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현장 취재 (12월 1일):
이경훈 집행부는 배신적 작태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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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부터 열렸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가 결국 비정규직 투쟁 지원 관련한 어떤 결정도 하지 못한 채 오늘 유예됐다.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의 노골적인 연대 회피 행태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
원래 대의원대회 기타 토의 안건에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는 정규직 조합원에 대한 신분 보장’ 안건과 ‘사측의 1공장 휴업 조치 시 즉각 생산 타격 투쟁 결의’ 안건이 상정됐다. 그러나 이 안건을 논의하기 전에 이경훈 지부장은 정족수 미달이라는 이유로 대의원대회 유예를 선언했다.
1공장 엄길정 대의원이 “밖에 있는 사람들 불러서 진행하면 되는데 왜 유예를 하느냐”며 항의했다. “대의원대회 5일 동안 예정돼 있고 이렇게 빨리 끝난 적도 없었다. 지부장이 뒤통수치는 거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몇몇 대의원도 함께 항의했다.
실제로 대의원대회 장소 밖에는 대의원 30여 정도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불러들여 충분히 대회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경훈 지부장은 유예를 선언하고 망치를 두드리기 바빴다. 비정규직 투쟁과 관련한 실질적인 연대 투쟁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피하려고 한 것이다. 온갖 폭력 탄압을 뚫고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이경훈 집행부의 악의적 진행 속에 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는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기 위한 어떠한 결정도 하지 못한 채 끝났다. 처절하게 농성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힘 빠지게 하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연대 파업 초 치는 이경훈
그런데 비정규직 파업에 대한 연대를 가로막는 이경훈 집행부의 작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경훈 지부장은 오늘 금속노조 쟁의대책위원회에 참석해서도 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오늘 금속노조 쟁의대책위원회(이하 쟁대위)는 지난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연대 파업의 구체적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회의장 앞에서는 기륭전자 김소연 분회장 등 ‘금속노조 비정규직 투쟁 본부’ 활동가들이 모여서 팻말 시위를 했다.
다함께 활동가들이 실무 지원을 도운 이 팻말 시위에서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금속노조 쟁대위원들을 향해 “총파업이 비정규직 살리는 유일한 길입니다”, “신속하고 강력한 총파업을 결정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쟁대위 회의장 안에도 팻말을 들고 참관해 신속한 연대 파업을 결정하라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쟁대위에서 논의한 연대 파업 초안은 ‘12월 3일 잔업 거부, 12월 8일 주·야간 4시간 파업’이었다.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마음에 비춰볼 때 충분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경훈 지부장은 이 안마저도 한사코 반대했다.
그는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하던 협박, 즉 ‘연대 파업 결정하면 반드시 총투표에 부칠 것이고, 그러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식의 협박을 쟁대위에서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쟁대위는 아직도 구체적 결정을 못 내리고 밤늦게까지 계속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경훈 지부장은 현대차지부의 연대도 제대로 조직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금속노조의 연대 파업에도 초를 치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 지도부와 쟁대위원들은 이런 이경훈 지부장의 압박에 흔들리지 말아야 하고, 이경훈 지부장을 분명하게 비판해야 한다.
이처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을 거부하고 연대를 가로막는 행동을 계속할 경우, 금속노조 지도부는 이경훈 지부장을 징계해야 한다. 이미 이경훈 지부장은 연대 단체 활동가 폭행으로 민주노조 운동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
그리고 현대차 사측은 이런 틈을 이용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 탄압에 매달리고 있다. 사측의 공세에 노동부장관 박재완도 힘을 실어 줬다. 그는 오늘 라디오 인터뷰에서 불법 파견을 정규직화하라는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당한 파업을 “불법 파업”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이에 연대하려는 금속노조 파업도 “불법”이라고 비난했다. 정작 불법 파견을 저지른 정몽구는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박재완은 심지어 “엄격히 법률적으로 보면 소송을 제기한 두 명의 해당 근로자에 한해서만 [정규직화] 효력이 지속된다”는 황당한 주장도 했다. 소송을 진행해서 대법원 판결을 받은 두 명만 정규직이고 나머지 1만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해당이 안 된다는 억지 논리를 내세우며 정몽구를 두둔한 것이다. 정몽구를 편드느라 법률적 상식도 거부하는 것이다.
그는 “공장을 점거한 이런 상황 자체는 우리가 해소를 시켜주는 것이 정부의 기본 의무로 무정부 상태를 그대로 방치할 순 없다”며 경찰력 투입 협박도 했다. 법도 무시하는 부패한 재벌을 위해 노동자를 짓밟는 게 ‘정부의 기본 의무’라며 자신들의 더러운 본질을 실토한 것이다.
제3의 공정한 중재자?
한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11월 30일 민주노총과 야5당이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제3의 공정한 중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립적이고 집행력을 가지는 노사정 대표자가 참가하는 특별위원회”를 제안하며 본격적인 중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파업을 파괴하려고 전방위적인 압력을 넣고 있는 정부와 사측은 결코 “독립적”일수도 “공정”할 수도 없다.
더구나 지금 금속노조 지도부가 주력해야 할 일은 ‘중재’가 아니다. 지난해 쌍용차 파업 때, 얼마 전 KEC 파업 때, 금속노조 지도부가 중재에 주력한 결과는 양보 교섭 압박이었고, 점거 파업 해제 결정이었다. 그것은 노동자들의 사기를 꺾으며 투쟁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만 낳았다.
금속노조가 연대 파업 건설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지금, 금속노조 연구위원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재가 아닌 연대 투쟁이다.
금속노조는 대의원대회 결정대로 즉각 실질적이고 강력한 연대 파업을 해야 한다.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도 그 결정을 충실히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경훈 집행부가 그러기는커녕 금속노조의 연대 파업마저 방해하고 나선 지금, 현대차 현장 활동가들의 구실이 매우 중요하다.
현장 활동가들은 이경훈 지도부를 단호하고 분명하게 비판하며 현장에서 연대 행동 건설에 나서야 한다. 현장조직들도 마찬가지다. 지도부가 뭉그적거리며 투쟁을 회피하는 지금, 아래로부터 투쟁을 조직하고 강제하는 것이야말로 현장조직이 존재하는 이유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말보다는 행동이 필요한 때다.
전주·아산 공장 투쟁은 계속 된다
전주·아산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늘도 투쟁을 계속했다.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려고 아산 공장 정규직 현장위원들이 공장 안과 밖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현장위원 90여 명으로 구성된 공동현장위원회는 정규직으로 투쟁을 확대하려고 천막 농성을 결정한 바 있다.
이들은 공장 안 민주광장과 정문 앞에 천막을 설치했다. 그러나 관리자 2백여 명이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며 천막을 뜯어 갔다.
이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노동자 3명이 다쳐 병원에 실려 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주야간 4시간 파업을 이어 갔다.
그동안 주간 6시간, 야간 전면 파업을 벌여온 전주 공장에서도, 오늘 사측은 파업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파업 파괴 시도를 했다.
10시 트럭부 점거가 예고된 상황에서 사측은 9시부터 트럭부를 봉쇄하고 버스부와 통합부 조합원들의 진입을 막고 대체인력을 투입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노동자가 눈 옆이 찢어지고 허리를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
전주 공장은 그동안 정규직의 연대가 활발히 벌어졌다. 그래서 생산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사측은 반격을 할 필요가 있었고, 대의원대회 때문에 정규직 대의원들이 없는 시점을 노린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정규직 현장위원 50여 명이 달려와서 함께 사측 관리자와 싸웠고, 결국 라인을 계속 점거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