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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 노조 투쟁:
영업을 마비시킬 단호한 투쟁과 연대 확대가 관건이다

세종호텔 노동자들이 열흘 넘게 호텔 로비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35년 만에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민주적 토론을 바탕으로 자신감과 결속력을 높여 왔다. 이에 힘입어 노조 지도부도 시간이 갈수록 교섭 내용을 투명하게 보고했고 노동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파업 5일차인 1월 6일 세종호텔 투쟁 승리 집회 사기와 동지애가 높아지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파업 5일차인 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로비에서 열린 투쟁 승리 집회에서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렇게 꽃핀 노동조합 민주주의는 지난 몇 달간 사측의 노조 탄압과 친사용자 노조 결성 등으로 위축돼 온 노동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윤주범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똘똘 뭉쳐 하나가 되니까 힘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소수 노조이기는 하지만, 큰 소리를 내니까 사측도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대표이사 최승구는 “파업 전이나 후나 우리의 입장은 변한 게 없다”며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사측은 파업 노동자들을 고립시키려고 이 투쟁이 ‘부당 전보자 3명과 비정규직 4명만을 위한 싸움’이라고 비난했다. 소수만을 위한 이기적인 싸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세종호텔 회장 주명건이야말로 자신의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사학비리로 세종대 학생들을 등쳐 먹고 호텔 노동자들을 쥐어짜 온 장본인이 아니던가. 주명건은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 참여하고 우파적 목소리에 힘을 실어 온 부패한 1퍼센트의 일원이다.

더구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과 탄압받는 동료들을 위해 함께 싸움에 나선 것은 이기적이기는커녕, 오히려 감동적인 일이다.

사측이 용역회사 설립으로 외주화까지 추진하는 마당에, 비정규직 정규직화·외주화 철회 등의 요구는 세종호텔 노동자들 모두의 요구일 뿐 아니라 전체 노동운동의 지지를 받아 마땅한 요구다. 사측이 그토록 노조를 탄압하고 친사용자 노조 결성을 지원한 것도 구조조정에 필요한 장애물을 없애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조는 비정규직을 포함해 전체 노동자의 임금 8퍼센트 인상, 부당 전보 철회, 고용안정 협약 준수 등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2년 이상 일용직으로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가, 외주화 압력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가, 부당 전보에 분노해 투쟁에 나선 젊은 노동자가, “사측이 만든 분리에 맞서 단결하자”는 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어깨 걸고 싸우는 것이다.

사측이 근래 협상에 나선 것이 ‘시간 끌기용 꼼수’였다는 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제 노조는 사측에게 실질적인 압박을 넣을 수 있는 더 강력한 투쟁 방법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로비 농성은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여 왔지만, 영업에는 차질을 주지 못했다. 소수 노조라는 약점과 호텔업계 비수기라는 조건이 효과를 제약한 측면도 컸다.

따라서 노조는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대체인력 투입을 막고 영업을 실제 마비시킬 행동에 나서야 한다. 진정으로 이윤에 타격을 주고 사측을 압박해야 한다. 단호한 투쟁은 연대의 초점을 만들고 정치적 압력도 형성할 수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KEC 등의 사례를 들며 점거파업 등 단호한 행동의 효과에 의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당시 KEC 투쟁에서 기세가 꺾인 진정한 이유는 무엇 하나 분명히 얻지 못한 채 스스로 점거 농성을 해제한 것에 있었다. 단호하게 점거를 유지할 때만 해도 KEC 노동자들의 투쟁은 큰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물론, 사측은 경찰력을 동원해 농성장을 침탈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한복판의 작업장에서 벌어진 경찰 투입은 안 그래도 휘청대는 이명박 정부에게도 선택하기 쉽지 않은 무리수일 것이다. 노동자들의 요구가 정당하고, 사기와 단결력이 높고, 연대가 탄탄할 때는 경찰력 투입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입된 경찰이 끝까지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강제로 끌어낸다면, 이것은 큰 반발과 분노를 일으킬 수 있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형성된 연대로 또다시 호텔 입구에서 출입 봉쇄 투쟁 등을 벌이며 계속해서 이윤 손실을 내게 만들고 사측을 압박할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단호한 투쟁은 저들이 협박하는 손배가압류·징계를 막을 가능성도 열 수 있다. 철도노조가 사상 최대 손해배상 청구를 당했던 것은 노조가 강력히 싸웠기 때문이 아니라, 성과도 없이 파업을 접어 사측에게 승기를 내줬기 때문이다.

투쟁이 승리하려면 연대의 힘도 중요하다.

구조조정 저지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세종호텔 투쟁은 경제 위기 하에서 고용불안에 신음하는 이들의 목소리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이 투쟁에 지지를 보내야 한다.

단호한 이윤 압박과 광범한 연대로 투쟁을 승리로 이끌고, 부패와 노조 탄압으로 얼룩진 MB맨 주명건을 무릎 꿇게 하자.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목소리

“매일매일 연대가 기다려집니다”

박종혁

“6개월 전에 저는 노보를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노보를 뿌리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 연합노조(친사측 노조)에 있는 사람들도 나와 비슷할 것입니다. ‘저 사람들이 날 위해 고생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것입니다.

농성하면서 동료애가 커졌습니다. 나만이 아니라 동료들을 위해 파업한다고 생각하니, 더 즐겁습니다. 아마 나만을 위했다면 농성장에서 나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파업만은 하지 않았으면’ 하고 끝까지 빌었습니다. 그러나 함께 싸우고 연대하러 와 준 동지들을 보면서 큰 힘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걸음마 단계입니다. 우리에겐 연대가 정말 큰 힘입니다.”

고진수

“시작이 반이라고, 농성을 시작하고 나서 자신감이 커졌습니다. 특히 연대 동지들이 큰 힘이 됐습니다.

매일매일 연대가 제일 기다려집니다. 다양한 분들이 오고, 쌍용차 같은 장기 투쟁하는 동지들이 오면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

우리도 꼭 승리해서 다른 투쟁에 연대해야 합니다.

연대 동지들은 제가 행동하는 데 확신을 주었습니다. 얘기를 나눌수록 힘이 나고, 어떻게 싸워야 할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감이 생깁니다.

박춘자

“우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사측이 만들어 낸 분리이고 차별입니다. 비정규직 동료의 상황이 마음 아파서, 정년을 30개월 앞두고 파업에 나온 정규직 조합원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차별에 맞서 같이 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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