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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정부 여당 안은 ‘하후상박’이 아니라 ‘하박상박’이다

10월 27일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연금학회 안보다 더 공격적인 정부 안도 성에 안 찬다며 더 개악했다.

첫째, ‘더 내고 덜 받아라.’ 재직 공무원은 최대 43퍼센트 더 내고, 34퍼센트까지 덜 받게 된다. 매달 기여금이 평균 30만 원에서 45만 원으로 인상돼, 33년간 5천만 원이나 더 내야 한다. 반면, 33년 재직 시 소득대체율은 현행 62.7퍼센트에서 재직자(1년차 기준)는 41.25퍼센트로 떨어진다. 첫 연금액도 2백60만 원에서 1백71만 원으로 90만 원가량 깎인다. 20년간 받는 총연금액은 2억 원가량 줄어든다. 그 결과 연금소득수익비가 2.5에서 1.2로 떨어진다. 사실상 낸 돈에 조금 더 얹어 주는 적금이나 마찬가지이다.

11월 5일 정부의 생색내기용 ‘공무원연금개혁 국민포럼’을 무산시킨 호남 지역 공무원노조 활동가들 투쟁 수위를 계속 높여가야 한다. ⓒ사진 출처 〈공무원U신문〉

둘째,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 수준으로 받아라.’ 신규 공무원의 수급 구조를 국민연금과 똑같이 맞췄다. 소득대체율이 33퍼센트로 급감해 1백38만 원을 받게 된다. 지금보다 46퍼센트가 깎인다. 한마디로 말해, 재직 공무원은 연금 대신 적금을, 신규 공무원은 연금 대신 용돈을 받게 생겼다. 신규와 재직 공무원의 연금액 차이도 문제거니와 그 둘의 수급 구조가 분리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셋째, ‘더 오래 내라.’ 기여금 납부 기간 상한도 현행 33년에서 40년으로 단계적으로 늘리려 한다(2016년도 기준 재직 기간 29년차부터 1년씩 단계적으로 연장).

넷째, ‘더 늦게 받아라.’ 모든 재직자에게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2023년 퇴직자부터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늦추고 유족연금을 60퍼센트로 낮추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2016년 기준으로 26년 이하 재직자부터는 (33년 재직할 경우) 60세에 연금을 받지 못하고, 18년 이하 재직자는 모두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다섯째, ‘퇴직수당 쪼끔 올려 줄 테니 연금은 왕창 깎아라.’ 정부 여당은 연금을 삭감하는 대신 퇴직수당(법 개정 이후 재직 기간에 대한)을 민간 노동자들의 퇴직금 수준으로 보장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연금 삭감 폭이 워낙 커 전체적으로 따졌을 때 노동자들의 손해가 훨씬 클 것이다.

또,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분할 지급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2014년 8월27일 발표)에 따라 퇴직금을 의무적으로 민간 보험사에 맡기고 퇴직연금 투자에 관한 규제도 완화한다면,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후를 시장의 불안정성에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섯째, ‘연금액 인상을 물가인상률 이하로 묶어라.’ 현재 연금액은 매년 물가인상률만큼 인상하게 돼 있는데, 앞으로는 부양률(재직 공무원 수 대비 공무원연금 수급자 수) 증가를 반영해 물가인상률 이하로 묶겠다고 한다. 그리 되면 연금의 실질가치가 계속 떨어지게 된다. 또 하나의 연금 삭감 장치다.

일곱째, ‘하후상박을 위를 좀 더 삭감하고 아래를 좀 덜 삭감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라.’ 새누리당은 연금액 산정기준이 되는 소득을 최근 3년간 전체 공무원 평균소득(A값)과 공무원 전 재직 기간 평균소득(B값)을 각 50퍼센트씩 반영해 결정하겠다고 한다.

마치 하위직 공무원의 처지를 개선하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전혀 진실이 아니다. 모름지기 ‘하후상박’은 하위직의 노후보장을 두텁게 보장해 주는 것이어야 하는데, 새누리당 안은 전체적으로 대폭 삭감하되 위를 좀 더 삭감하고 아래를 좀 덜 삭감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 여당의 개악안에 따르면 하위직 공무원이 받게 될 연금은 1백만 원이 안 된다. 법관·검사나 정무직 등 일부 고위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교사와 같은 평범한 노동자들의 연금도 대폭 깎인다. 국가 지원 확대 없는 공무원연금 내 소득 재분배가 지닌 한계다. 소수의 고위직 공무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가입자가 평범한 공무원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 여당 안은 ‘하후상박’이 아니라 ‘하박상박’이다.

여덟째, ‘퇴직 공무원들도 연금 일부를 뱉어내라.’ 정부 여당은 퇴직한 공무원의 연금에도 칼질을 하겠다고 한다. 재정 안정화 기금 명목으로 퇴직자의 소득분위에 따라 최소 2퍼센트에서부터 최대 4퍼센트까지 연금에서 떼 가겠다는 것이다. 하위 소득자 33퍼센트는 2퍼센트를, 중간 33~66퍼센트는 3퍼센트를, 상위 67퍼센트 이상은 4퍼센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2013년 공무원연금 통계를 보면, 전체 평균 수령액은 2백19만 원, 교원직은 2백80만 원인데 교사 대부분은 4퍼센트를 빼앗길 판이다.

아홉째, ‘정부는 더 못 내니 노동자들만 더 내라.’ 공무원 노동자들의 기여금은 7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올리면서 정부는 기존 방식대로 7퍼센트만 내도록 했다.

열째, ‘재정 상태가 안 좋으면 연금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 2000년 연금 개악 저지 투쟁 당시 쟁취한 ‘공무원연금 부족분을 정부가 책임지는 조항’을 삭제했다. 새누리당은 ‘국가 지급 보장’이라는 단서 조항을 몰래 삭제했으면서 정작 법안 설명 때는 이 점을 말하지 않았다.