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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브라질 사회의 참상과 좌파의 난맥상을 드러내다

10월 6일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현 대통령이자 여당인 노동자당(PT) 후보 지우마 호우세피와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서구의 사회민주당과는 다른 노골적인 부르주아 정당이다) 대표 아에시우 네비스가 각각 1, 2등을 차지해 결선에 올랐다.

이번 선거는 노동자당의 호우세피 정권에 대한 불만이 큰 가운데 치러졌다.

브라질의 지니계수(소득분포 불평등 계수)는 0.567로, 브릭스(BRICs) 국가 중 가장 높다(러시아 0.423, 중국 0.415, 인도 0.368). 브라질의 월평균 소득은 약 1천8백 헤알(약 80만 원)이지만, 최저임금은 월 7백24헤알(약 32만 원)밖에 안 된다. 브라질 인구의 18.9퍼센트가 빈곤층인 반면, 상위 10퍼센트 가구가 전체 가계소득의 41퍼센트를 차지한다. 브라질은 중남미 18개 나라 가운데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축에 든다.

물가상승률도 높아, 26퍼센트나 된다.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5퍼센트가 물가 인상을 최대 사회 문제로 꼽았다. 공공의료(83퍼센트), 부패(78퍼센트)가 그 뒤를 이었다.

2002년 정권을 잡은 룰라는 빈민 대상 사회복지를 일부 도입했지만(기아 제로), 사실 여기에 투자한 돈은 GDP(국내총생산)의 0.3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노동자당 정부의 정책 기조는 신자유주의였다. 최상위 부자들의 부는 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공격받았다. 부패 추문도 계속 터졌다.

룰라에 이어 2010년에 당선한 호우세피 정부는 중국 경제 성장에 힘입어 빈민 구제책을 일부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정 건전화’를 중시해 예산의 40퍼센트 가까이를 국채 이자 지급에 썼다. 세금이 소수 부자들에게 계속 흘러 들어갔고, 복지는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브라질은 의사 1인당 환자 수, 상하수도 보급률, 기대수명 등 여러 복지 지표가 중남미 최하 수준이며, 학교보다 백화점이 더 많다.

지난해 6월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반대로 촉발된 브라질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 뒤이은 7월 하루 총파업도 이런 심각한 양극화의 반영이었다(이에 대해서는 〈레프트21〉 107호의 ‘브라질 민중 1백만 명이 거리로 나서다’와 108호의 ‘브라질 ─ 거대한 시위가 노동자 행동을 촉발하다’ 기사를 보시오). 시위와 파업 이후, 임기 초 60퍼센트까지 올라갔던 호우세피의 지지율은 20퍼센트대로 떨어졌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빈민가 브라질 노동자당은 10년 넘게 집권했지만 브라질 사회에 만연한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했다. ⓒ사진 출처 Paulo Fehlauer (플리커)

새정치?

호우세피는 재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룰라 등이 막판에 호우세피 지지를 적극 호소한 덕분에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지난 선거에서 호우세피를 지지한 사람 중 5백만 명 가까이가 이번에는 호우세피를 찍지 않았다. 호우세피는 브라질 최대 도시이자 노동자당 강세 지역인 상파울루에서조차 거의 15퍼센트 차이로 졌다. 대선과 함께 치른 상하원 선거에서도 노동자당은 하원에서 18석, 상원에서 두 석을 잃었다.

2위를 차지한 브라질사회민주당도 실제로는 상황이 좋지 않다. 노동자당에 대한 반감 때문에 반사이익을 조금 얻긴 했지만, 네비스가 8년 간 주지사를 지냈던 미나스제라이스 주(브라질사회민주당의 근거지)를 노동자당에 내줬다.

현 정부와 주류 정치에 대한 환멸 때문에, 지난 대선보다 투표자가 4백만 명 가까이 늘었는데도 두 거대 정당으로 간 표의 합이 줄었다.

이 때문에 중도우파 정당인 브라질사회당(PSB) 후보 마리나 시우바가 한때 주목을 받았다. 아마존 열대 우림을 지키는 환경운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시우바는 룰라 1기 내각에서 환경부장관을 지냈지만, 룰라 정부가 부패 추문에 휘말렸을 때 장관직을 사임하고 “좌도 우도 아닌 새로운 정치”를 표방했다.

여당인 노동자당이나 제1야당인 브라질사회민주당의 계속되는 부패 추문에 질린 사람들은 이번 대선에서 시우바의 “새로운 정치”에 기대를 보냈다. 그러나 시우바의 경제 정책은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 반대, 노동유연화 지지, 기업 규제 완화 등 브라질사회민주당과 다를 바 없었다. 시우바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기존의 원칙적 주장까지 뒤집자, 사람들의 기대는 빠르게 식었다. 결국 시우바는 2010년 대선 때와 별다를 것 없는 득표를 하는 데 그쳤다. 1차 투표에서 3위에 머문 그는 2차 투표에서 사회민주당 후보 지지를 밝혀 정치적 본색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결선 투표는 10월 26일에 있을 예정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노동자당이 브라질사회민주당에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시우바가 결선 투표에서 네비스 지지를 호소했음에도, 우파 친기업 정당 브라질사회민주당이 반사이익을 크게 얻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브라질 선거는 경제 위기로 극심해진 양극화와 지배자들의 고통 전가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보여 주고 있다.


브라질 급진좌파와 선거

2004년에 룰라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한 일부 노동자당 의원들이 당에서 축출되면서 브라질 급진좌파들은 사회주의와자유당(PSOL)을 건설했다. PSOL의 대선 후보 엘로이사 엘레나는 2006년 대선 1차 투표에서 6백50만 표 이상을 얻으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PSOL은 이후 부패나 낙태 등의 쟁점에서 우파와 타협하려 들면서, 노동자당 왼쪽에서 좌파적 구심 역할을 하던 창당 초기에 견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됐다. 2010년 대선에서 PSOL은 80여만 표밖에 얻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시위에서 노동자당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을 때 PSOL은 이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 운동의 쟁점인 물가 인상, 부자 증세, 낙태, 성소수자 권리 등을 놓고 선거운동 기간에 운동을 구축했다.

이 때문에 PSOL은 2010년 대선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1백60여만 표를 얻었고, 특히 지난해 반란이 가장 거셌던 리우데자네이루 주(州) 등의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것이 지난해 대중 시위가 선거에서 극적인 변화를 불러왔다는 뜻은 아니다. 젊은 층이 대다수였던 시위대의 준(準) 자율주의 정서를 이용해 부르주아 야당인 사회민주당이 정치적 득을 보았고, 반면 노동조합은 대부분 여전히 노동자당에 표를 던졌다.

그래서 한국의 우리는 브라질 급진좌파가 진정한 마르크스주의 원칙들과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를 재발견해 우리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