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이재명의 좌우 눈치보기와 폭넓은 대중운동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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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윤석열이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윤석열은 이재명과의 지지율 격차도 늘렸다. 양자 대결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50퍼센트를 넘기도 한다.
국민의힘 경선 종료 후 당내 경쟁 후보들의 표가 대부분 윤석열 지지로 결집한 것이다. 한 달 전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은 그런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현 국면에서 우파는 결집하며 견인력도 발휘하고 있다. 정권 교체·심판 정서가 정권 유지 정서와의 격차를 다시 늘리고 있는데, 그 상당수가 국민의힘 지지로 수렴된다.
대장동 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9월부터 우파가 퍼붓고 있는 비방 공세도 효과를 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환멸을 심화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이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대선 후보로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불평등·부정의·위선에 대한 분노를 속시원히 표현하는 지속적이고 급진적인 대중 운동이 없거나 미약한 것이 진짜 문제다. 바로 이 점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멸에서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는 핵심 비결이다.
2030 청년들의 분노
청년층, 특히 20대 여론조사는 시사적이다. 20~30대는 박근혜 퇴진을 압도적으로 지지했고, 대선에서 문재인과 심상정에게 많이 투표했으며, 다수가 임기 초 문재인도 지지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문재인 국정수행에 가장 부정적이고, 국민의힘 지지도 높은 편이다. 무당층도 가장 많고, 지지 후보를 바꿀 의사도 가장 높다. 정치적 유동성이 높은 것이다.
최근 이재명은 한 청년이 인터넷에 올린 페미니즘 비판 글을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돌렸다고 한다. 이 글을 보면 청년들의 불만이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긴 해도) 결국은 문재인의 개혁 배신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그 글은 급진 페미니즘이 청년들을 이간질할 뿐 아니라 청년 정책 실패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호도하는 효과를 낸다고 비판한다.
모든 남성이 여성 차별의 잠재적 가해자라는 식의 담론과 정책이 실제로는 여성들의 조건을 개선하지도 못하면서 여성에게는 헛된 거짓 위안(‘네 실패는 네 탓이 아니라 남성 탓이야’)을 주고, 남성들의 불만은 특권 세력의 반발이라는 식으로 치부하며 무마하는 압력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정부를 향한 진정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는 걸 방해한다.
물론 정의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늘려 왔다. 진보당도 올해 들어 정부와 민주당 비판을 늘려 왔다. 정부 탄압에 항의해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개최를 지지했다. 늦었지만 이런 행보는 다행이고 환영할 일이다. (한편, 연립정부 관련 심상정 후보의 발언은 자주 바뀌고 있지만, 결국 민주당과 이재명을 연정론으로 압박하는 것으로만 들린다.)
그러나 이제 비판과 상징적인 상층 연대로는 부족하다. 일자리와 복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급진적 해결책을 내놓는다고 곧장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급진적 대안이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발휘하려면 그것을 실현할 만한 힘 있는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현실 가능해 보이고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다.
좌파의 존재감
안타깝게도 현 상황은 그 반대다. 대중 운동이 강력하지 못하고, 이를 일으켜야 할 좌파는 정치적으로는(노동조합 관료 기구 안에서와는 구분되게) 지리멸렬하다. 운동의 부양력이 전혀 지속적이지 못한 탓에 주류 정치가 왼쪽의 목소리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고, 정의당을 포함한 좌파의 존재감이 전반적으로 미약하다.
예컨대, 민주노총이 10월 20일 하루 투쟁 집회,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지만, 부문적·경제적이고 일회성 집회다. 그다음 전국 집중 집회는 두 달 뒤 1월 중순이다. 기성 조직들에 제한된 이런 상징적 집회들이 띄엄띄엄 열리는 것으로는 문재인 정부와 우파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기업주들에 맞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택배, 건보콜센터 등등 일부 부분들에서 벌어진 진정한 전투들을 민주노총 전반의 실질적 연대 투쟁으로 보편화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일부 산별과 대형 노조는 자기 부문의 계획을 우선시해 전국 집회에 기층 조합원들을 동원하지 않았다.
대다수 좌파들이 기후 위기와 체제 전환을 강조하지만, 각자 선거 강령을 선전할 뿐, 정작 대중적이고 개방적인 기후 운동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대중의 사기도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이 싸우겠다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이나 진보당(과 김재연 후보)만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다.
노동계 단일 후보론(민중경선)도, 사회주의 후보론도 별로 힘을 못 받고 있다. 11월 10일 “사회주의 좌파 공투본”이 출범했지만, 한 달 전 공투본을 제안·호소한 5곳 단체에서 구성이 하나도 늘지 않았다. 민중경선론도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채택될 확률은 낮다.
좌우로 눈치 보는 이재명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왼쪽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좌우로 양팔 벌려’식 줄타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또다시 변화 염원 대중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재명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면서 경제부총리 홍남기를 공개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전국상공회의소 회장(이자 SK 회장) 최태원을 만나서는 “기업은 경제 그 자체”라며 친기업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우파 기독교 단체들과 만나서는 우파와 합의해서(“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급진 페미니즘 정치를 비판하거나 그에 대한 청년들의 정당한 불만을 경청하는 것과, 우파에게 힘 실어 주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이재명이 좌파 눈치를 덜 보는 듯하니, 최근 기본소득당이 이재명을 “주류 정치에 타협[한다]”고 비판하며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가장 좋은 것은 개방적이고 폭넓은 대중 운동이 일어나 좌파 정당과 좌파 정치인들에게 부양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운동이 확대되면 이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주류 정치권도 이런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역으로 운동 지지 대중의 의식과 자체 활동을 더 활성화시키고 사기를 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운동이 일어나야 선거 후에도 누가 대통령이 되든 압력을 형성할 수 있다. 이런 대중 운동은 기존에 조직된 세력을 넘어서 개방적이고 비종파적이어야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