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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들,” 대중 운동의 회복 탄력성을 반영하다

최근 여러 언론이 ‘개딸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개딸’은 이재명 지지자 중 2030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다. 원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아버지가 ‘드센 딸’을 부른 애칭이었는데, 이재명을 지지하는 청년 여성들이 이를 ‘개혁을 지지하는 딸’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대선 뒤 청년 여성들이 민주당에 대거 입당해 이재명을 응원하는 ‘개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출처 권인숙 의원실

대선 기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지가 높지 않았던 청년 여성층이 선거 당일에는 이재명에게 많이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자 대선 직후에 청년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 러시가 일어났다. 3월 10~11일 이틀 동안 민주당 서울시당에 온라인으로 입당한 사람 1만 1000여 명 중 80퍼센트가 여성이었는데, 절반 이상이 2030 여성이었다. 대선 국면을 거치며 최근까지 민주당에 20만 명이 가입했고(대선 후 가입자는 10만 명), 그중 다수가 2030 여성이라고 한다.

사실 이재명은 대선 전에는 청년 여성들의 지지를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대한 청년층의 환멸이 컸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자체장들의 성비위 사건(‘박원순 사건’의 진상은 전혀 불분명하지만), 이재명 자신의 형수 욕설 등을 이용한 우파의 공세는 설상가상이었다.

이미 지난해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청년층의 이반 정서가 입증됐다. 약간의 정도 차이가 있었지만 남녀 모두 이탈 추세였다.

그런데 대선 때 윤석열·이준석이 보수 우파 본색을 선명하게 드러내자 그들에게 역효과가 났다. 윤석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청년 여성들은 깊은 반감과 위기의식 속에서 차악론의 심정으로 이재명에게 투표했다.

대선 결과가 나오자, 이준석 때문에 윤석열이 자칫하면 질 뻔했다는 평가가 보수 언론들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나왔을 정도다.

반면, 선거 초반 페미니즘에 거리를 두던 이재명은 올 1월 페미니즘 매체에 출연하고, ‘불꽃 추적단’ 활동가 박지현 씨를 선대본부로 영입했다. 이는 민주당에 실망한 여성들의 마음을 달래는 데 다소 영향을 미친 듯하다.

그럼에도 대선 뒤 청년 여성들이 민주당에 대거 입당해 이재명을 응원하는 현상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재명이 예비경선과 대선에서 당 주류와 타협하며 좌우 줄타기를 해, 개혁 이미지를 상당히 희석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딸들은 대선 뒤 더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이재명과 박지현을 응원하는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온라인에 지지 글을 쏟아 내고, 이재명계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보낸다. 대선 뒤 이재명 지지 단체(밭갈이운동본부)가 매주 주최하는 민주당사 앞 집회에도 청년 여성들이 상당수 참가해 ‘민주당 개혁’을 요구했다.

이런 ‘개딸 현상’은 계급투쟁과 좌파의 존재가 부진한 상황의 한 효과이기도 하다. (노동운동이 정치적이고 강력하면 개딸 다수의 지지를 얻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많은 청년 여성이 민주당에 입당해 이재명을 응원하는 것이 그들 의식의 후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대선에서 이재명이 결국 패배했지만, 박빙의 차이로 패배한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성평등 후퇴를 막고 개혁을 진전시키려는 염원을 보여 주는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도 담겨 있다.)

이는 진보적 개혁의 염원과 정서가 시들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것이므로 새, 우파 정부의 성평등 정책 후퇴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민주당이 또다시 실망을 안겨줬을 때 또 한 차례의 정치적 진화를 할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개딸 현상’에 주목하는 우파 언론들은 경계심을 드러낸다. 일부는 이를 ‘팬덤 정치’라고 깎아내린다. 다른 한편,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일부 우파 언론은 윤석열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이행하지 말라고 조언하거나 압박했다. (그래서 윤석열 인수위는 여가부 폐지 추진을 일단 멈췄다.)

우파의 백래시 속에서도 성평등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도리어 커지기도 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의 변화된 삶에 토대를 두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갈수록 늘어나는데도 성차별 개선이 더딘 것에 여성, 특히 청년 여성들의 불만은 참을 수 없을 만큼 높다. 정치적 감각이 있는 우파라면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 이윤에 여성들의 참여가 중요하고, 여성들을 너무 자극하면 선거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이 청년 여성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민주당은 청년들의 대거 입당에 고무돼 이 효과를 6월 지방선거에서 선전하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대선 이후 박지현을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앉혔고, 비대위원의 절반을 2030에 할애했다. 또, 지방선거에서 여성과 청년 출마를 독려하고 있다.

청년 여성들의 입당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쇄신돼 앞으로 민주당이 성평등 염원과 요구에 더 민감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듯하다.

개딸들은 이재명이나 박지현의 당내 입지가 더 강화되면 민주당이 바뀔 것으로 여긴다. 민주당이 성평등을 위한 정당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그들의 바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민주당의 본질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그들이 요구하는 민주당 개혁의 의미도 모호하다.

민주당이 성평등을 실현하는 데 적극 나서주길 바라는 평범한 여성들의 기대는 충족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민주당에 대거 입당해도 민주당의 핵심 기반이 자본가 계급에 있고 이들은 여성 차별 폐지가 자신들에게 득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는 점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를 통해 중간계급 여성들의 일부는 처지가 향상될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여성들의 조건과 삶에는 별다른 개선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이윤을 해칠 만한 개혁은 민주당도 피한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노동계급 여성에게 절실한 요구(성별 임금격차 해소, 낙태권 보장, 공공보육 대폭 확충 등)가 전혀 또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이유다.

여성단체 지도자 출신자들이 30년간 민주당에 파상을 이루며 들어갔어도 민주당은 성차별 시스템과 구조에 도전하지 않았다. 도리어 페미니스트 리더들 자신이 민주당에 적응하며 온건해졌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과 권지웅 청년 비대위원이 민주당에 차별금지법 통과를 주문했지만,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성소수자 문제같이 보수파와 우파의 반대가 강하고 개혁가들이 동요하는 쟁점에서 이들의 정당 민주당은 극도로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낙태 문제도 비슷하다.

그렇다 해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민주당을 응원해 개혁을 실현해 보려는 청년 여성들의 변화 열망까지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성평등을 열망하는 여성들은 윤석열 정부가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키려 들 때는 물론이고 신자유주의적 개악을 추진할 때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청년층의 의식은 유동성이 크다.

민주당에 입당한 청년 여성들은 “우리를 집토끼로 생각 말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이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 되면 일부는 더 급진적인(젠더적으로가 아니라 계급적·정치적으로 급진적인) 대안을 찾으려 할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자는 특정 쟁점들에서 할 말을 하면서도 민주당에 기대를 거는 개혁 염원 청년들과 함께 행동할 줄도 알아야 한다. 운동을 분열시키는 온갖 분열주의에 맞서며 단결된 투쟁이 성장하도록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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