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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저항으로 붕괴 직전으로 몰린 그리스 정부

최근 그리스 정부가 공영 방송사 ERT를 폐쇄하고 노동자 2천6백 명을 해고하려 했다. 구제금융을 받은 대가로 2015년까지 공공부문에서 노동자 15만 명을 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일주일 동안 점거 농성과 항의 시위가 이어졌고 연대 총파업도 일어났다.

아래로부터의 강력한 반발에 행정법원이 방송 업무를 재개하라고 판결하며 정부의 시도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ERT 노동자들은 투쟁을 계속하고 있고 2차 연대 총파업도 논의되고 있다. 파노스 가르가나스가 ERT 투쟁과 그리스 정치 상황을 전한다. 파노스 가르가나스는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의 지도적 당원이자 그리스 혁명적 반자본주의 주간지 〈노동자 연대〉의 편집자다.

파노스 가르가나스

현재 그리스 정부는 붕괴 직전 상황이다.

안토니스 사마라스가 이끄는 연립정부는 그리스 공영 방송사 ERT를 폐쇄하려 했다.

이 시도는 대중적 저항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집권당인 신민주당과 연정의 하위 파트너들(사회당과 민주좌파당)의 사이가 크게 벌어져,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선이 임박했다고 본다.

시작은 6월 11일이었다. 방송국을 폐쇄하라는 정부의 명령을 노동자들이 따르지 않기로 했다.

ERT 노동자들은 아테네 북부에 있는 본사 건물을 점거하고 방송 송출을 중단한 정부의 조처에 맞서 자체적으로 방송을 내보냈다.

민영 방송사 노조들은 즉시 6시간 동안 조업을 중단했다. 이 덕에 ERT만이 유일하게 뉴스를 내보낼 수 있었다.

ERT 본사 앞에는 1만 명이 모였고, 방송국을 점거한 노동자들은 연대 시위를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ERT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다른 여러 도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ERT 지사 앞으로 몰려들어 방송국을 침탈하려는 경찰을 물리쳤다. 어느 곳에서든 TV를 틀면 점거 투쟁을 지지하는 깃발과 현수막을 든 시위대가 나왔다.

“단결한 노동자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고 쓰인, 사회주의노동자당이 제작한 붉은색 현수막도 계속해서 방송에 나왔다.

정부가 밤늦게 송출을 다시 장악해 방송을 끊기 전까지는 ERT 노동자들의 투쟁과 연대 소식이 TV를 통해 전파됐다. 정부가 방송을 끊은 후에도 통신 기업의 노조 활동가들의 도움으로 ERT 노동자들의 자체 제작 방송은 인터넷을 통해 계속 방영됐다.

정부는 완전히 고립된 처지였다. 다른 언론사의 노조들이 무기한 전면 파업을 벌여 ERT 노동자들의 자체 제작 방송말고는 모든 신문과 뉴스가 중단됐다.

각각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노조를 대표하는 그리스노총(GSEE)과 공무원노총(ADEDY)은 6월 13일 ERT 노동자 투쟁에 연대해 총파업을 벌였다.

이 총파업은 대성공이었다. 파업 참가자들은 ERT 점거 농성장으로 행진했다. 그동안 벌어진 20여 차례의 총파업 중 최초로 파업 참가자들이 하나로 뭉친 것이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 공산당, 혁명적 반자본주의 좌파 안타르시아 소속 조직들의 깃발이 ERT 정문 앞에서 함께 휘날렸다.

사마라스는 사태를 완전히 잘못 계산했다. 트로이카(IMF,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의 압박이 사마라스의 계산 착오에 한몫했다.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붙은 공공부문 노동자 감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ERT에서 단박에 2천6백 명을 해고했다면 트로이카는 만족했을 터였다.

계산착오

최근 사마라스가 중고등학교 시험 기간에 일어날 뻔한 중요한 파업을 비껴갈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계산 착오에 작용했다. 사마라스는 노조 지도부를 윽박질러 교사 파업을 취소시킬 수 있었다. 사마라스는 노조 지도부가 또 그러리라 계산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노총과 공무원노총은 이미 연대 총파업을 벌였고, 사마라스가 물러서지 않으면 2차 총파업을 벌이려 한다.

긴축을 밀어붙이려는 정부에 맞서 단결한 그리스 노동자들 ⓒ그리스 혁명적 반자본주의 주간지 〈노동자 연대〉

이제 사마라스는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다. 사회당과 민주좌파당 지도부는 ERT 폐쇄안이 국회에 상정되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마라스는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총선을 다시 치르든지, 아니면 후퇴하든지. 사마라스가 무엇을 선택하든 그리스의 정치 위기는 더 심화할 것이다.

연정 내 균열은 크게 벌어졌고 노동자들의 반격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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