. 연대 파업을 위한 총회에 주저없이 찬성표를 던지자. 연대 투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5만 5천 조합원의 막강 민주노조를 만들자.
설사 총회가 부결돼도 그 책임은 가결 선동도 없이 사실상 부결을 유도하며 공지 하루 만에 ‘자살 총회’를 감행한 이경훈 집행부에게 있다. 총회가 부결돼도 이 투쟁이 우리 모두를 위한 투쟁이며 ‘비정규직이 무너지면 정규직도 무너진다’는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미 많은 정규직들이 온 몸으로 이 투쟁에 연대하고 있다는 사실도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부결되더라도 비정규직 파업에 대한 정규직의 연대 파업 건설 노력은 중단없이 계속돼야 한다. 금속노조의 연대 파업 결정과 계획도 변함없이 추진돼야 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정규직 일자리를 위협하는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데 많은 비용을 쓰면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회사가 흔들리면 정규직의 일자리도 흔들릴 수 있다는 현대차 사측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먼저 현대차 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할 충분한 돈을 갖고 있다. 현재 현대차에서 불법파견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1천2백억 원이다. 그런데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2조 5천1백70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 돈의 5퍼센트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가능한 것이다.
2009년 현재 현대차는 사내 유보금 6조 8천4백억 원, 현금성 자산 12조 3천3백억 원을 금고에 쌓아 두고 있다. 지난 6년간 현대차 회장 정몽구는 주식배당금으로만 2천47억 원을 벌었다. 정몽구 주식배당금의 반만 내놓아도 정규직화가 가능하다.
현대건설 인수에 쓸 돈 5조 원은 있다고 하면서 불법파견 해결에 쓸 돈 1천2백억 원은 없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이런 엄청난 돈을 쌓아 두고도 주간연속2교대와 월급제 시행을 거부하고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쥐어짜 온 정몽구가 또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더구나 보수 언론마저도 도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의 배경에는 지나친 비용절감과 하청업체 쥐어짜기가 있다고 지적하지 않았던가.
정규직의 연대 속에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되면 ‘비정규직을 외면하는 배부른 노동귀족’이라는 현대차 노조에 대한 공격도 더는 먹히지 않게 될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경쟁력이 떨어져 회사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정몽구가 가져갈 이윤이 줄어들 뿐이다. 그리고 정몽구의 이런 욕심 때문에 현대차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 등에 신음하면서도 힘겹게 주야 맞교대로 일해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 고생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어다 준 노동자들을 정몽구는 위기만 오면 언제든지 내쫓으려 할 것이다. 1998년에 우리는 그것을 똑똑이 보았다.
당시 현대차 사측은 먼저 4천여 명의 비정규직을 공격했고 이어서 정규직 노동자 5천여 명을 정리해고하려 했다.
그래서 현대차지부 전주위원회는 올해 초에 이렇게 주장했다.
“처음 비정규직이 해고돼 잘려 나갈 때 정규직은 침묵하고 항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비정규직을 해고할 때 나는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비정규직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최저임금을 삭감하려 할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아니었으니까. 결국 그들이 나에게 퇴직 희망서를 보내왔을 때 아무도 항의해 줄 이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처음 시작했을 때 시작했어야 했습니다. 바로 지금이 싸워야 할 때입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바로 노동자들의 단결과 강력한 노조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젊고 활력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돼서 노동조합에 함께한다면 현대차 노조의 힘은 더욱 막강해질 것이고 정몽구는 바로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