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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교수: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통합연대는 역사에 오점을 남기려는가”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한국학 교수

소위 ‘3자 원샷 통합’은 많은 면에서 1990년 1월의 소위 ‘3당 합당’과 마찬가지로 한국 정치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1990년에 비록 보수긴 하지만 일단 독재에 맞서기라도 했던 김영삼이 독재 세력들에게 빌붙었듯이, 지금 국내의 사민주의 우파 세력들(민노당의 지도부와 노, 심, 조)은 사민주의의 원칙마저 폐기처분한 채 신자유주의자들과의 무원칙한 야합을 강행하려 하는 것이다.

노동계급을 기반으로 삼는 사민주의 정당들은 지지기반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개 최소한의 내부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시늉이라도 하곤 하지만, 이번 ‘3자 통합’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비민주성에 있다.

통합연대의 원래 소속 정당인 진보신당의 당원들도 민노당의 당원들도 당대회를 통해 신자유주의자들과의 통합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평당원의 의견 표명에도 불구하고 지도부들이 통합을 강행한다면, 이는 사회주의 정당은 물론이고 사민주의 정당으로서도 용인할 수 없는 ‘보스 정치’에의 퇴행일 것이다.

그렇게 평당원과 지지자들을 실망시키면서, 과연 사민주의 우파 지도자들은 무엇을 성취하려 하는가? 최소한의 복지망 구축(반값 등록금, 노후 연금의 내실화 등)과 비정규직 양산 저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대한 다수 민중들의 요구를 유시민 류의 국민참여당의 부르주아 정객들은 어차피 반영해 관철시킬 리가 만무하다.

저들의 과거 전력으로 본다면 저들은 한미FTA를 찬성했을 뿐아니라, 수출 본위의 재벌 체제와 의료·교육의 시장화, 그리고 노동 불안화를 부추기거나 적어도 용인하는 특권층 이익의 옹호했다. 요즘 저들은 민의에 밀려 FTA 찬성 입장을 번복하는 등 친민중적 제스쳐 일부를 취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제스처일 뿐이다.

저들과의 야합은 사민주의 우파세력들의 명분을 땅에 떨어뜨릴 것이고, 그들을 과거 노무현 류의 ‘개혁’ 사기꾼들의 ‘제2중대’로 만들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지지 기반의 유지라는 차원에서라도 민주노동당의 지도부와 노, 심, 조는 이와 같은 오점을 남기지 않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 공학적 사고의 포로가 된 그들을 지금에 와서 말리기가 매우 어려울 듯한 것은 나의 우려 섞인 관찰이다.

그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이 행동을 만류하기 위해 많은 동지들의 적극적 의견 표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