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민중 1백만 명이 거리로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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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반대하냐고요? 무엇을 반대하지 않냐고 물으셨어야죠.”
브라질을 뒤흔들고 있는 대규모 시위에 참가한 한 청년이 언론에 한 말이다. 이 말은 브라질 민중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얼마나 큰지 보여 준다.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하는 이번 시위를 촉발한 것은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경찰 폭력이었다. 이는 곧 켜켜이 쌓여 있던 분노와 울분의 짚 더미에 불을 당겼다.
아래로부터 압력이 얼마나 거셌는지, 시위가 일어난 지 일주일 만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 계획이 철회됐다. 그러나 이는 사람들에게 운동에 나설 자신감을 더 줬을 뿐이다. 요금 인상 계획이 철회된 바로 다음 날인 6월 20일, 브라질 곳곳에서 1백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현재 브라질은 노동자당이 집권하고 있다. 노동자당은 1970~80년대 파업 물결 속에서 탄생했고, 2002년에는 노동조합 지도자 출신 룰라가 대통령에 당선했다.
노동자당 정부는 빈민 대상 사회복지를 일부 도입했지만 더 크게 보면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쳤다. 최상위 부자들의 부는 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공격받았다. 불평등도 여전히 심각하다. 여기에 부패 추문도 계속 터졌다.
2010년 대선에서 노동자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경제에 힘입어 브라질 경제도 괜찮은 성적을 내고 빈민 구제책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정부는 내년에 열릴 월드컵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경기장을 고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집에서 내쫓았는데, 이는 사람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오죽하면 브라질 사람들이 “학교와 병원이나 FIFA(국제축구연맹) 기준에 맞게 지어라” 하고 외칠까.
즉, 신자유주의, 불평등, 부정의, 노동자당의 배신 등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경제 위기 심화 속에 경제 상황이 악화하는 것도 브라질 사회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거리의 투지가 한때 강력했던 노동운동과 만난다면 그 폭발성은 더 커질 것이다.
한국과 함께 신흥공업국의 모범으로 불렸던 브라질의 저항은 유럽과 아랍에 이어서 터키를 지나 계속 번져 나가는 투쟁의 희망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